매년 PC방 요금인상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기 위해 업계에선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정작 뚜렷한 대안은 한번도 보지 못한 것 같다. 유독 PC방 업계만 요금을 올리지 못한다며 하소연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먹고 살기 힘든 PC방
매년 물가가 오르고 최저임금이 인상된다. 새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민영화의 영향으로 수도, 도시가스, 전기요금과 같은 각종 공공요금마저 오를 기미가 보이자, PC방 업주들은 나름대로 여러가지 대처방안을 두고 고심하기 시작한다. 그 대처방안 중 가장 손쉬운 일은 바로 기존에 시행하던 무료서비스를 없애는 일일 것이다. 먼저 무료 식•음료 서비스를 없애고 유료가맹게임을 해지한다. 또 유료게임에 대해 추가요금을 받기도 한다.

PC방에서의 식•음료서비스라고 해봐야 보통은 커피 1잔 정도의 서비스인데 매번 공짜로 제공하던 것을 100원을 받아보겠다고 자판기에 조그맣게 써붙이자니 주인장으로서 여간 째째해 보이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며칠만 지나면 다 익숙해진다며 스스로 위로해보지만 커피를 찾는 손님을 볼 때마다 항상 신경이 쓰인다. 또 유료게임에 대해 추가요금을 징수하자니 요금 계산시 불편하기도 하거니와 요금체계를 숙지하지 못한 손님과 말다툼을 하기도 한다.

과연 우리가 이러한 방법들로 전국적인 PC방 요금인상이라는 숙원을 이뤄낼 수 있을까? 거창하게 숙원이라고 하기엔 당장에 먹고 살기 급급한 우리네 사업이 너무나 궁색하고 초라해지는 대목이다.

왜 이렇게 먹고 살기가 힘들까?
PC방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답은 누가 뭐래도 <공급과잉>이다. 나눠먹을 파이가 적기 때문에 주인은 손님에게 한없이 작은 존재가 되고 만다. 혹자들은 PC대수를 늘리고 기본요금을 낮추어 공급한다. 꽤나 공격적인 영업방식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PC방을 대형으로 계획하면서 ‘기본요금이 낮긴 하지만 마일리지도 없고 무료서비스도 없다’는 궁색한 변명도 빼놓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너도나도 PC대수 늘리기에 혈안이다. 그래야 가격체계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본료인하+대형화>로 짭짤한 재미를 본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도 궁극적인 해답은 아니다. 생존권이 걸린 사업이니 만큼 규모가 작은 PC방이라고 해서 결코 호락호락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모두에게 손해가 나눠진다.

요금제를 바꾸면 좀 나아질까? 마일리지나 정액제와 같은 요금체계를 바꾸면 매출에 좀 변화가 올까? 그것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니올시다’이다. 조삼모사. 손님들은 주인보다 더 영악하다.

영원한 승자도 없다. PC방이 없어진 자리엔 더욱 강력하고 새로운 경쟁자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예전에 PC방을 했던 자리는 신규창업자에게 프리미엄을 선사한다. 현재의 PC방 시장에선 요금인상을 일생 최대의 과제로 여기는 업주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뭉쳐 그들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에만 일시적인 요금인상이 가능할 뿐이다.

궁극적인 대안은 있는가?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으니 궁극적인 대안은 분명 존재할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을 이루는 데는 분명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모두에게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10년이나 비뚤어져 있던 것을 되돌리려면 그만큼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차라리 요금을 내리자
차라리 요금을 내리자는 말은 시간당 요금 1,000원을 받은 뒤 유료 게임비 250원을 지출하지 말고, 차라리 처음부터 기본요금은 7-800원 수준으로 내려 받고 게임이용료는 손님이 부담하게 하는 방식을 실천해보자는 것이다. 물론 당장은 현실적으로 많이 불편할 것이다. 이 방식을 실천하기 위해선 각종 정량제 게임을 구매하지 말아야 하고 일일히 손님들이 개인적으로 게임을 구매하도록 권장해야 한다. 또 손님들이 군말 없이 이러한 업소에 적응하게 하기 위해선 그만큼 기본료를 파격적으로 낮춰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그러나 먼 훗날, 이러한 방식이 자리를 잡게 되면 PC방의 수익률이 지금보다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그리고 서두에 유료게임비에 대해 추가징수하는 업소들이 있다고 했는데 과도기적인 방법으로 권장하고 싶다.

필자는 현재의 PC방 업계가 이렇게 발전한 것도, 또 PC방 요금체계에 구멍이 생긴 것도 모두 게임사의 탓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에겐 손가락질을 받겠지만, 게임이용요금을 PC방에 과금하는 순간부터 PC방 업주들은 이미 큰 손해를 보기 시작했다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PC방 업주들이 손님의 게임이용료를 게임사에 대납하는 오래된 관행을 깨뜨리지 않는 한 PC방의 수익성은 결코 좋아질 수 없다. 왜냐하면 PC방이 게임사에 게임이용료를 대납하면서 PC방의 기본요금은 액면그대로의 기본요금이 아니며 게임사에 새어나가는 돈도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파이는 정해져 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돈도 정해져 있다. 그렇다면 정답은 이미 나와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다른이의 지갑으로 잘못들어간 부분을 다시 우리쪽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한가지 예를 들어서 정량제 상품과 개인정액시 차이점을 알아보자.

PC방 정량제 이용시 (1시간에 250원짜리 상품 이용시)

수입 : 기본요금 1,000원*10시간*30일 = 300,000원
지출 : 250원*300시간=75,000원
총수입 : 225,000원

개인정액 이용시(개인정액 대납시, 실제로는 대납해줄 필요도 없음)
수입 : 기본요금 1,000원*10시간*30일 = 300,000원
지출 : 1달 정액: 25,000원 가정
총수입 : 275,000원

여기서 개인정액요금을 대납하지 않고(손님이 부담하고) 기본요금을 800원만 받는다고 해도 240,000원의 수입이 생기므로 어떤 방법이든지 PC방 정량제를 이용하는 것 보단 더 낫다. 또 여기서 PC방에 정량제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게임사는 50,000원의 추가수입을 챙긴다. 그럼 이 수입은 PC방과 반반 나눠야 하는 것 아닌가? 왜 게임사는 유저들의 지갑을 스스로 열지 못하고 PC방의 도움을 받으면서 수입은 혼자 다 챙겨가는 것인지 그 이유를 한 번 들어보고 싶다.

만일 게임사 관계자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말로만 상생을 외치지 말고 게임요금 징수체계부터 바꾸시길 바란다(혹시 오해할지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설명하자면, 지금 필자가 강조하는 것은 유료게임비가 부당하다는 것이 아니라, 유료 게임비를 내는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유료게임비를 이용고객이 직접 지불하게 하고 그러한 지불체계가 형성된다면 PC방의 기본요금인상과 수익성증가는 분명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 나는 분명 이러한 요금체계의 변경이-현실가능성을 떠나서-PC방 요금인상의 궁극적인 대안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PC방 협회와 단체, 커뮤니티의 모든 회원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뭉쳐 일정기간 대대적으로캠페인을 벌이고 실천해나간다면 혹시 우리의 오랜 숙원이 이뤄지지 않을까?

작성자 : 붉은앙마 (피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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