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0월호(통권 32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고객들이 지불하는 시간당 500~1,000원 가량의 이용요금 속에는 온라인게임 회사들이 유료게임비라는 명목으로 떼어가는 200~250원 돈이 포함되어 있다. 대다수의 게임사들은 PC방 IP를 차단하는 것을 시작으로 가맹에 따른 접속 권한을 상품화했다.

심지어 F2P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한 온라인게임들조차 너도나도 이런 모델을 따르고 있다. PC방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빨대’ 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PC방 매출의 20% 이상을 실시간으로 쪽쪽 빨아간다고 해서 붙여진 속칭이다. 그런데 이런 게임사들 역시 ‘빨대’에 시달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게임사한테 꽂힌 ‘빨대’의 정체는 무엇인지, PC방에 꽂힌 ‘빨대’ 와 무엇이 다른지, 게임사들은 ‘빨대’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게임사 빨대는 小자
국내 게임업체들은 올해 수천억 원에서 1조 원대 매출을 올리는 모바일게임들을 내놓았다. PC방 업계에서 넷마블게임즈의 이미지는 ‘온라인게임 망한 회사’ 정도일 수도 있지만 <리니지2 레볼루션>은 연말까지 1조 원(구글플레이 기준) 이상을 벌어들일 전망이다. 여기에 기존 흥행작을 더하면 연매출 3조 원 안팎의 매출이 예상된다.

엔씨소프트와 넥슨도 모바일게임에서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출시한 <리니지M>은 매일 50억~6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어 증권가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약 1조 원, 넥슨도 지난 7월 출시한 <다크어벤저3>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어 약 5,0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모바일게임들에게 빨대를 꽂는다고 상상해보자. PC방에 꽂힌 것과 같은 크기의 20% 짜리 빨대를, 모든 모바일게임이 아니라 딱 저 세 게임에만 꽂는 것이다. 2조 5,000억 원의 20%인 5,000억 원을 빨아갈 수 있다.

그런데 대범하게도 상상에 그치지 않고 이런 빨대를 더 크고 많이 준비해 현실로 만들어낸 주인공이 있으니 바로 모바일게임들이 입점하는 앱마켓이다. 구글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리니지2 레볼루션>과 <리니지M>, 그리고 <다크어벤저3>에서만 7,500억 원을 챙길 전망이며, 국내 모바일게임 전체로 확대하면 그 규모가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PC방은 이런 빨대를 지긋지긋하게 여기고 있는데 게임사들은 이런 빨대를 어떻게 인식하고, 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게임사 몸속에 기생충이?
독일에서 개최된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에픽게임즈 팀 스위니 대표는 현재 모바일게임 매출의 일부를 앱마켓에 지불하는 구조가 불공정하고, 게임 업체의 수익을 과도하게 가져간다고 주장해 모바일 앱마켓 수익 분배 구조에 대한 논란을 다시 촉발시켰다.

모바일게임 유통의 절대자라고 할 수 있는 구글플레이 및 앱스토어가 모든 게임에 일괄 적용하고 있는 30%라는 수수료가 과연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공식석상에서 던져 관련 논의를 가속화한 것이다.

팀 스위니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신용카드 회사의 수수료는 매출의 2~3%에 불과하고, 콘텐츠전송네트워크(Content delivery network, CDN) 시스템 또는 기타 대고객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매출의 5~6% 정도만 비용으로 지불하는데, 모바일게임에 적용되는 앱마켓 수수료 30%는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발표 이후에도 관람객과의 Q&A 시간을 통해 앱스토어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앱마켓이 게임사에 기생함으로써 발생하는 손실’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한편, 그는 게임사와 앱마켓 간 수익 배분 구조 개선과 개방적 게임 플랫폼 강조하며, 게임사들을 대상으로 30% 수수료가 불공정하다는 인식 하에 적극적인 협상과 다양한 대안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또한 가능한 많은 마켓들과 거래할 수 있도록 노력해 앱마켓 간 경쟁을 유도하고, 게임사들이 앱마켓을 상대로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빨아가는 이유를 설명하라!”
그렇다면 게임사들은 이런 빨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PC방 업계는 F2P 온라인게임의 유료게임비가 부당하고 비싸다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는 반면, 게임사들은 아직 앱마켓의 수수료에 대한 통일된 입장이 없는 상황이다.

우선 30%라는 수수료율은 명확한 근거와 배경 없이 일괄 적용돼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네덜란드 게임사 블램비어의 창업자인 라미 이스마일이다. 그는 앱마켓에 게임을 업로드한 게임사가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합당한 기회를 보장받는다면 수수료율 30%가 합리적일 것이라며 팀 스위니 대표의 주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또한 지속적 수익 창출 가능성이 낮거나, 앱마켓이 게임 업체를 위한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상황에서 현재의 수수료율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모든 게임에 대해 수수료율 30%가 일괄 적용된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한 설명과 공감이 필요함하다고 지적했다.

“필요악은 필요하기 때문에 필요악”
다음으로는 앱마켓과의 수익 분배는 단순히 비용이 아니라 게임 개발의 기회비용 절감 대가로 인식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영국 게임사 스페이스에이프게임즈 사이몬 헤이드 창업자는 앱마켓 수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그는 중·소 인디 게임 업체에게 수수료 30%는 매우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수익 창출 여부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임을 인정하지만 대다수의 게임사에게 앱마켓 수수료 30%는 과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만일 앱마켓 수수료를 낮추거나 폐지해 시장 진입 장벽이 사라질 경우 검증되지 않은 모바일게임의 난립으로 이용자의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치 아타리쇼크처럼 말이다.

또한 게임 개발에 소요되는 최대 비용은 앱마켓 수수료가 아니라 향후 시장에서 성공할 혁신적인 게임이 무엇인지 알지 못함에 따라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이라고 해석했다. 앱마켓은 게임 업체들이 소비자들의 반응을 파악하고, 신규 게임 개발 방향을 설정하는데 기여함으로써 기회비용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아 거참 세금은 내고 장사합시다”
마지막으로는 앱마켓 수수료를 세금처럼 인식하는 입장이다. ‘애플세(Apple Tax)’와 같이 앱마켓 수수료는 글로벌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사업비용이라는 시각이다. 영국 게임 업체인 인클의 공동 설립자 존 인골드는 앱마켓 30% 수수료는 세금과 같이 사업을 영위하는데 수반되는 비용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애플의 앱스토어가 단순히 폐쇄적인 유통 플랫폼이 아니라 충성도 높은 이용자를 기반으로 프리미엄 게임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한 수수료율을 낮추더라도 인디 게임이 활성화 되거나 프리미엄 게임을 선호하는 이용자들이 소형 게임으로 이동한다는 보장이 없음을 지적했다.

사분오열 아닌 다양성
게임사들의 앱마켓 수수료 논란은 PC방 업계에서 논의되는 온라인게임 과금 논란보다 훨씬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일단 PC방 프리미엄 혜택이라는 요소와 최종 소비자는 PC방을 찾아온 게이머라는 2중 구조가 배제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앱마켓 수수료를 두고 당분간 게임사들의 통일된 입장이 나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사실상 애플(Apple)과 구글(Google)로 양분되어 있는 유통 플랫폼과 더불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게임 시장은 이 논란을 가속화할 것이 확실하다.

다만 PC방 업계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부분이 있다. PC방 업계는 업주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여 온라인게임의 PC방 과금에 통일된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이렇다 할 결실을 맺지는 못하고 있다. 반면 게임사들은 앱마켓 수수료에 대한 입장이 제각각임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건설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모바일게임이라는 상품의 최종 소비자인 게이머에게 유통 과정을 공개하고, 논란이 왜곡 없이 외부에 알려졌다. 격론이 오고가는 원탁에 게이머를 앉힘으로써 앱마켓 수수료 논란이 단순히 게임사와 앱마켓의 밥그릇 싸움으로 격하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앱마켓 수수료가 글로벌 유통 비용일 뿐만 아니라 저품질 게임을 걸러내고 게임사가 게이머들의 취향을 파악하는 비용으로 간주하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또한 수수료에 대한 찬반보다는 일률적인 30%의 적용이나, 게임 업체를 위한 추가 서비스 제공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통해 수수료가 제값을 하도록 구글을 압박하는 등 양쪽은 단계적인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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