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0월호(통권 32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의 성공적인 운영 비결은 무엇이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은 하나가 아니지만 모범 답안은 있다. PC방 이용객 통계를 통해 확인된 ‘청결’, 10대 트렌드를 통해 증명된 자신에 대한 작은 사치(보상)에 부합되는 ‘편의’, 시설임대업으로서의 기본 중 기본인 고사양 PC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만고의 진리인 입지도 빼놓을 수 없다.

9월 어느 날 한낮에 찾았던 서울 장안동 아이엠피씨에는 이런 면면을 고심한 흔적이 한껏 배어있었다. 아이엠피씨는 개업한지 2개월밖에 안 된 신규 매장이지만 곳곳에서 PC방에 대한 깊은 이해와 추구하는 바가 명확하게 느껴졌다. 실제 평일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250대 좌석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가동 중이었다.

짧은 경험이지만 잘 살려 ‘좋은 PC방’ 만들 것
아이엠피씨의 이나연 사장은 올해 27세로 PC방 업주로서는 매우 젊은 편에 속해 놀랐다. 특히 아이엠피씨가 장안동 복합쇼핑몰 바우하우스 인근이라는 좋은 상권에 250대 규모로 결코 작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웠다.

이나연 사장은 어려서부터 일을 시작해 카페 바리스타에서부터 PC방 매니저로도 근무해왔고, 이후 디자인을 전공해 관련 쇼핑몰도 운영 중이었다. 그 간의 PC방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PC방을 창업한다면 하고 싶던 바가 차츰 선명해지던 차에 아버지의 도움과 투자를 받아 창업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디자인이 전공이다 보니 인테리어 업체가 제시한 양산형 PC방 디자인 대신 설계도면부터 벽면 글자 폰트 하나까지 일일이 챙겼으며, 또 본인 스스로 매니저로 일하면서 느끼고 바꾸고 싶었던 부분들을 모두 투영했다고 한다.

이나연 사장이 목표한 것은 ‘다시 가고 싶은 PC방’이다.

눈에 띄는 청결 상태와 인테리어
아이엠피씨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밝은 조명과 산뜻한 인테리어다. 이제 창업한지 2개월 밖에 안 되었으니 깨끗한 것은 당연하겠으나, 시설 관리를 위해 청소와 정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이나연 사장은 “여성인 내가 봤을 때 깨끗하지 않은 PC방에는 가기가 꺼려지던 기억을 토대로 청결을 중시하게 된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매니저로 근무하던 기간 중 알바생들이 키보드 등 주변기기 청소에 소극적이면 주변기기의 수명 및 성능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경험도 들려줬다.

조명 역시 실내 인테리어에 맞춰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램프만 20여 종 가까기 교체해가면서 깐깐하게 고른 덕에 고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듣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음식물을 취급하는 만큼 위생을 위해 해충방제 전문 기업의 솔루션을 도입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성인 고객 타깃팅 1. 깨끗한 실내 공기질
또 하나 놀란 것은 실내 공기질이었다. 아이엠피씨는 고급화를 추구하는데다가 상권 특성상 성인층이 주요 고객이다. 당연히 흡연 고객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연유에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유지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이나연 사장이 지목한 것은 닥트였다. 아이엠피씨의 닥트는 흡연실용, 실내용, 조리실용이 각자 개별로 설치되어 독립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담배 피우는 분들도 담배 냄새 나는 것은 싫어하기 마련이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아예 분리해 설치했다. 배기나 공조기 성능이 부족하면 조리실로 흡연실 공기가 역류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원천 차단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평일 낮 시간에도 전체 250석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고객으로 차있다는 사실이 대변해주고 있다.

성인 고객 타깃팅 2. 3개의 흡연실과 수제 담배
아이엠피씨는 디귿(ㄷ)자형 구조인데, 투명 창으로 디자인된 흡연실 총 3개가 마련되어 있다. 성인 고객들이 자신의 좌석에서 가까운 흡연실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큰 흡연실 1개 보다는 조금 작은 흡연실 3개를 설치해 고객의 이동 경로를 최소화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흡연실은 완전히 분리된 닥트 설비가 되어있고 흡기 성능을 높여놓은 터라 흡연 고객의 이용이 빈번함에도 불구하고 담배연기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아이엠피씨에는 독특한 것 하나가 있는데, 수제 담배를 숍인숍 형태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2015년 담뱃값이 크게 인상되면서 유행하기 시작한 수제 담배는 담뱃잎을 세절한 각련을 판매하거나 직접 말아줄 경우 담배사업법에 위반되지만 담뱃잎만 판매하고 소비자가 직접 튜빙기로 담배 형태를 만들어 흡연하는 것은 인정된다.

성인층이 주요 고객이고 흡연실에 많은 공을 들인 만큼 수제 담배가 비치되어 있는 것이 어찌 보면 콘셉트가 잘 맞아떨어진다. 다만, 담배사업법에서 판매를 제한하는 전자담배나 씹는담배가 아닌 수제 담배라는 점과 직접 판매가 아닌 숍인숍이라는 점은 위법 요소를 철저하게 배제하기 위한 측면이었다.

성인 고객 타깃팅 3. 고사양 라이젠 PC
이나연 사장의 마지막 고민은 시설임대업으로서의 경쟁력, 즉 PC였다. 아이엠피씨의 카운터 한쪽에는 라이젠 5의 박스가 마치 타일처럼 빼꼭하게 쌓여있다. 매니저 생활 당시 고성능 PC의 필요성을 인지한 터라 창업 시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PC를 직접 지정했다.

우연히도 창업을 결심하고 오픈을 준비할 즈음 <배틀그라운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고성능 PC는 더 이상 ‘필요’가 아닌 ‘당연’한 요건이 되었다. 6코어 12쓰레드인 라이젠 5 1600, 16GB 메모리, RX570 4GB로 구성된 아이엠피씨의 PC를 고객들이 먼저 알아봤고, 이내 입소문이 나면서 오픈 초기 단골을 형성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고객 입장에서 인기 게임이 잘 안되던 PC를 업그레이드해서 개선한 것과 처음부터 잘 되는 것은 분명 체감차가 있다.

AMD 라이젠 시리즈가 잘 나온 제품이고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는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영업용 PC로 선택하는데 있어 고민은 없었는지, 그리고 실제 운용 후기는 어떤지 궁금했다.

이나연 사장은 “두 달 동안 사용하면서 발열이나 소음 문제는 전혀 없었고, PC를 잘 아는 고객이나 잘 모르는 고객들 모두 만족하고 있으니 그 자체로 이미 증명된 것”이라며 주변의 말이나 루머 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판단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엠피씨에는 <배틀그라운드>가 잘 돌아간다는 입소문을 쫓아 모여든 고객이 많으며, 점유율 역시 40%를 넘는다고 귀띔했다. PC방 태동 이래 가장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에서도 쾌적한 게이밍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고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방증이다.

게임을 잘 못하다보니 역설적으로 고사양 게이밍 PC 인식 높아져
사실 이나연 사장은 게임을 잘 못한다. 적응이 어렵고 조작 속도가 느리다보니 FPS나 AOS 등 인기게임에서 지기 일쑤고, 그러다보니 쉽게 흥미를 잃는다고 한다. 때문에 오래전부터 즐기는 게임은 <심즈>였다. <심즈>와 <문명> 시리즈와 같은 부류의 게임은 사실상 오픈월드 방식으로 화면 밖의 환경과 오브젝트 모두가 실시간으로 연산되어야 하고, 그 결과 값 역시 실시간으로 상호작용을 해야 하기 때문에 CPU와 메모리 요구사양이 매우 높다. 물론 그래픽카드도….

이런 까닭에 오래전부터 고사양 게이밍 PC에 대한 이해가 높았다. 그래서 창업 시 고사양 게이밍 PC를 필수 요건 중 하나로 꼽게 된 것인데, 마침 <배틀그라운드>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나연 사장의 지론은 성공 창업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인력 관리 힘들지만 중요해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나연 사장은 인력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만석이 되는 주말에는 동시간대에 5명을 배치했고, 평일에도 최대 4명을 배치했다. 250대 매장이라 해도 결코 적지 않은 직원 수인 것은 분명하다.

이나연 사장에 따르면 매니저 일을 하면서 성인 고객 비중이 높아야 롱런할 수 있고 수익률도 높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먹거리에 많은 공을 들이다 보니 일손이 자연스레 많이 필요해졌다고 한다. 물론 먹거리 매출 비중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진 터라 충분한 인력을 활용하는 운영 방식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물론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내년도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되기 때문이다. “연말까지의 운영 결과를 꾸준히 살펴보면서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지만, 가능하다면 지금의 방식을 이어가고 싶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주변 PC방 대비 2배의 이용요금
아이엠피씨의 이용요금은 시간당 1,000원으로, 인근 상권 평균보다 높게 책정되어 있다.

“오픈 전에 주변 매장들을 찾아가 제살깍기식 가격 경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인사를 다녔는데, 인근 매장 사장님들이 오히려 주변보다 비싸게 해서 괜찮겠냐고 걱정을 해주시더라”

널찍한 통로와 좌석 간격, 고사양 PC, 배 이상 설치된 환기 시설 등 시설투자비만 해도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결코 낮은 금액으로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프리미엄 좌석이나 고급화 전략 등이 트렌드인 만큼 고급화는 충분히 소요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고, 결과는 지금까지 이나연 대표의 계획대로 잘 흘러가고 있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저서를 통해 제시한 ‘자신을 위한 작은 사치’는 실제 지난 2년간 급격하게 확산되어 왔다. 아이엠피씨가 추구한 방향이 이 부분과 잘 맞아떨어지면서 젊은 성인 고객층에게 높은 만족도를 선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작은 경험들이 쌓이고 융합되어 세대의 트렌드와 궤를 함께 하게 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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