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스팀 계정 있나요?”

요즘 PC방 업주들이 매장을 찾은 낯선 고객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다. 계정 대여를 금지하고 있는 스팀(Steam) 약관을 설명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날로 치솟는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마냥 스팀 계정을 빌려달라는 낯선 고객들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고객이 여기까지만 한다면 성가신 정도로 끝날 테지만 계정을 빌리려는 경우는 보통 여기서 끝내지 않는다. 발길을 돌려 출입문을 나갈 때 꼭 “저 쪽 PC방에서는 빌려주던데요?”라고 한 마디를 내뱉어 가뜩이나 가을 비수기를 맞아 심란한 PC방 업주의 신경을 긁어놓는다.

실제로 PC방 업주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서는 스팀 계정 대여에 관련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스트레스의 핵심은 고객의 계정 대여 문의가 아니라 다른 PC방 매장에서 계정을 대여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해당 문제를 처리해야 할 원저작권자이자 개발사인 블루홀은 계정 대여와 관련해 대외적으로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처리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때문에 PC방 업주의 스트레스는 ‘나는 현행법과 게임사의 약관을 준수해가며 어렵게 장사하는데 버젓이 편법적인 방법으로 장사하는 매장은 딱히 제재를 받지 않는 현실’에 대한 스트레스인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스팀 계정 대여의 시발점인 <배틀그라운드>가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이기 때문이다. 일부 PC방의 스팀 계정 대여로 인해 <배틀그라운드>에 접속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자 사회적 논란이 되었다.

덕분에 경찰이 엉뚱한 신고를 받고 PC방에 출동하거나,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무고한 PC방들까지 찾아다니며 행정처분 기준을 설명하고, 일각에서는 시설제공업인 PC방에 게임제공업에나 적용될 법한 규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불행히도 PC방 업주는 이런 스트레스를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 서울 관악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A씨는 “<배틀그라운드>가 뜨면서 유저 개인이 게임을 구매하는 스팀이 각광을 받는 점이 너무 좋다. 그런데 일부 몰지각한 PC방 업계 종사자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서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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