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이더리움, 제트캐시 등 가상화폐 광풍이 몰아치면서 PC방 업주들 또한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에는 고객들의 PC 이용이 끝나면 자동으로 가상화폐 채굴을 시작하고, 고객이 PC를 작동시키면 채굴을 중단하는 일종의 자동 채굴 프로그램이 PC방 업계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예 PC방을 가상화폐 채굴장으로 전환한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건비와 물가는 쉼 없이 오르는데 PC방 요금은 오히려 내려갈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먹고 살기 위해 수익이 난다는 일에 눈길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가상화폐는 채굴을 통해 무(無)에서 일정의 가치를 얻는다는 점, 높은 보안 수준, 외환관리법 비적용 대상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급성장하고 있다.

다만, 금융감독원에서 가상화폐 투자 유의사항을 발표한 것과 같이 법정화폐가 아니라는 점, 가치 급락으로 인한 손실 발생 우려, 다단계 유사코인 주의, 해킹 등의 위험, 취급업자의 안정성 주의가 당부되고 있다.

그 누구도 발행과 지불을 보증하지 않으며, 실물에 근간하지 않는다는 점 등 다양한 위험요소가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개인의 선택 사항이지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PC방의 그래픽카드 다운그레이드와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묻지마식 채굴 시도다.

우선 그래픽카드 다운그레이드는 극히 소수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로 업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개인 유저와 달리 PC방에는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가 과열되면서, 특히 GPU 연산을 통해 얻는 가상화폐들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수많은 채굴업자들이 그래픽카드 매집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그래픽카드는 제조사 단에서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가격이 급등했다. 아예 중고 가격이 과거 신품 가격의 2배 가까이 높아지는 등 소위 웃돈을 주고서라도 싹쓸이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이내 개인 유저를 넘어 다량의 그래픽카드를 보유하고 있는 PC방으로 유혹의 손길이 뻗쳤다. 이 상황에서 기존 GTX1060을 비싼 가격에 팔고, GTX960이나 760 중고를 사서 다운그레이드 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남기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PC가 한 두 대가 아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차액이 발생하다보니 어려운 영업 환경 속에서 관심이 생길법도 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얻은 차액보다 더 큰 기회비용을 잃게 된다.

당장 최근 게임 유저들이 PC방을 찾는 주요 원인으로 인터넷 방송 등을 위한 프리미엄 좌석과 <배틀그라운드>로 대변되는 고사양 PC가 큰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반대로 그래픽카드를 다운그레이드한 PC방은 <오버워치> 인터넷 방송을 낮은 그래픽 옵션으로만 할 수 있는 곳,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하기 어려운 곳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의미다.

나아가 PC방은 뛰어난 PC 하드웨어가 제공되는 놀이공간이라는 시설임대업으로서의 지위를 무너뜨리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보다 더 위험한 것이 바로 묻지마식 채굴 시도다. 채굴은 결국 효율성과의 싸움으로, 소위 ‘꾼’들이 6 Way 시스템을 이용하고, 전기요금을 낮추기 위해 산업시설을 신축해 분양하는 것이 괜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여름은 ‘전기요금 폭탄’으로 불리는 할증제가 시행되어 PC방 PC를 통한 채굴은 전기요금도 뽑기 어렵다. 여기에 하루하루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채굴 속도를 기준으로 1년에 몇 개라는 식의 광고 문구는 말 그대로 사탕발림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에 따라 자영업의 쏠림 현상이 가장 큰 대한민국이라지만, 적어도 향후 6개월에 대한 시뮬레이션 자료는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뛰어들어야 한다. 무더위 속에 늘어나는 전기요금과 극도의 과부하로 내구수명이 줄어든 하드웨어로는 가상화폐 거품이 가라앉고 난 후 재기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 자명하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는 옛말이 있다.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임시방편으로 일을 처리하는 행위를 일컫는 얘기다. 일부 PC방 업주들의 그래픽카드 다운그레이드에 해당되는 얘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