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6월호(통권 31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6월 21일 출시 예정인 <리니지M>이 장안의 화제다. 게임을 대중에 정식으로 소개하는 미디어 쇼케이스가 개최된 지난 5월 16일 당일에 이미 사전 예약자가 400만 명을 넘어선 상태였다. 사전 예약자 증가 추세대로라면 론칭 시 5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될 정도다. 더욱이 캐릭터 사전 생성을 시작한 5월 16일 자정에는 너무 많은 유저가 몰려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이처럼 소위 ‘대박’ 이 기정사실화된 <리니지M>은 PC방에 복잡한 감성이 녹아든다. 원작 ‘리니지’를 모티브로 한 엔씨소프트의 주요 타이틀들이 저마다 PC방에 나름의 의미를 갖고 이정표가 되었기 때문이다. PC방에서의 ‘리니지’ 를 돌아보았다.

첫 번째 ‘리니지’, <리니지>
<리니지>가 1998년 9월 1일 출시되면서 당시 한국 게임시장에는 큰 변화가 시작됐다.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나라>가 온라인게임의 시대에 첫 걸음을 내딛게 하고 PC방의 온라인게임 환경을 태동케 했다면, <리니지>는 온라인게임이 한국 게임시장의 헤게모니를 쥐게 한 장본인이었고 PC방의 성장을 함께 한 동반자였다.

 

현피(현실PK), 납치 시도, PC방 랜선 절단, 오토마우스, 작업장, 현금거래, 인게임 사기, PK단, 단체(혈맹) 내 프락치, CS 센터 생떼거리, 블랙컨슈머, 아이템 복제, 욕설 등 온라인게임이 야기할 수 있는 온갖 부작용을 다 보여줬다. 온라인게임을 처음 접한 대중이 겪은 괴리감이 투영된 결과로, 역설적으로 향후 게임 문화 정착에 반면교사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게임업계 최초 CS센터 설립, 고객 대응 매뉴얼 확립, 한국 게임업계 최초 유가증권 상장 등 선도적인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리니지>는 온라인게임 분야뿐만 아니라 한국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사상 초유의 성공을 거두었고, 누적 매출 기록은 아마도 수년 내 깨지긴 어려워 보인다.

이런 기록 속에는 PC방 역할이 숨어있다. 혈맹의 오프라인 모임과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은 PC방 밖에 없었다. 더욱이 일사불란한 전투 지휘와 프락치 우려 등에 공성전 및 혈맹 간 충돌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혈맹원들이 PC방에 집결했다. 심지어 PC방 단위로 혈맹이 구성되는 사례도 흔했다. 더욱이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PC방은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PC와 빠르고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을 함께 갖춘 더할 나위 없이 멋진 공간이었다.

결국 PC방은 <리니지>의 흥행을 도왔고, <리니지>는 PC방의 성장을 도운 상호 보완적 관계였다. 단언컨대 PC방이 없었다면 기념비적인 성공을 거둔 지금의 <리니지>도, 지금의 한국 게임산업도 없었을 것이다.

두 번째 ‘리니지’, <리니지2 레볼루션>
2012년 이후 모바일게임 산업의 가파른 성장으로 온라인게임이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게임산업은 고사양의 높은 경험성을 강조하는 온라인게임과 대중적이고 손쉬운 모바일게임으로 양분화되기 시작했다.

 

온라인게임 신작수가 감소하고, 모바일게임을 처음 접한 유저들은 좀 더 많은 시간을 모바일게임에 할애하면서 ‘PC방 고객 감소의 원인은 모바일게임’이라는 적대감이 표출되기도 했다.

이런 모바일게임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한순간에 바꿔놓은 것이 <리니지2 레볼루션>이다. 온라인게임이 그러했던 것처럼 대중성을 위해 낮은 사양에 맞춰 개발하던 모바일게임 업계의 관례를 깨고 과감하게 고사양으로 출시했다. 당시 대부분의 모바일게임 권장 디바이스는 갤럭시S2이고 좀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경우도 갤럭시S3 정도가 일반적이었던 반면, <리니지2 레볼루션>은 갤럭시S5였다. 이마저도 AP 이용률이 높아 전력소모와 발열이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결국 앱플레이어의 필요성이 커졌고, 다중 클라이언트를 위해 멀티태스킹 성능이 뛰어난 PC의 필요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공교롭게도 온라인게임으로는 고사양에 해당하는 <오버워치>의 흥행으로 인해 PC방은 고사양 PC로 업그레이드된 상태였던 터라 ‘온라인게임 + 모바일게임(앱플레이어)’이라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새로운 경쟁력을 자연스레 갖추고 있었다. 결국 PC방에 앱플레이어가 정착되고 모바일게임이 PC방 주요 콘텐츠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기념비적인 현상이 발현됐다.

실제 앱플레이어는 전국 PC방 가운데 45% 가량에서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고, 그 가동 시간은 PC방 점유율 1.7%로 점유율 순위 10위권 전후의 <디아블로3>와 엇비슷하게 집계됐다. <리니지2 레볼루션> 혈혈단신으로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 외에도 소비자는 모바일 디바이스 기반이라 할지라도 더 뛰어난 경험과 더 우수한 퀄리티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해준 것이며, 잘 만들어진 모바일게임은 PC방에도 주요 콘텐츠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세 번째 ‘리니지’, <리니지M>
이제 한국 게임시장은 <리니지M>에 주목하고 있다. 론칭 전에 400만 명 이상이 기대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파급력을 내포하고 있는 상태며, ‘리니지’ IP에 대한 수많은 가능성을 확인해볼 시험대이기도 한 까닭이다.

 

이 가능성이라는 시험대에는 PC방도 포함된다. <리니지2 레볼루션>이 앱플레이어로 PC방과 모바일게임을 엮어준 밸류 크리에이터였다면, <리니지M>은 모바일게임을 정착시키는 밸류 캡처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원작 <리니지> 유저의 플레이 타임을 늘리고, 나아가 휴면 유저를 복귀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점만 놓고 봐도 충분히 긍정적이다.

비록 <리니지M>이 원작 <리니지>와 거의 똑같이 만들어져 독창성에서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지만, 이는 다시 말해 역대급 상업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아이템 거래, 강화, 확률형 아이템, 버그베어 경주, 혈맹, 극한의 PvP, 공성전, 사냥터 독식 등 플레이타임과 ARPU를 자극할 요소도 풍부하게 도사리고 있다. 소위 ‘쫄’과 공성전 대비를 위한 채비에 오토(자동사냥)는 필수 아닌 필수로 예견되고 있다.

물론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환경을 고려한다는 명분으로 자동사냥 기능을 내장했다. 여기에 권장사양이 갤럭시S5였던 <리니지2 레볼루션> 보다 한참 낮은 갤럭시S3인 <리니지M>은 멀티태스킹과 다중 클라이언트 구동에 훨씬 유리하다. <리니지2 레볼루션>보다 더욱 더 앱플레이어의 이용 빈도가 높아질 것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리니지M>은 <리니지>와 <리니지2 레볼루션>에 이어 ‘리니지’ IP의 정통 후계자로, 여러 의미에서 PC방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길 것이다. 다만, 그 유저풀과 플레이타임을 PC방과 얼마나, 어떻게 연계해나갈 것인가만 숙제로 남은 상태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