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2월호(통권 31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업계를 모래알에 빗대어 표현하고는 하는데, 서로 뭉치지 못하고 바람이 불면 바람이 이끄는 대로 흩어지는 모래의 특성을 PC방 업주들의 동업자 정신 부재를 꼬집어 풍자하는 것이다. 올해는 유독 이런 문제점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2016년은 <오버워치>로 시작해 <오버워치>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버워치>를 빼고는 2016년을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PC방 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신작 흥행 효과로 매출이 크게 상승했고, 신규 고객 유입도 늘어났다. 반면, 신작 효과가 둔화된 현재 다시 <오버워치> 이전의 매출 수준으로 돌아간 상태다.

그 <오버워치>가 예상치 못한 문제도 일으켰다. 게임물 이용등급 위반 신고 전화가 장난처럼 유행하면서 적지 않은 PC방이 곤혹을 치렀다. 오히려 신고 전화가 빗발쳤던 당시보다 지금이 더 심각하다.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지면서 영업정지 통보를 받는 PC방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유독 모래알과 같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PC방 업주들이 힘을 합쳐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노력보다 개별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려했다. 다른 지역, 다른 PC방 업주들의 사정은 알 바가 아니었다. 누구는 빨리 처리해버리겠다며 벌금과 영업정지 기간에 갈음하는 과징금을 내버리고, 또 누군가는 주변에 간절한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처럼 PC방 업주들의 개별적인 움직임이 두드러졌던 책임은 1차적으로 PC방 단체에 있다. <오버워치> 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한 초기에 PC방 단체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했다. 일부 단체 소속 회원들이 경찰로부터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위반으로 처분을 받기 시작한 이후에야 해당 지역 임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도 핵심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겉으로만 맴도는 바람에 결국 골든타임을 놓치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PC방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전국의 상당수 PC방이 행정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사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제시한 곳도 PC방 단체가 아니다. 인문협과 콘텐츠조합이 개별적으로 움직이며 한계를 드러내자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자리를 마련해 의견 청취 후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한 다음부터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모래알로 표현되는 PC방 업종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났다. PC방 업주들은 단체에 기대지 않았고, PC방 단체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해결 방법도 찾지 못해 사태를 키웠다. 다행이라는 점은 뒤늦게라도 인문협과 콘텐츠조합, 3대 PC방 커뮤니티가 모여 <오버워치> 사태에 공동대응하기로 결정하고 PC방생존권사수연대를 다시 발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PC방생존권사수연대도 몇몇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많은 PC방 업주들의 공감대를 얻어내지 못하고, 일부 업주들은 이 연대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 이면에는 당장 내가 처한 문제가 아니라는 PC방 업주들의 이기심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PC방 업계가 모래알에 빗대 조롱을 당하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2016년은 이 같은 업종 내 취약점이 유난히 부각된 한 해였다. PC방 업계의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였던 윈도우 사태나 PC방 전면금연화 사태 당시에는 이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 최소한 연대가 구성되면 응원했고, 누군가 피해를 입으면 위로하며 공감했다.

올해처럼 모래알 같은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언젠가는 결국 나에게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또 누군가 무관심하게 외면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가까운 동종업 종사자들의 소식을 관심 있게 접하고, 온라인상에서 댓글로나마 응원하는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

광화문의 촛불이 바람에 꺼지지 않고 횃불로 번지고 있듯 <오버워치> 사태 해결을 위해 모인 PC방생존권사수연대가 모래알을 뭉쳐 바위로 만드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First they came…(그들이 왔다)’의 마지막 문구가 지금의 PC방에 필요한 격언이 아닐까 한다.

그 다음에는 내가 잡혀갔다.
그러나 내가 잡혀갈 때는 이미
항의해 줄 그 누구도 남아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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