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업계의 선두 업체들은 소비자의 불만을 신경쓰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면 사먹을 사람은 다 사먹을 것이라는 배짱을 부리며 제품의 가격 인상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과자에서 생쥐머리로 판단되는 이물질이 나오고, 참치캔에서 칼날이 나오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사태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가격인상은 원가 인상 요인 주장 등의 대응 논리가 가능하지만, 식품 안전성의 문제는 신의와 신뢰에 대한 것으로 사과와 철저한 조사를 통한 재발 방지 약속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소비자의 권리의식이 높아져 과거처럼 유야무야식으로 넘어가는 것이 힘들뿐더러, 소비자의 집단 행동으로 이어질 경우 회사에 치명적인 타격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금의 생쥐머리 새우깡과 칼날 참치캔 사태의 파장을 바라보면서, 소비자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PC방 업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헬게이트 런던’과 ‘프리스톤테일 2’가 가장 최근의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외적인 요소도 있겠지만 게임의 가장 큰 시장인 PC방 소비자에 대한 배려와 태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헬게이트 런던’은 시작부터 퍼블리싱을 맡고 있는 한빛 소프트의 부정적 이미지를 안고 출발하였고, 유료화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였다. 한빛이 업소용으로 판매한 ‘카운터스트라이크’ 패키지의 PC방 이용에 문제가 생기자 회피에 급급하면서도 자사가 유통했던 ‘스타크래프트’의 병행수입 제품 사용이 불법이라며 조사하러 다녀 PC방의 미움을 샀기 때문이다.

예당 온라인은 ‘오디션’을 서비스하면서 PC방 과금을 하지 않는 등 PC방에 친화적인 정책을 펼쳐 많은 PC방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회사다, ‘프리스톤테일 2’도 예당온라인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바탕으로 현재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오디션도 수많은 경쟁 게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거의 모든 대형 포탈사이트에 경쟁 게임이 존재함에도 PC방에서 오디션을 제치고 굳이 경쟁 게임의 설치를 우선 순위에 두지는 않을 것이다. 피망이 ‘알투비트’를 포함한 개별 게임에 PC방 과금을 실시한 이후 하락세를 걷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는 PC방의 체계적인 분석이나 집단 행동에 기인한 것이 아닌, PC방 업주들의 잠재된 의식의 표출로 볼 수 있다. 꾸준히 PC방과 친화적인 정책을 펴 온 예당온라인의 노력이 PC방의 업주들의 지지로 이어져 ‘프리스톤테일 2’의 성공적인 PC방 진입을 유도한 셈이다.

반대로 입버릇처럼 PC방과의 상생을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웹젠의 행보를 되짚어보면 진정한 상생은 무엇이고, PC방은 소비자로서 정당한 대접을 받고 있으며 소비자로서의 권리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게 된다.

웹젠은 작년 2월에는 포스데이타와의 연계를 통해 가정 또는 개인 컴퓨터에서 게임을 하며 PC방의 모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도하려다 업계의 반발로 6일 만에 철회한 바 있다. 업계의 통합 요금에서 PC방의 선택권 보장 요구에도 공정위의 시정 명령이 내려질 때까지 요금제도를 고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일련의 사건에 대해 웹젠은 소비자인 PC방에 한 마디의 사과도 없었다. 생쥐와 칼날로 대변되는 작금의 식품업체의 모습과 비견될 수 있는 사건들이었지만, 소비자인 PC방은 자신들이 찾아야할 권리조차 모르는 모습이었다.

최근 각 게임사의 마케팅 담당자가 교체되면서, 일부 PC방 언론에 PC방과의 상생 등 정책 마인드를 밝혔다. 포부는 엿볼 수 있었지만 많은 부분에서 PC방의 정서에 무지한데다, 심지어 소비자인 PC방을 무시하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왜 소비자가 무시를 당해야 하는가?

PC방에 묻고 싶다. PC방 업계는 PC방 정서에 반하는 생쥐머리 게임이 나와도 계속 당하고 있을 것인가?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찾아가야 하지 않는가? 무엇이 소비자로서의 권리인가? PC방에 친PC방을 지향하는 게임사의 게임포스터가 부착되어 있고, PC방 고객에게 친PC방적인 게임사의 게임을 권장하고 우선적으로 설치하고 있는지를 묻고 싶다.

PC방이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찾기 위한 작은 움직임이 생겨나고 모아질 때 진정 소비자로서의 힘이 생기며, 더 이상 게임사가 PC방을 무시하거나 정서에 반하는 정책을 펴지 못할 것이다. 서로의 권리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 그것이 PC방과 게임사의 진정한 상생을 위한 시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 이사장 최 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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