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12월호(통권 30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재 PC방은 다양한 자영업들 중에서 사양세로 꼽는 첫 번째라고 해도 무방한 업종이다. 각종 통계조사에서 PC방은 언제나 일정 기간 내 생존율 최하위, 폐업률 최상위를 기록하고 있으니 완전히 틀린 얘기가 아닌 것이다.

PC방을 옥죄는 규제도 규제거니와 흥행가도를 달리는 성인용 온라인게임도 없고 전국의 모든 PC방이 야간 매출 하락에 허덕이고 있다. 또 고사양 온라인게임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업그레이드에 대한 필요성도 못 느끼지만 업종의 특성상 시즌마다 값비싼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압박감까지….

여기서 끝난다면 참 좋겠지만 피 말리는 가격 경쟁, 대형 매장 오픈, 매장 고급화 추세에 따른 부담도 더해진다.

때문에 현업 PC방 업주들 가운데서 매장의 존폐와 업종의 미래를 고심해보지 않은 경우는 드물 것 같다. 이런 심란한 시기에 PC방 창업을 강행한 PC방이 있다. 폭발적인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상권도 아니고 누구의 눈길이든 단박에 사로잡을 독특한 아이템으로 무장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초소형 매장이다.

이제 막 PC방 업계에 발을 디딘 사람은 어떤 생각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준비 과정을 통해 매장의 문을 열게 되었는지, 또 이 글을 읽는 독자들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하다면 파주시 탄현면이라는 작은 시골에 자리잡은 ‘팬더 PC방’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시골에 위치한 작은 매장
팬더 PC방은 한 시골 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한 작은 매장이다. 인구가 많지 않은 한적한 지역이다 보니 매력적인 상권으로 분류하기는 힘들고 PC는 총40대로, 최근 오픈하는 PC방들이 200~300대임을 감한하면 초소형이라 할 수 있다.

다만 PC방 업주들이 한 가지 부러워할 만한 점이 있다면 주변 PC방과의 경쟁이 그리 치열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경쟁 관계라고 볼 수 있는 매장이 2곳뿐이고 매장 사이의 거리도 상당하다.

정연희 사장은 이에 대해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PC방이 가지는 최고 장점이 아닌가 싶다. 다른 PC방 사장님들이 호소하는 이웃 PC방과의 분쟁이나 신경전에서는 자유롭다”고 말했다.

이어서 대형 매장 특유의 압도적이고 삭막한 느낌이 싫다며 정겹고 따듯한 분위기가 팬더 PC방의 강점이라고 덧붙이는 등 매장에 대한 애정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 PC방 이러면 안 되는데…”
지역 인구가 인구인 만큼 상권 자체가 PC방에게 매력적이지 않았고, 실제로 근처에 PC방이 하나 있었는데 지역 인구가 줄면서 문을 닫았다. 시기적으로, 위치적으로 PC방 창업에 빨간불이 들어온 셈인데 PC방을 오픈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정연희 사장은 자신을 알바부터 시작해 업주가 된 케이스라고 소개했다. 야간 알바로 근무하다가 지난 10월 팬더 PC방을 인수했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것은 11월 25일부터라고 했다.

부업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PC방 창업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일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매장의 결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막무가내로 담배를 피우는 손님에 대한 제재가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단골손님들이 빠져나갔다.

매장 규모와 상권의 한계가 분명해 큰돈을 벌기는 어려워 보였지만 시골동네 사람들이 즐겨 찾는 문화시설로, 밝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PC방으로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용단을 내렸다.

5년 된 PC, 그래픽카드 바꾸고 노하드솔루션 도입
인수를 결정한 다음 가장 먼저 한 일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손님들의 발길을 다시 되돌리는 것이었다. 우선 PC방의 핵심인 PC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경쟁 PC방이 없었던 탓인지 PC 사양이 4~5년 전 모델이었고, 온라인게임을 쾌적하게 플레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매장 인수에 이미 목돈을 들였기 때문에 일명 PC 통갈이는 불가능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손님들의 체감을 최대화하는 방향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했고, 게이밍 경험에 가장 큰 축을 담당하는 그래픽카드만 조텍 750ti 모델로 교체했다.

또 PC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판단 하에 매장 관리의 편의성까지 도모할 수 있는 노하드솔루션도 도입했다. 정연희 사장은 효과가 즉각적이었다며, 손님들이 쾌적하게 게임을 플레이하고 만족감을 나타내니 더할 나위가 없다고 했다.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았다
한편, 득보다 실이 많다고 생각해 몰지각한 흡연 손님에 대한 제재도 단단히 했다. 가뜩이나 손님이 없는 야간 시간대 매출이 걱정이 됐지만 매장 평판에 치명상을 입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흡연자들의 흡연실 이용이 저조한 까닭은 기존 흡연실이 너무 비좁고 매캐하기 때문이었다. PC가 더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흡연실을 쾌적하게 만들었다. 아예 화장실부터 창고로 이어지는 동선 전체를 흡연실로 만들었다. 이는 매장 전체의 1/6 정도의 규모다.


또 낡고 중심이 어긋난 의자, 키보드와 마우스도 교체했다. 정연희 사장은 당초 구상했던 풋풋한 PC방을 완성하려면 아직도 멀었다며 12월에는 누렇게 찌든 내벽과 유리도 깨끗하게 닦아낼 계획이라고 했다.

초소형 매장의 요금은 얼마일까?
팬더 PC방의 요금은 시간당 1,000원, 학생은 800원으로, 이는 사장이 바뀌기 전과 동일한 요금제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상권이고 업그레이드까지 단행했으니 요금을 인상해도 무방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격책정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정연희 사장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기존 요금제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굳이 이유가 있다면 매장을 즐겨 찾던 손님들에게 부담을 안기는 것이 꺼려졌기 때문이라고, 또 손님들에게 PC방 요금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를 하는데 학생 손님들의 형편을 고려하면 800원에서 1,000원이 딱 적당하다고 했다.

마치며…
PC방을 잘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보기에 팬더 PC방의 오픈은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다. ‘PC방을 차리느니 차라리…’, ‘거기다 오픈하는 것보다는…’, ‘돈 더 모아서 더 크게…’ 등 갖은 생각이 뇌리를 스치지만 오만일 수도 있다.

도심 한복판에 개장한 거대한 PC방만 PC방이 아니다.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작고 아늑한 PC방도 분명 PC방이다. 시골동네의 대표 문화공간이자 마스코트가 되고 싶다는 팬더 PC방이 주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PC방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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