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업주들 사이에 대형 PC방과 경쟁하기 위한 확장 공사가 화두다. PC방 업계에 ‘PC 대수가 깡패’라는 말이 있듯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공사를 결정한 PC방 상당수가 단순히 공간을 넓히는 확장이 아니라 마치 2개의 매장이 연결된 형태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왜 그럴까?

최근 매장을 확장했다는 PC방 업주 A씨(35세)는 “PC방 손님은 크게 두 종류다. 시끄러운 손님과 조용한 손님. 서비스업은 손님에게 맞추는 업종이다 보니 손님의 유형이 나뉨에 따라 자연스럽게 매장도 둘로 쪼갰다”라고 말했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리그오브레전드>로 대표되는 팀전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을 한 공간에서 아우르기 힘들어 아예 분리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둘로 쪼개진 손님층 사이에서 발생하는 마찰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는 분리형 PC방 확장 공사의 이면에는 시끄러운 소리가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시끄러움을 인정하는 구역이 마련되고 있는 최근 추세는 소음과 고성에 대한 업계의 시각이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부산스러움과 시끄러움을 영업의 방해요인으로 인식하고 억제하려고 했던 과거 PC방을 떠올려보면 명백하다.

MMORPG가 온라인게임의 대세였던 시기에 PC방은 귀에 거슬리지 않는 수준에서 전투의 효과음, 배경음악, 마우스 클릭 소리 정도가 전부였다. 행여나 시끄럽게 굴다가는 옆자리에 앉아있는 무서운 아저씨한테 한 소리 들을 수도 있으니 자연스럽게 조용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세월이 흘러 AOS가 대세인 지금은 조용한 PC방을 상상하기 힘들다. 특히 중고등학생이 몰리는 피크타임에는 짜릿한 역전이 나왔을 때의 환호, 실수한 아군에 대한 비난 등 온갖 소리가 PC방을 가득 채운다. 예전의 그 무서운 아저씨도 이 소리들을 전부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과거 PC방이 타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게임을 해야 하는 공간이었다면, 현재의 PC방은 게임 속에서의 경험을 친구한테 호들갑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PC방 업주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교차하는 PC방의 특성상 단체로 게임하는 손님들에게 쥐 죽은 듯이 게임만 하라는 것은 무리다’라는 입장으로 바뀐 데에는 물론 점유율 절반에 육박하는 AOS게임의 등장이 한몫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PC방이 잃어버린 것은 바로 아까 그 무서운 아저씨 손님이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PC방을 이용하지 않는다”라고 응답하는 게이머들은 그 이유를 “PC방은 너무 시끄럽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PC방의 모든 손님들이 떠들기 시작하면서 “거 참 조용히 좀 합시다”라고 말할 엄두가 안 나는 게이머다.

예전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구분해 영업하던 때를 기억하게 하는 분리형 확장 공사가 시끄러운 PC방에 질려 발길을 끊은 게이머를 다시 되돌려놓는 해답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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