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9월호(통권 29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 임순희 이사장은 지난 2001년부터 PC방을 운영해 왔다. 보편적으로 2000년 이전 세대의 PC방 업주들을 1세대로 부르고 2000년 이후 PC방 업주들을 2세대로 부른다. 임순희 이사장은 경력 14년차의 베테랑 2세대 PC방 업주다.

임순희 이사장의 경력은 화려하다. 지금은 존재감이 사라진 모 단체의 인천지부장을 역임했었으며 중소기업중앙회의 각종 소상공인 관련 조직에서도 인천 지역을 담당해 왔다. 이 같은 대외적인 활동은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을 이은 콘텐츠조합 이사장으로 선출되면서 정점을 찍게 됐다.

특히 PC방 업계 최초의 여성 단체장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됐다. 실제 임순희 이사장은 그동안 남성과 달리 대외적인 활동에 소극적이었던 여성 PC방 업주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때문에 현재 콘텐츠조합의 주요 임원진에는 여성 PC방 업주가 대거 포함되어 있다.

더구나 PC방 업계의 모든 현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왔다. 대규모 집회 등 단체행동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어김없이 참여했고, 상권별, 조직별 갈등을 봉합해 오는 것에서도 능력을 발휘했다. 이 같은 이력들이 임순희 이사장이 단체장으로 선출된 배경이다.

그러나 임순희 이사장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PC방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임순희 이사장의 보보야 PC방을 방문해 단체장은 PC방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6년 전 인테리어 간직한 PC방
인천광역시 부평구에 위치한 보보야 PC방은 임순희 이사장이 PC방 업계 안팎에서 이름을 알린 후 임순희 이사장을 지칭하는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임순희 이사장이 각종 PC방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이 ‘보보야’이기 때문에 일부 PC방 업주들은 보보야를 더 많이 기억한다.

임순희 이사장이 14년 전 PC방을 시작한 계기는 1세대와 2세대 PC방 업주들이 대부분 그렇듯 PC방이라는 업종 자체가 잘 나가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PC방을 시작하기 전에도 다양한 자영업을 영위해 왔던 임순희 이사장은 전망이 밝았던 PC방에 관심이 쏠렸다.

   

현재의 보보야 PC방은 몇 개의 PC방을 거쳐 6년 전 오픈한 PC방이다. 아직까지 리모델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인테리어도 6년 전 오픈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최신 PC방 트렌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테리어지만 시설적인 측면은 조금 다르다.

대외 활동으로 다양한 PC방 트렌드를 직간접적으로 터득했기 때문에 인테리어 외에는 대부분의 시설에 최신 트렌드가 반영되어 있다. 다만, 구조적인 문제로 휴게음식점을 등록하지 못해 먹거리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최신 트렌드 반영된 운영방식과 시설
보보야 PC방은 아무래도 6년 전 인테리어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최신의 인테리어와 달리 다소 어둡고 낙후된 분위기가 난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PC방 업계의 최신 트렌드가 반영된 각종 시설물들이 커버하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고 있다.

최신 트렌드는 PC방에 들어서자마자 접할 수 있다. 최근에는 새롭지도 않은 선불결제기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었지만 선불결제기 옆에 ATM 기기를 설치했다는 점이 신선하다. ATM 기기는 최근에 오픈한 신규 PC방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시설이다.

또한 먹거리 트렌드를 반영해 휴게음식점 허가 없이 판매할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었으며, 사실상 모든 결제수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입구에서부터 신용카드, 직불카드는 물론, 틴캐시, 해피머니, 문화상품권, 티머니 등을 이용해서도 결제할 수 있다는 것을 안내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울러 보보야 PC방의 가장 큰 특징은 스포츠토토 가맹점이라는 것이다. 임순희 이사장은 PC방에 스포츠토토를 접목할 수 있도록 길을 연 장본인이다. 하지만 1층이 아니라 수요가 많지 않아 주목을 받지 못했고 지금은 PC방에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단체장이 PC방을 운영하는 법
사실 PC방 단체장이 본인이 운영하는 PC방을 더 발전적으로 개선한 사례는 없다. 과거 서울 강남 지역의 맹주로 이름을 떨쳤던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도 바쁜 단체 활동으로 본인 소유 PC방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했다.

다른 단체들도 마찬가지다. PC방 업종의 고수 중 고수로 알려졌던 역대 단체장들은 대외활동에 매진하면서 생계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업계를 떠난 단체장들도 많다.

그러나 임순희 이사장은 독특한 방식으로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있었다. 우선 PC방 운용시설의 기술적인 발전이 대외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바로 노하드솔루션이 나오면서 단체 활동이 수월해졌다고 한다.

인력 운용도 독특하다. 보보야 PC방의 근무자는 연령대가 비교적 높다. 20~30대 아르바이트 근무자 대신 고연령대 근무자를 채용하면서 임순희 이사장이 자리를 비워도 고객관리, 매장관리, 임기응변까지도 근무자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젊은 감각을 유지해 더 많은 고객들을 끌어들인다는 전략보다는 안정적인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마치며…
임순희 이사장은 베테랑 PC방 업주답게 PC방 운영, 관리에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와 기술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어지간한 남성 PC방 업주들보다 경험과 지식이 풍부하고 임기응변에도 능하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 사이에서 여장군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단체장 활동을 시작한 상황이지만 생계의 터전이라 할 수 있는 PC방을 더 발전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계획에도 충실하다. 조만간 6년 동안 정체 상태에 놓인 보보야 PC방에 리모델링을 단행할 예정이다. 과연 임순희 이사장이 단체장 활동과 PC방을 동시에 발전시켜 역대 단체장들의 징크스를 깰 수 있을지 꼼꼼히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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