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5월호(통권 29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전국 곳곳에서 PC 400대 이상의 초대형 PC방 창업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주로 대형 위주로 창업을 유도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일부 프랜차이즈의 지방 진출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소식에 중소형 PC방 업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이다. 대형 PC방과 악명 높은 프랜차이즈의 진출 소식만으로도 PC방 업계가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 같은 긴장감은 갈등을 유발시키는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비수기 영향이 가장 심하다고 알려진 4월, 일부 PC방 커뮤니티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갈등이 촉발됐다. 커뮤니티 간에 분쟁이 발생하는가하면 활동 영역을 두고 친분이 많은 PC방 업주들 사이의 갈등도 불거졌다. 누군가는 상처를 입었고, 누군가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모습이다.

더구나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대형 PC방의 오픈 이벤트나 상도에 어긋나는 호객행위 소식이 잦아지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도의적인 문제점을 꼬집는 날카로운 비판이 쏟아지는가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현실적인 문제이니 사사건건 관여하지 말라는 반응이다.

이들의 주장에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없다. 각자가 추구하는 PC방 운영전략의 차이가 상반된 의견을 만들고 있을 뿐이다. 또한 양쪽 주장을 자세히 들어보면 대부분 대형 PC방과 중소형 PC방의 대립구조가 여실히 드러난다. 이게 PC방 업계의 현주소다.

폐업률이 높기로 유명한 업종이 바로 PC방이다. 각 지자체가 발표하는 자료마다 PC방은 항상 폐업률 1위, 생존율 최하위 업종으로 거론되고 있고, 실제 신규 창업이 대폭 감소한 상태. 기존 PC방 업주들도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불황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신규 PC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기존 PC방 업주들의 공격적인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전국 주요 상권에서는 기존 PC방 업주가 추가로 대형 PC방을 오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위축된 시장 상황을 오히려 투자기회라 여기는 것이다.

이는 중소형 PC방을 생계형으로 운영하고 있는 업주들에게는 위협 요소다. 장기간 매출하락으로 투자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언제 내 주변에 대형 PC방이 오픈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다. 특히 최근 생겨나는 대형 PC방은 대부분 ‘고수’들의 매장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반대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 중인 PC방 업주들 입장에서는 중소형 PC방의 사정을 일일이 헤아릴 수는 없다. 가능성을 보고 대규모 투자를 했기 때문에 매출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다보니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중소형 PC방에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대형 PC방이 상도에 어긋나는 행위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고수들의 분점 확장 사례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중소형 PC방이 먼저 출혈경쟁을 시작하는 사례도 많다. 이는 모두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PC방 업계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지분투자 형식의 창업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투자여력이 있는 업주들은 지금도 어디선가 상권을 분석하고 입지를 찾고 있다. 반면에 투자여력이 없는 업주들은 같은 상권 내 신규 PC방의 등장을 경계하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갖가지 갈등 사례에는 이 같은 업계 분위기가 고스란히 투영된다. 신규 창업이 감소하면서 기존 PC방 업주들 간의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이다. 이 때문에 PC방 업종에도 일정 수준의 제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의 무분별한 진출을 규제하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PC방 상권은 1차적으로 번화가 상권과 동네 상권으로 구분된다. 대형 PC방의 경우 주로 번화가 상권에 진출하고 있고, 동네 상권에는 주로 중소형 규모 PC방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같은 개념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200대 규모의 PC방들이 동네 상권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기존 중소형 PC방은 규모 확장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사이 중소형 규모의 생계형 PC방들은 시나브로 폐업이 늘어나고 있다. 사실 출혈경쟁이나 상도의에 앞서 갈등이 도드라지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대형 자본 간 경쟁에서 도태되고 있는 생계형 PC방 업주들의 울분이다. 제도적 보호는커녕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조차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당장 PC방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로 상권질서 형성을 꼽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갈등과 분쟁으로 체력을 낭비하기에는 아직 PC방 업계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VPN 업체들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고, 다양한 규제 법안들이 국회에서 부화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 질서의 출발은 대형 자본을 움직이는 업주들이 그에 걸 맞는 옷을 입는데서 시작된다. 지금과 같이 분열과 대립이 지속되면 업계 전체가 주요 현안에 대응하지 못해 영업환경은 점점 더 악화될 것이며, 그것은 대형 PC방도 결국 피할 수 없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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