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2월호(통권 29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말, 크고 작은 암초로 고된 운항을 하고 있는 PC방 업계에 반가운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바로 PC방 업계를 이끌고 있는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 협동조합의 최승재 이사장과 거대한 암초로만 여겨지던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김 제임스 사장이 만나 서로 많은 것을 양보하고 큰 틀에서의 협력을 약속하는 상호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다.

PC방 업계에서 소위 ‘윈도우 사태’라고 칭하는 한국MS와의 오랜 저작권 분쟁이 비로소 해결 국면에 접어드는 것이 아닌지 희망을 갖게 하는 중대한 사건이다.

윈도우 사태는 PC방에서 주로 윈도우 XP를 사용하던 시절만 해도 간헐적으로 단속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질뿐 저작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사안이다. 그러나 2009년에 윈도우 7이 등장하면서 한국MS의 의뢰를 받은 법무법인이 활동을 시작했고,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떠올랐다.

문제의 발단은 한국MS의 일방통행식 PC방 정책이었다. 당시 PC방 7.0 캠페인을 진행한 한국MS는 세상에 없던 RR 정책을 꺼내들었고, 이전까지 PC방에서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윈도우 라이선스는 없었다고 언급했다. 이는 PC방과 한국MS의 갈등이 시작된 계기다.

당시 한국MS가 꺼내들었던 PC방 정책을 살펴보면 PC방 현실과는 지나치게 동떨어진 내용뿐이다. PC를 업그레이드하거나 교체하게 되면 윈도우를 다시 구매해야 하고 업주들 간 중고거래도 불법으로 규정했다. 고가의 최상위 버전의 라이선스만 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더구나 이 같은 정책이 적용되지 않던 기존 윈도우 XP 사용 PC방들에 대해서는 모두 불법 사용자로 규정하는 우를 범했다. 특히 고소고발까지 진행하면서 PC방 전용이라는 문구가 부착된 윈도우 XP CD를 보유한 PC방들이 무혐의 처분을 받는 사례도 발생했다.

사실 PC방 업계에 이 같은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당시에는 업주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상당수의 PC방이 PC방 전용 윈도우 XP를 보유하고 있거나 소프트웨어 저작권에 대한 의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하드웨어는 물론 인터넷 환경과 게임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윈도우 7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얘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PC방 입장에서는 윈도우 7으로 운영체제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지만 한국MS는 처음 꺼내든 PC방 정책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PC방의 운영체제 점유율은 MS의 윈도우 계열이 100%에 달한다. 아니 그냥 100%다.

결과적으로 PC방 업계는 윈도우 XP에서 윈도우 7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엄청난 혼란과 과도기적 진통을 겪어야만 했다. 서울역 앞에서는 한국MS 정책을 성토하는 PC방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집회가 열렸고, PC방 협단체에서는 불매운동이라는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하지만 PC방 업계의 극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한국MS는 법무법인을 통해 꾸준히 PC방에 대한 고소고발을 진행했다. 이 때문에 폐업하는 PC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아직도 일부에서는 한국MS의 일방적인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2015년 2월 현재, MS와 PC방의 골 깊은 반목이 5년이 지나서야 PC방 환경에 맞는 라이선스 정책, 생계형 소상공인 PC방 업주들이 접근 가능한 현실적인 요금정책, 고소고발이 아닌 구제 기회를 부여하는 배려는 콘텐츠조합과 한국MS의 MOU로 물꼬를 트게 됐다.

이번 MOU 체결식에 김 제임스 사장이 직접 참석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PC방이 주장하는 정책을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국내 최고의 결정권자이기 때문이다. 효과도 즉각적이었다. MOU 체결식 현장에서 김 제임스 사장이 PC방 ‘원키(ONE KEY)’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PC방 ‘원키(ONE KEY)’ 정책이란 모든 클라이언트 PC에 개별적으로 제품 인증을 받아 운영해야 한다는 기존 PC방 정책을 철회하고 하나의 라이선스 KEY로 모든 클라이언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의 변화다. PC방 특성을 즉각적으로 반영한 조치다.

MOU 체결 이후 협상안에 대한 기대는 더 크다. 앞으로 한국MS가 PC방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라이선스를 개발하겠다고 밝혔고, 소상공인이 접근 가능한 합리적 가격정책을 도입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여기에 더해 법무법인을 통한 무차별적인 고소고발도 지양하겠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미 고소고발을 당해 법률적인 문제에 부딪힌 PC방 업주들에게는 구제의 기회를 제공하고, MS의 PC방 정책을 자세히 안내해줄 헬프데스크를 콘텐츠조합과 공동운영하겠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책을 변경하지 않고 철옹성 같기만 했던 한국MS가 대화에 나서서 PC방 업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는 PC방 업계에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독과점에 의한 일방적 정책으로 돈을 지불하고도 불법사용자로 전락하거나,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인해 구매하지 못했던 PC방 업주들이 합법적인 사용자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더구나 최승재 이사장의 사회적 위치를 고려했을 때 PC방에 대한 한국MS의 정책은 소상공인 전체에 적용되는 좋은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PC방 업주들의 의견은 국내 소프트웨어 저작권 환경의 선진적 문화를 만드는 초석이 되는 것이다. 정작 실험대에 오른 것은 PC방 업주들이며, 이에 대한 숙제는 콘텐츠조합과 한국MS의 몫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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