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에서 손님들이 즐기는 게임 중 패키지 게임은 과연 얼마나 될까? 국민게임인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3를 제외한다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보통의 PC방 카운터에는 패키지게임의 케이스들이 진열돼 있지만 정작 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 됐다.

최근 국내에는 FPS게임 열풍이 불고 있지만, ‘배틀필드’부터 시작해서 최근 출시된 ‘콜오브듀티4’, ‘크라이시스’, ‘바이오쇼크’ 등 세계적으로 흥행한 FPS 게임을 PC방에서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힘이 들다. FPS게임 뿐만이 아니다. ‘니드포스피드’, ‘커맨드앤퀀커’ 시리즈 등 명작 게임들도 찾아볼 수가 없다. 단지 이 게임들이 고사양을 요구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게임들은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내에선 극소수만이 즐기는 ‘매니아’게임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유독 국내에서 패키지 게임이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방면에서 조명해보기로 했다.

첫 번째로는 홍보의 문제다.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대부분의 게임은 대형업체들이 경쟁을 해가며 퍼블리싱 및 홍보를 하고 있지만, 외국의 패키지 게임은 국내 온라인게임에 비해 홍보가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다. 패키지게임 유통사 나름대로 적잖게 홍보를 하고 있지만, 온라인게임에 비한다면, 패키지게임에 관심 없는 유저들은 그런 게임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벤트의 부재도 빈약한 홍보활동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새로 출시되는 게임들이 인지도를 쌓기 위해 크고 작은 이벤트를 여는 반면, 패키지 게임 시장에선 그런 것들을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보인다.

   
 

▲ '콜오브듀티4'는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두 번째로는 게임에 대한 접근성이다. 대부분의 패키지 게임은 미국에서 수입해오는 것들이고 영어로 되어있다. ‘영어 울렁증’이 만연한 국내에서 어찌 보면 영어투성이인 게임이 흥행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최근 한국 게임시장의 위치가 올라가 대부분의 게임이 한글화가 되서 나오긴 하지만, 이마저도 커뮤니티의 부재로 인해 흥행에 별다른 도움을 주진 못한다. 개인보다 단체 생활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커뮤니티 활동은 게임을 하는데 있어서 필수항목이나 다름없다.

마지막 이유로는 인터넷의 보급을 들 수 있다. 이 무슨 어처구니없는 소리인가 할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보자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온라인 게임이 거의 존재하지 않던 2000년대 초반까지는 대부분의 게임이 패키지 게임이었다. 하지만 그 즈음부터 초고속인터넷이 전국 방방곡곡에 퍼지기 시작했고 당연히 인터넷 상에서의 자료 공유도 원활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패키지게임들은 불법 복제가 되어 퍼지기 시작했고 그러한 행위가 점차 게이머들에게 뿌리내려 ‘왜 돈 아깝게 게임을 돈 주고 사느냐’는 인식이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인해 국내의 많은 게임 개발사들이 게임을 패키지 형태가 아닌 온라인으로 출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패키지게임에서부터 생겨난 ‘게임은 무료’라는 인식은 온라인에서도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은 정식 서비스하기 전 여러 단계의 테스트 과정을 거치지만 많은 유저들은 단지 ‘공짜로 게임할 수 있는 기간’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베타테스트의 의미가 ‘변질’된 지금, 그 피해를 고스란히 게임개발사로 돌아가고 있다. 결국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서비스가 되풀이 되고 있는 셈이다.

만약 외국처럼 패키지게임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어땠을까?
현재 패키지게임을 즐기는 유저는 대부분 PC방보단 집에서 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PC방에선 최신 패키지게임을 찾아보기가 힘들기 때문. 만약 PC방에서 패키지게임이 활성화된다면, 지속적인 온라인게임의 과금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본전뽑기’를 넘어, 매출에도 상당한 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스타크래프트에서 분명히 입증된 바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성공으로 인해 전국에 수많은 PC방이 태동했고 이런 점이 바로 많은 PC방 업주들이 스타크래프트2를 기다리는 이유일 것이다.

   
 

▲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스타크래프트2의 스크린샷. 현재 개발중.

 

물론 PC방 업주의 입장에서 패키지게임을 ‘매출증대 아이템’으로 삼기에는 불안한 구석도 있다. 지난 2004년 있었던 ‘스팀파동’ 때문이다. 2003년 꾸준한 상승세를 타며 인기를 누리던 ‘카운터스트라이크’는 패키지 판매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돌연 유료화를 선언, PC방들로부터 ‘불매운동’이라는 냉대를 받기도 했다.
이런 이유가 ‘대작’게임이 나와도 국내에서 외면 받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완성도가 높고 재밌는 게임이라면 그 게임을 마다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해당 컨텐츠에 대한 적절한 홍보와 활발한 커뮤니티가 구성된다면, 유저들은 게임 선택에 있어서 좀 더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게임에 대한 다양한 소비가 이뤄진다면, 이 또한 게임문화발전에 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온라인 플랫폼이 패키지게임에 비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은 있지만, 패키지게임이 사장된 가장 큰 이유가 ‘게임은 공짜’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안타까움으로 남을 뿐이다.
게임도 음악이나 영화처럼 하나의 저작권이 있는 상품이다. 소비자들의 ‘게임’이라는 ‘상품’ 구매에 대한 인식이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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