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3월호(통권 28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이스포츠의 역사는 지난 1999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코리아오픈(PKO)을 시작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탄생하고 공식적인 리그가 처음으로 도입된 시점이며, 그 이전에는 전국에서 PC방 게임대회들이 무수히 개최된 바 있다.

더구나 상당수의 프로게이머들은 기업 후원 이전에 PC방 업주들의 후원을 받아 각종 게임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PC방 대회에 참여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거나 PC방 업주의 후원을 받아 활동했다는 일화들은 유명하다.

하지만 기업이 후원하는 형태로 이스포츠가 발전하면서 상대적으로 PC방은 이스포츠 분야에서 점차 소외되어 왔다. PC방 업주들의 자체적인 게임대회들은 사실상 명맥을 잃어갔고, 대회를 개최한다 해도 대부분 게임사가 주관하는 대회를 유치하는 형태가 고작인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특정 상권모임에서 개최한 자체 게임대회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PC방 자체 게임대회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후원하기 위한 게임사들의 움직임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PC방 대회 현장을 직접 찾았다.

유명세 타기 시작한 송파모임 게임대회
서울 송파구 인근 PC방 업주들의 상권모임인 이른바 송파모임은 지난해 중순부터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를 이용한 자체 게임대회를 개최해 왔다. 사실 <LOL> 대회는 라이엇게임즈코리아가 주관하고 지원하는 PC방 토너먼트 대회가 존재하지만, 이를 유치해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아니라 PC방 업주들이 연합해 자체적인 게임대회를 운영한 것이다.

   

2회째 성황리에 자체 대회를 마친 송파모임은 2014년부터는 전국 PC방이 연합하는 형태로 규모를 확장하고 <LOL>뿐 아니라 다양한 인기 게임들을 매개체로 자체적인 게임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1세대 프로게이머들을 초청해 <스타크래프트>의 향수를 자극하는 대회를 기획하는 등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했다.

그러던 중 게임사와 논의가 시작되었다. PC방 코디네이터 등을 운영하며 PC방 업계에 대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넥슨이 자사의 PC방 정책과 교집합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이뤄진 논의였다. 이에 송파모임의 대회 룰과 넥슨의 룰을 접목한 테스트 게임대회가 지난 2월 9일과 16일에 개최됐다. 종목은 <피파온라인3(이하 피파3)>로 진행됐다.

송파모임의 룰 적용된 <피파온라인3> 대회
이번 테스트 게임대회의 룰은 그동안 송파모임에서 추진한 대회 룰과 넥슨에서의 대회 룰이 동시에 적용된 이례적인 대회였다. 먼저 송파모임은 대회 참여 자격을 해당 PC방에서 10시간 이상 이용한 고객에게 부여하고 있고,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PC 이용요금을 받는다. 대회 시간은 오전 10시로, 일부러 가동률이 높지 않은 시간대를 선택했다.

그러나 참여자격과 대회 일정 등을 제외한 <피파3> 대회진행은 넥슨의 대회 룰이 적용됐다. 예를 들어 32강이 진행되도록 참여자에 제한을 둔다거나 공정한 경기가 진행될 수 있도록 개인계정이 아닌 넥슨의 대회 계정으로 진행하는 등 PC방 업주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을 넥슨이 해결해줬다.

이에 따른 시너지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PC방 업주들의 자체 게임대회를 게임사가 직접 협력함에 따라 아마추어 게임대회로서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대회의 품격을 높였다.

시너지 기대, 대규모 PC방 대회 열릴까?
이번 게임대회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송파모임의 김근수 사장은 윈윈전략에 따른 이해가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근수 사장은 “PC방은 게임사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아 대회를 보다 원활하게 진행하게 되고, 게임사는 PC방의 도움으로 효과적인 마케팅을 추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상호 간 윈윈전략에 따른 협력”이라고 설명했다.

   

넥슨은 실질적으로 PC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끝에 이번 테스트 게임대회를 결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넥슨 관계자는 “PC방 업주의 체감이 높은 실질적 지원 방안들을 고민하다가 자체 게임대회를 지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는 생각에 테스트 게임대회 협력을 시도해보게 됐다”며 “앞으로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대회 현장에서는 즉각적인 효과들이 나타났다. 자체 대회가 진행된 PC방에서는 <피파3>의 점유율이 급상승했고,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 가동률이 낮은 시간대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대회 당일의 수익성도 보장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한 발 더 나아가 대회 운영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각종 소프트웨어를 지원하겠다는 업체들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송파모임의 자체 게임대회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상태다. 이미 논의가 끝난 게임사의 지원은 물론, 앞으로는 PC방 관련 업체의 지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규모를 화대하는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앞으로 송파모임의 자체 게임대회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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