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 사이, 도망가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일명 ‘먹튀’라고... 이미 PC방 업주들에겐 특별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PC방 업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더웠던 날씨도 잠시, 요즘 하늘은 우울하기 그지없다. 1년 사계절 중 한 번뿐인 여름과, 그 여름 안에 한 번뿐인 장마가 바로 그것. 지상에서 PC방을 운영하는 분들이야 딱히 걱정할 일이 없지만, 지하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비 오는 날이면 바짝 긴장을 하게 된다.
하수구는 막히지 않을까, 비가 많이 와서 빗물이 넘치지는 않을까, 빗물에 계단이 젖어 손님들이 계단에서 미끄러지진 않을까, 습기와의 전쟁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먹튀 손님은 날씨만큼이나 PC방 업주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얼마 전의 일이다. 본지에 기사로 실린 적도 있었던 사고가 우리 동네 PC방에서 일어난 것이다. 다름 아닌 ‘램’ 도둑 얘기다. 야간도 아닌 대낮에, 그것도 손님이 북적이는 시간에 버젓이 본체 나사를 풀어 ‘램’만 빼고 다시 나사를 조여 놓는 여유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 싶을 정도로 섬뜩했다. 물론 카운터에서 보이지 않는 좌석들은 자물쇠로 잠가놓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나사만 풀면 쉽게 가져갈 수 있게 되어 있다. 다행히 옆 좌석 단골손님이 이상한 낌새를 느껴 위기를 모면했지만, 얼마나 빠르던지, 우리의 모든 눈을 피해 무협지에서나 나올 법한 경공술과 허공답보를 적절히 써가며 재빨리 빠져나갔다. 오직 감시카메라 영상이 증거로 남아있을 뿐이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정신을 차린 후 다른 컴퓨터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다른 PC에도 이상은 없었다. 감시카메라의 영상을 리플레이하며 범인의 행동을 살펴봤더니 식은 땀이 절로 났다.
비회원 손님 카드로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전동 스크루 드라이버도 아닌 손으로 재빠르게 움직이는 손은 정말 섬뜩했다.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니었다. 40대 중반쯤에, 범죄형 얼굴도 아니고 무척이나 선해 보이는 얼굴, 작은 키에 평범한 옷차림.

문뜩 주변 PC방이 걱정이 되었다. 주위 PC방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미 지나간 곳도 있고, 아직 출연(?)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그리고 1시간쯤 지난 후, 역 주변 PC방 사장님 한 분이 찾아와 알바가 밥을 먹고 있는 사이에 2대가 털렸다고 하셨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한주 동안 먹튀 4명, 기존 회원이 외상을 하고 잠적한 경우가 3건, 합치면 15만원 정도, 큰 피해가 아닐 수 없다.

이곳은 PC방 밀집지역이다. 시장골목 안의 입구에서 이곳 PC방까지 오는 동안에 10개의 PC방을 지나야 한다. 번화가에서 많이 떨어진 곳인데도 이 정도면 번화가 쪽은 더 심할 터. 특히 아르바이트생이 있을 때만 일어나니 그 문제는 더 심각하다.

유형을 보면 대부분이 이렇다. 비회원 손님카드를 가져간 다음, 우선 배부터 채우고 본다. 라면에 음료수에 과자 등등을 후불로 주문한다. 한 가지 게임에 몰두하지 않는다. 이것저것, 그것도 유료게임만 골라서 하는 경향이 있다(유료게임에 사람이 많음으로). 대부분 ‘고랩'들이며, 그곳에서 장비를 팔거나 캐릭을 팔아 사람들을 많이 사귀어 놓는다. 아이템베이, 혹은 이와 비슷한 사이트를 항시 열어둔다. 또한 채팅 프로그램과 팀보이스를 겸한다.

차림새는 종잡을 수 없다. 지극히 평범하다. 나이 또한 골고루이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조기에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고단수가 존재하니, 그건 바로 회원으로 등록하는 것이다. 비회원보다 이목을 덜 받고, 초반 몇 번은 계산을 잘한다. 일정 기간이 지나 안면이 트이면 외상을 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천원, 2천원, 이렇게 시작하면서 외상값을 갚고, 그 후 더 큰 단위로 외상을 하고 사라진 후 연락이 되지 않는다. 물론 핸드폰이나 주민번호는 모두 거짓이다. 요즘은 아예 대놓고 회원가입하고 돈이 없다는 핑계로 그냥 가버리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PC방에 올 때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는다. 가방, 지갑, 증거가 될 만한 그 어떤 것도 가져오지 않는다. 아르바이트생이 1명인 걸 감안하면 어쩔 수 없다. 초반엔 경찰에 매번 전화했으나 해결책은 없다. 며칠 사이에 갚는다고 하면 경찰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또한 금액이 크지가 않으므로 고발조치 또한 힘들다. 처음엔 경찰도 재빠르게 달려오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함흥차사다.

그럼, 먹튀손님을 사전에에 미리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주인이든 아르바이트생이던 막무가내 정신으로 찾아오는 이들을 막을 방법은 솔직히 없다고 본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먹튀를 미리미리 파악해 피해를 최대한 줄여보자.

첫째 - 잘 알지 못하는 회원이나 비회원카드로 사용하는 사람은 5천원~1만원 단위일 때 계산을 요구한다.
둘째 - 상품은 꼭 선 결재를 한다. (이는 손님이 돈이 있는지 없는지를 일찍 파악 할 수 있어 대처하기 쉽다.)
셋째 - 재떨이를 바꿔 줄때나 테이블을 정리 할 때마다 손님들의 동향을 살핀다.
(어떤 게임을 하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를 살펴본다.)
넷째 - 절대 카운터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간단한 것 같지만 사실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다. 가장 기초적이며 간단한 부분으로, 무심코 넘겨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부분을 매뉴얼이 있다면, 그리고 잘 보이는 부분에 붙여 놓는다면, 항시 상기하면서 일할 수 있다.

지금처럼 자영업자가 적자만 면해도 다행이라는 이런 환경 속에서, PC방 업주님들이 짜증과 상실감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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