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7월호(통권 26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 PC 판매업체 / 유통사 / 수입사, 게임업체 순으로 피해 도미노

겨울철은 PC방 업계를 포함한 게임 산업 전체의 대표적인 성수기라 할 수 있다. 비록 수은주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쳐도 행복 체감온도만큼은 여름 못지않게 훈훈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올 겨울은 27년 만의 한파가 찾아오면서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세상을 뒤덮었고, 설상가상으로 각종 악재로 인한 폐업으로 엄동설한 속에 길거리에 나앉아버린 ‘최악의 겨울’이 되어버렸다.

한 때는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창업 아이템으로, 한 때는 인터넷과 정보화를 앞당긴 IT 첨병으로 각광받던 PC방 산업이 대량 폐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는 것이 당혹스러울 따름이다. 아직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아이러브PC방 발송 데이터나 지역상권 모임 등에 따라 유추되는 폐업 PC방 수가 어림잡아 1천 곳 가량으로 추산된다. 전체 PC방의 6%를 넘어서는 수치다.

성수기인 겨울에 이렇듯 폐업 사태가 벌어지게 된 배경에는 MS의 고소ㆍ고발이 역대 최고 강도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MS 측은 PC방 대상 고소ㆍ고발이 없다고 공식발표했으나 그 시점에 이미 MS의 법무대리인은 고소ㆍ고발을 진행 중이었다. 뒤늦게 해외판을 불법 복제한 PC방에 한해 일부 고소ㆍ고발이 진행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 또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정품 윈도우 XP를 보유하고 있던 PC방 업주가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발되었다가 검찰로부터 무혐의처분을 받은 사실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것은 해당 업주가 정품 윈도우 XP를 전량 구매해서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버전을 재구매하라는 강요와 경찰서를 들락거리며 진술하는 과정이 너무도 힘들어 PC방을 폐업했다는 사실이다. 진술을 위해 소비한 시간 또한 너무 많아서 PC방 관리가 소홀해졌던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정품 사용자가 단지 신 버전을 구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을 당했다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설움이 복받치더란다.

이렇게 수많은 PC방 업주들이 MS에 의해 생업을 포기하고 길거리에 내몰렸다. 물론 정품 구매를 차일피일 미뤘던 일부 PC방들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기존 정품 사용자들은 새로 발매된 버전이 PC방에 적합하지 않아 구매를 하지 않은 것뿐인데,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순식간에 불법사용자로 몰리며 고소ㆍ고발까지 당한 것은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아직 영업 중인 PC방들도 언제 이런 일이 닥칠지 모른다. 현재 소위 장사에 탁월한 수완을 자랑하던 업주들 일부를 제외하고는 PC 업그레이드나 교체에 소극적이며, PC방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퇴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MS의 일부 상품을 제외하고는 주요 부품의 교체나 PC 교체 자체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경쟁력을 잃은 기존 PC 그대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MS가 요구하는 윈도우 제품 가격이 최소 20만 원에서 28만 원 정도니 PC 교체나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PC방 업계 최고의 고비인 전면금연화를 앞두고 경쟁력 확보는커녕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으니 큰일이다.

MS 윈도우 사태는 이렇게 PC방 천여 곳을 문 닫게 한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PC 업그레이드나 재구매가 동결되어버리자 용산 전자상가를 비롯해 전국의 컴퓨터 관련 업체들이 매출 감소로 인해 허덕이고 있다. 그나마 다른 지역에 비해 경기여파를 덜 받던 용산업체들도 PC방으로 인한 매출이 1/5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대량 소비처인 PC방 시장이 동결되었다면 그나마 개인고객으로 판로를 변경하면 그래도 괜찮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PC방 1,000곳이 폐업을 했으면, 약 73,000대의 PC가 중고 매물로 일반 시장에 풀렸다는 것을 의미하며, 스마트폰으로 인한 PC 판매 감소는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PC방의 폐업으로 인해 연말연시에 중고시장에 풀린 PC 사양을 보면 더욱 서글프다. i5-2500 CPU에 지포스 GTX560은 물론이고 i5-3570에 GTX660까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겨울성수기를 포기한 폐업 PC방 업주들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것도 연말연시 약 4주 정도의 기간에 몰려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PC 시장에 7만 대가 넘는 고성능 중고 PC가 한순간에 몰려나온 경우는 드물며, 해당 물량이 개인고객 시장을 최소 3~6개월을 잠식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영세한 판매업자는 앞으로 3~6개월가량 매출이 줄어든다는 얘기니, 영세업자에서 도소매 병행 업자, 이어 일부 유통사 등으로 여파가 전해질 것으로 예상돼 우려스러울 뿐이다.

게임업계도 이러한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통상 PC방 비중이 전체 매출의 30~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6% 가량의 PC방이 폐업했다는 것은 게임사 매출의 2~3%가량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더욱이 PC방은 신작을 출시할 때 신규유저 집객을 위한 마케팅 공간으로 활용되는데다가 휴면 유저들이 게임을 완전히 떠나지 않게 하는 효과까지 있어 일종의 유저풀 텃밭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게임업계가 감내해야할 피해는 2~3%로 끝나지 않는다.

도미노란 100개의 골패가 있으면 100개가 모두 넘어지기 마련이다. MS는 PC방 산업을 거쳐 PC 컴포넌트 산업과 게임 산업에까지 이어지는 도미노의 첫 골패인 ‘PC방’을 쓰러뜨렸다. 애석한 것은 PC방 산업, PC 컴포넌트 산업, 게임 산업에 역도미노 현상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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