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8월호(통권 26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넥슨이 PC방 업계에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겠다며 다양한 지원책을 묶은 ‘PC방 레벨업 캠페인’의 시작을 알렸다.

최소 3,000여개, 최대 3,500개의 PC방이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그 규모도 적게는 10억여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까지 확대될 수 있는 슬라이딩 구조를 갖고 있어 역대 PC방 지원 정책 가운데 최대 규모라 할 수 있다. 마케팅 파트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첫 행보, 즉 일종에 화해의 제스처인 셈이다.

그러나 PC방 업계에서는 이번 캠페인에 대해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우선 일부 PC방 업주들은 넥슨이 이미지 개선을 위해 ‘깜짝쇼’를 하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연 매출 1조 원에 달하는 게임사가 고작 수십억 원 쓰면서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들부터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맞는 얘기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PC방 업주들뿐만 아니라 넥슨에서도 필요한 상황일 것이다. 숨죽여 지켜보고 있는 여타 게임사들과 유관 산업군 역시도 같은 입장임이 분명하다.

또한, PC방 지원책을 포함한 환원 규모도 더 키워야 한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대량 소비자이자 중간 유통망인 PC방이 더욱 큰 혜택과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또 게임산업이라는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PC방을 보존해야만 장기적으로 산업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PC방 지원책은 더욱 확대되어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의 반대급부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자”는 입장도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옛말에 ‘첫술에 배부르랴’는 말이 있듯이 첫 시도 한 번에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리 만무하다. 그럴 수 있다면 이미 경지에 이른 것이다.

이번 캠페인의 규모로는 PC방 업주들의 골 깊은 감정을 달랠 수 없다할 지라도 그나마 우리나라 게임업계 사상 최초이자 최대 규모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이번 지원책이 실제 PC방에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 입증되고, 게임사로서도 매출의 2~3할, 많게는 5할 가까이 차지하는 PC방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게만 된다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즉, 더 확대되고 더욱 PC방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캠페인이 기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넥슨 외 다른 게임사들도 유사한 캠페인을 시작할 수밖에 없게 된다. 넥슨이 싫든 좋든 게임업계 최대의 영향력을 가진 게임사임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넥슨이 PC방을 매출 텃밭으로 인지해야만 다른 게임사들도 PC방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캠페인은 규모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후 게임사들의 PC방 지원정책 흐름을 결정지을 수 있는 첫 단추라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이슈다.

이번 캠페인에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는 또 있다. 당장 내년 6월이면 PC방 전면금연화가 본격 시행된다. 대만의 사례에서 입증되었듯 여러 규제가 산적된 상태에서 전면금연화를 맞이한 PC방 업계는 대량 폐업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PC방 업계 최대의 위기 상황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PC방의 경쟁력을 높이고 생존력을 키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정책은 적극 받아들여야하는 시점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넥슨의 이번 캠페인은 악재가 아닌 호재다. 넥슨을 적이라고 생각해도 상관없다. 적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살아남아야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넥슨의 캠페인을 통해, 또 그로 인해 파생될 또 다른 게임사의 캠페인을 통해 PC방의 경쟁력과 생존력을 높일 수 있다면 다가올 전면금연화 여파가 한결 약해질 수도 있다.

경쟁력과 생존력이 높아진다 해도 폐업하는 PC방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1만 곳이 폐업하는 것과 1천 곳이 폐업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우선 업주 개인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생존 여부가 판가름 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PC방 산업 측면에서 봐도 규모가 유지되어야만 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가뜩이나 PC방 업계의 목소리가 제도권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업계의 규모마저 위축된다면 전면금연화를 버텨낸다 해도 곧 다양한 압박으로 인해 한계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지속적인 개선 요구와 함께 경계도 늦추면 안 된다. 이번 캠페인이 넥슨네트웍스가 기획한 일이라고는 하나 콘텐츠조합(구 PC방조합)의 압박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논리적이고 냉철한 지적과 요구가 넥슨을 한 번 더 크게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자. 넥슨이 이번 캠페인을 실패한 이벤트로 판단할 경우, 과연 이 같은 캠페인을 다시 기획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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