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티 그래픽카드 시스템의 가능성을 먼저 확인한 엔비디아는 2004년 7월 SLI(Scalable Link Interface)를 발표하면서 고해상도 그래픽 시스템에 대한 대비를 서서히 해왔고, 그 결과 지난 2년간 PC용 멀티 그래픽카드 시스템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위치는 독보적이었다.
두 개의 그래픽카드를 연결해 하나처럼 사용한다고 해서 2배 혹은 그 이상의 성능이 나올 수는 없다. 그러나 멀티 그래픽 시스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최고의 성능을 원하기 때문이며, 멀티 그래픽 시스템이 비단 듀얼 뿐만이 아닌 쿼드 혹은 그 이상으로 발전해 나갈 것임을 예상해볼 수 있다.
얼마전 CeBIT을 통해 발표된 엔비디아의 쿼드 SLI 역시, 이러한 사람들의 욕망을 반영한 것으로 듀얼 그래픽 시스템을 넘어 쿼드 그래픽 시스템으로 멀티 그래픽 시스템을 확장하는 엔비디아의 빠른 행보를 잘 나타내었다.
오랜 경쟁 관계에 있던 ATI 역시 조금 늦긴 했지만 엔비디아의 SLI에 대응하는 멀티 그래픽 시스템을 2005년 컴퓨텍스를 통해 선보였는데, 지금 살펴보려 하는 크로스파이어이다.


● 멀티 그래픽 시스템의 태동
듀얼 시스템을 통한 속도의 향상에 대한 기대는 불과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나가 해야할 일을 둘이 나누어한다면 좀 더 빠른 시간에 일을 끝낼 수 있으며, 같은 시간이라면 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PC 그래픽카드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런 상식이 그리 녹녹치 않았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0년을 전후해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3dfx사의 부두에서 각각 듀얼(2개)과 쿼드(4개)의 그래픽 코어를 장착한 멀티 코어 그래픽카드를 발표했다. 그래픽카드 이름답게 멀티 코어를 추종하는 많은 광신도들을 만들어냈으니 부두5 5500과 부두5 6000이 그것이다.













그러나 부두5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던 3dfx는 무리한 투자로 인해 폐업을 선고하고 회사를 엔비디아에 넘겨주게 된다. 3dfx의 폐업과 함께 멀티 그래픽 코어 그래픽카드로 관심을 받았던 부두5 시리즈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져갔다.
듀얼 그래픽 시스템에 대한 욕망을 먼저 세상에 드러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크로스파이어를 만들어 낸 ATI이다. ATI는 부두3와 엔비디아 TNT2가 3D 그래픽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무렵 ATI Rage FuryMAXX라는 듀얼 그래픽 코어가 장착된 그래픽카드를 세상에 내놓았다.


















당시 시장에서 안정적인 2D 화질과 무난한 3D 화질을 겸비하고 있던 ATI Rage Pury Pro 칩셋이 2개 장착됐던 이 제품은 기대와는 달리 큰 성능을 내지 못했으며, 뒤이어 등장한 엔비디아의 지포스의 핵펀치를 맞고 쓰려져, 곧 ATI 최초의 듀얼 코어 제품이라는 타이틀만을 간직한 채 시장에서 사라졌다.
데스크탑 그래픽카드와는 거리가 멀지만 ATI의 최고 역작이라 할 수 있는 레이디언 9700 Pro(코드명 R300)가 발표되었을 때, ATI는 R300 그래픽 칩셋을 비쥬얼 시뮬레이션 업체인 E&S(Evans & Sutherland)에 공급했고, E&S는 simFUSION이라는 그래픽 렌더링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이 그래픽 렌더링 시스템에 장착되어 있는 OpenSim 6000q 그래픽카드에는 ATI의 R300 GPU 4개가 장착되어 있다.













이외에도 XGI의 볼라리 V8 Ultra와 같은 멀티 코어 제품이 등장하기도 했으며, 이미 다양한 멀티 그래픽 시스템이 산업분야에 이용되고 있다.

● 멀티 그래픽 코어에서 멀티 그래픽카드로
앞서도 살펴본 것처럼 멀티 그래픽 코어를 단일 기판에 장착한 그래픽카드는 매번 시장에 출시되자마자 고배를 마시고 시장에서 사라졌는데, 멀티 그래픽 코어 제품이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는 세 가지로 압축해볼 수 있다.

첫 번째, 멀티 그래픽 코어를 장착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어려운 기판 회로 기술과 최적화된 전원 관리 기술이 필요하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기존의 하나의 그래픽 코어에 하나의 그래픽 코어를 간단히 붙여 높은 성능을 내게 하는 것이 가능해 보이지만, 0.05V의 전압에도 민감하게 작동하는 그래픽 코어나 회로의 경우 이런 작업이 간단하지가 않다.
특히 제품의 주기가 짧아지고, 기판의 설계나 레이어가 늘어남에 따라 멀티 그래픽 코어 제품만을 위한 별도의 설계나 기술이 투입되는 것은 제조사 입장에서는 많은 부담을 초래한다. 3dfx의 부두5와 같은 일례를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두 번째, 어려운 기판의 설계나 복잡한 레이어를 통해 2개 혹은 여러 개의 그래픽 코어를 하나의 기판에 내장했다 하더라도, 시스템 버스의 제약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성능의 한계를 보인다. 예를 들어 두개의 그래픽 코어를 통해 효율적인 방법으로 그래픽 데이터를 처리했다 하더라도, 약 8GB/s(단방향)의 대역폭을 가진 16배속 PCI 익스프레스로는 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힌다.
세 번째, 제품의 가격이다. 앞서 첫 번째에 살펴본 것처럼 듀얼 코어 제품의 설계와 작업에는 막대한 물량이 투입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제품의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과거의 일례를 살펴보면 초기 출시가격이 비상식적인 경우가 많았다. GPU의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별도의 기판을 설계하고 작업할 때 들어간 비용이 모두 제품 원가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런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그래픽 칩셋 제조사들은 멀티 그래픽 코어 제품에서 멀티 그래픽카드 시스템으로 눈길을 돌리게 된다. 한 기판에 다수의 그래픽 코어를 장착하는 대신 일반 그래픽카드를 여러 개 묶어 사용하게 하여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이럴 경우 별도의 제품 설계나 기판이 필요없이 멀티 코어를 사용한 것과 동일한 효과의 3D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즉, 계속 출시해오던 일반 그래픽카드를 약간의 개조만으로 그대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의 가격이 올라갈 이유도 없고, 무리하게 많은 물량을 하나의 그래픽카드에 투입할 이유도 없어지게 된다.
 
● ATI 멀티 그래픽 시스템의 시작, 크로스파이어
초기 크로스파이어는 엔비디아의 SLI와 같이 16배속 PCI 익스프레스 버스를 2개의 8배속 PCI 익스프레스 버스로 쪼개 사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SLI와 같이 브릿지로 카드를 연결하지 않고, 컴퍼지팅 엔진이 작동하는 별도의 마스터 카드(크로스 파이어 에디션)를 두어 데이터를 병합해 사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최신 기종인 레이디언 X1900XT의 크로스파이어 에디션을 보면, 일반 레이디언에 없는 많은 수의 칩셋이 보인다. 이 칩셋들이 바로 컴퍼지팅 엔진을 위한 것이다.


















다이어그램을 보면 크로스파이어의 작동 원리를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익스프레스 200 기반의 크로스파이어 시스템에서는 두 개의 PCI 익스프레스 버스가 장착된 메인보드와 레이디언 크로스파이어 에디션 그리고 일반 레이디언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 두 그래픽카드는 각 장착된 메모리를 그래픽 버퍼로 사용하고, PCI 익스프레스 버스를 통해 노스 브릿지와 연결되어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이때 두 레이디언 그래픽카드는 서로 얼마만큼의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나누어 처리할 것인지, 또 그렇게 처리된 데이터를 어떻게 모니터에 뿌려줄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교환해야 하는데, 그 신호를 관장하는 것이 바로 크로스파이어 에디션에 있는 컴퍼지팅 엔진이다.
















컴퍼지팅 엔진에서 두 그래픽카드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도 한 프레임씩 번갈아 처리하는 AFR(Alternate Frame Rendering) 모드, 한 프레임을 바둑판 모양으로 잘게 쪼개 두 그래픽카드가 나누어 처리하는 Supertile 모드, 그리고 한 프레임을 상하 절반으로 나누어 위, 아래를 각각 부담하는 Scissor 모드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그러나 멀티 그래픽 시스템을 구현하는데 별도의 크로스파이어 전용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은 ATI가 크로스파이어를 대중화시키는데 큰 걸림돌이었다. 같은 그래픽카드 2개를 SLI 브릿지를 통해 연결하는 엔비디아에 비해 비교적 제품의 선택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 대중화의 길에 들어선 크로스파이어
레이디언 X800 및 X850 크로스파이어의 등장 후 ATI 역시 마스터 카드(크로스파이어 에디션)의 존재가 크로스파이어를 대중화시키는 걸림돌임을 인식하고, 마스터 카드 없는 일반 그래픽카드로도 크로스파이어를 구현할 수 있게 했다. 현재 X1300 및 X1600 시리즈들은 별도의 크로스파이어 에디션이 존재하지 않으며, 같은 두 그래픽카드를 장착하면 두 그래픽카드를 크로스파이어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상위 기종인 레이디언 X1800 및 X1900에는 여전히 크로스파이어 에디션과 컴퍼지팅 엔진이 존재하는데, 아직까지 크로스파이어로 최고의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별도의 컴퍼지팅 엔진이 있는 것이 완전한 기술을 구현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별도의 컴퍼지팅 엔진이 존재하면 메인보드의 노스브리지와 PCI 익스프레스 버스는 각 그래픽카드에서 처리한 데이터만을 주고 받으며, 각 그래픽카드의 상호 데이터 싱크 및 출력 제어, 데이터 교환은 컴퍼저팅 엔진을 통해 이루어져, 가뜩이나 부족한 PCI 익스프레스 버스에 부담을 덜어주어 최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컴퍼지팅 엔진이 없는 X1300이나 X1600 시리즈의 크로스파이어의 경우 노스브릿지와 드라이버가 컴퍼지팅 엔진을 대신하며, 데이터 역시 주 그래픽 데이터가 이동하는 PCI 익스프레스 버스를 통해 이동하기 때문에 완벽한 제 성능의 크로스파이어를 기대할 수 없었다.

※ATI 크로스파이어 특집 기사 2부 예고
2부에서는 이미 성능이 어느 정도 알려진 상위 기종의 크로스파이어와 함께 X1600XT와 X1600Pro를 통한 중급형 레이디언 카드의 크로스파이어를 중점적으로 진단한다.



제공 : 테크노아 http://www.techno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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