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만에 3,000여개 PC방 폐업

대한민국에서 PC방 업종이 가장 성행했던 2005~2006년 당시에는 그 수가 25,000여개에 달했다. 하지만 올 한해만 보더라도 연초에 21,000여 개였던 PC방 수가 12월 현재 18,000여개까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10개월 만에 3,000개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 한해를 돌이켜보면 PC방 업계에는 힘겹고 불쾌한 일들로 가득했다. 각종 규제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지출부담도 크게 증가했다. △높아진 엥겔지수 △과열경쟁으로 인한 요금하락 △여전한 게임사들의 불공정 행위 △PC방 전면금연화 관련법 국회 통과 △온라인게임 셧다운제 △실내 공기질 규제 △청소년 이용 등급 게임물 전체에 대한 아이템 거래 금지 △PC방 청소년 고용금지 △9.15 대규모 정전사태 등 종류와 형태도 참으로 다양하다.

뜬금없이 웬 엥겔지수 타령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가계 지출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그 집안은 경제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며, PC방 업계가 딱 그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궁핍해지다보니 여가선용이 줄고 문화생활에 대한 지출을 두려워하게 되는데, 이는 여가선용의 한 수단이자 문화의 한 유형으로 자리 잡은 게임산업에는 결코 달가울 수 없다. 물가가 가파르게 올라 지출은 늘고, 손님은 줄어드는 형세는 PC방 수의 감소세를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PC방 조합 등 PC방 단체들의 활동으로 게임사의 불공정 행위가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항목별 선별결제 △유료 혜택 △해지나 환불 조건 △문제 발생에 따른 보상, 배상 등에서 여전히 불공정한 내용이 다수 존재해 PC방 업주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또 슬라이딩 요금 체계나 피해 구제 등에도 극히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며 상생의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몰아가기식 규제도 빼놓을 수 없다. 보다 실효성 있는 제안 대신 선택된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보다는 주민번호 도용 등 음성적인 범죄로 이어져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키우고 있다. 여기에 PC방 청소년 고용금지조항까지 추가되어 PC방의 사회적 이미지는 IT발전의 조력자에서 청소년에게 불건전한 장소로 전락했고, 거시적인 위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위협은 PC방 전면금연화다. 지난 5월 31일, 이명박 대통령이 PC방 전면금연화를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고, 국회를 통과하며 6월 7일, 전면 공포되었다. 시행까지는 아직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이 남아있지만, PC 업그레이드 등 재투자를 꺼리게 만들고 있고, 리모델링 계획은 아예 전면금연화 시점 뒤로 미뤄져 있다. 이는 경쟁력 약화는 물론 미필적 폐업 방조행위라 할 수 있을 만큼 이미 PC방 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그간 설치, 운영해왔던 금연차단막과 에어커튼 등의 장비를 모두 철거해야만 하며, 별도의 흡연 공간 또한 새롭게 투자해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PC를 이용하다 말고 흡연을 위해 멀리 움직여야 하는 것이 비현실적인데다가 흡연 공간 설치 규정마저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PC방 업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PC방 수가 감소하는 현상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긴 하나 이는 단순히 PC방 업종만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다. 당장 게임사들의 가맹 PC방 수만 봐도 작년 말에 18,000여 개의 가맹 PC방을 유지하던 A사는 최근 16,300여개 선에서 겨우 방어하고 있다. 통상 게임사 매출의 30%는 PC방에서 창출된다고 봐도 무방한데, 가맹 PC방이 줄어든다는 것은 게임사의 매출 감소로 직결되는 문제다. 가맹 PC방수가 10% 가량 준다는 것은 회사 매출의 약 3% 이상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연 매출 5천억 원의 게임사라면 150억 원의 매출이 감소한 셈이며, 좀 더 이어간다면 회사 매출을 더욱 극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다.

최근 코너를 중단한 개그콘서트의 남성인권보장위원회에서 개그맨 박성호가 외치던 멘트와 PC방 현실이 오버랩되고 있다.

“족쇄 채우고 빨대 꼽아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이래저래 안타까운 일이 많은 2011년이었지만 그래도 희망은 아직 남아있다. 정부가 진행하는 전략적 추진사업 가운데 그린PC방 사업, 클라우드 OA 구축, 1인 창조기업 활성화 등은 PC방 업계와도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다. 환경에 맞춰 능동적으로 변화하는 것과 PC방 업주들 간의 단합과 협력만이 환경을 개척하는 최고의 생존전략이라는 것을 18,000여 PC방 업주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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