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PC방은 그야말로 불경기의 연속선상이다. 날씨는 더워지고 카운터를 지키는 업주들은 텅빈 좌석앞에서 불쾌지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쟁으로 인해 요금은 점점 내려가고, 전용선 비용, 온라인 게임 계정비, 아르바이트 비용(최저임금제), 전기세 등 지출비용은 줄어들기는 커녕, 늘어만 간다.
그렇잖아도 학부모들로부터 눈치 받는 PC방이 사행성 PC도박장으로 인해 이미지만 점점 나빠진다. 전체적인 불경기에, 최근 월드컵이라는 단발성 악재 등이 업주들의 한숨을 내쉬게 한다. 대형 PC방 프랜차이즈 업체와 게임사에서는 건전한 게임문화 장착을 위한 ‘건전 PC방 캠페인’으로 이미지를 바꾸려고 노력하기도 하지만, 그 효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어려운 상황에서 PC방을 대표하고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인터넷PC문화협회(이하 인문협)가 제 역할을 못해내고 있다. 지난 3월 대전 총회에서 인문협 전회장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현회장의 자격논쟁을 시작으로 삐걱대기 시작한 협회는 두 달여 동안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했다. 지난 6월에 와서야 차츰 현안에 대한 문제점들에 대해 활동을 펴고 있으나,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PC방 전면금연을 저지하고, 소방법을 유예시키기도 했으나, 또다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늘어나고 있다. ‘5.9 건축법 시행령’, 10월부터 시행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사행성 PC도박장의 난립, 이번 국회에서 나온 ‘PC방 등록제’ 등이 그것이다.

“가게를 비우더라도 참가하고 싶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매우 안타깝다. 스스로도 협회에 적극적인 참여를 못하는 것이 송구하다”며, 지난 특정 게임사의 불매 운동에 참여하지 못한 한 업주의 넋두리. 이번에 본지에 실린 와우 PC방의 조헌수 대표는 “협회가 필요하긴 하지만, 모두가 참여하고 같이 움직일 수 있는 협회여야 한다”며, 이상적인 협회를 논하기도 했다. PC방 업주들의 이러한 상황들을 대신 책임지고, 나서야 하는 인문협의 활약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사행성 PC도박장 저지, 척결의 취지로 시작된 1인 시위, 결의대회 개최, 문광부 앞 대규모 집회 등은 매스컴에 오르내리며, 국민적 여론을 형성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가 이번 5.9 건축법 시행령 발표에는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공무원의 탁상행정의 원인도 있지만, 입법예고시 협회의 힘이 있었다면 협조 공문이나 공청회 개최 등의 여론을 수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시행령 발표후 협회에서 보낸 질의서에 대한 답변도 매우 성의없이 전달돼 실무자가 직접 민원신청으로 담당자와 만나야 했던 어려움도 있었다.
각각의 PC방 매출 극대화는 해당 업소의 영업방침에 달렸다고 보아야 하지만, 그 외에 정부의 각종 규제에 대한 대처, PC방 관련업계의 불공평함으로 인한 손해 등은 인문협이 나서서 해결해주어야 한다. 방법은 협회와 PC방 업주들이 똘똘 뭉치는 수밖에 없다. 업주들은 좀 더 적극적인 참여, 협회에서는 이러한 회원들의 힘을 얻어 치밀하고 현명한 대외 활동을 펴야 할 것이다.

이번 대전 총회에 대한 현회장에 대한 소송이 기각되면서, 인문협은 사태가 추스려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자료가 불충분했다는 자체 판단으로 비대위는 현재의 인문협과는 다른 방향으로의 행보를 내디디려는 소식이 있어 매우 안타깝다. 두 개의 협회로 나눠질 수 있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하나가 되어도 힘이 모자란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결과가 될지 매우 비관적이다.
앞으로의 인문협은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한 목소리를 내야 관련업계나 정부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여름방학은 PC방 성수기다. 모쪼록 기분 좋은 소식만 들려오기만을 기다린다.

김범수 기자 erickim@combo.co.kr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