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PC방에는 녹색의 나무가 자란다?

- 그린PC방 시범업소, 인천 연수구 동춘동 The PC PLAZA

자리에 본체 없는 PC방으로 잘 알려진 그린 PC 시스템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전시회를 통해 기존에 비해 개량된 버전의 그린 PC 시스템이 공개되는 등 기술개발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PC부품 도난과 고장률을 줄이고 효율적인 공간 활용으로 PC방의 새로운 모습을 추구하고 있는 그린 PC방을 찾아 그린 PC 시스템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살펴봤다.

   
   ▲ 매장 내 사계절 녹색을 유지하는 인테리어용 나무가 인상적이다.  

서버형 PC 관리로 친환경 PC방 선언한 그린 PC방, 그 효과는?

더욱 쌀쌀해진 가을 날씨에 일교차도 크게 벌어지던 10월의 어느날, 어김없이 PC방 탐방의 시간이 다가왔다. 이번 달에는 또 어떤 특색있는 PC방을 가볼까? 고민하던 중 새로운 그린 PC 시스템을 발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달 셀프 PC방과 마찬가지로 PC방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그린 PC방, 작년 몇몇 시범업소가 지정되어 영업을 시작한지도 1년, 그린PC방의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판단에 즉시 섭외를 시작했다. 작년 그린 PC 시스템 관련 세미나에서 그린 PC방으로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던 한 PC방 사장님에게 연락을 취하니 흔쾌히 탐방을 수락해 바로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 그린PC 방 다운 녹색톤 인테리어에 깔끔하게 정돈 된 매장 입구와 카운터  

취재 당일,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보며 찾아간 The PC PLAZA(이하 PLAZA PC방)은 지도를 살펴보니 크고 작은 아파트 단지와 학교가 외곽을 둘러싼 듯한 모양으로 그 중심 상가단지 내에 위치하고 있었다. PC방 업계에서 이른바 최적의 입지조건으로 꼽는 황금상권이었다. 하지만 지도를 좀 더 확대해 보니 반경 100미터 남짓 상권내 PC방 상호로 보이는 이름만 7개. 그야말로 PC방 밀집 지역이었다. 지도를 보며 걷다보니 이내 건물 2층에 위치한 PLAZA PC방 간판이 시야에 들어왔다.

일반 PC방이 ‘할로겐 램프’라면 그린 PC방은 ‘LED 조명’

2층 PC방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일열 사장님은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커피 한잔 마시고 잠시 숨을 고른 뒤 매장내 프린터 전용 PC에 마련된 좌석에서 인터뷰 부터 진행했다. 인사를 나누던 중 프린터 PC의 모니터에 띄워져 있던 한 문서가 눈에 들어왔다.

   
   ▲  프린터와 스캔 등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문서가 뭔지 묻자, 이 사장님은 “그린 PC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매월 전기요금 사용내역을 일반 PC방으로 운영하던 2년 전 전기요금과 비교해 어느정도의 절감효과가 있는지 분석해놓은 문서로 내용을 보면 그린 PC 시스템 도입 이후 10개월간 과거 일반 PC방으로 운영하던 당시와 비교해 약 300만원 가량의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10개월간 300만 원이면 1년 운영하면 약 400만 원 가량의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처럼 현재 그린 PC 시스템이 내세우는 가장 큰 강점은 전기요금 등 지출비용 절감이다. 더불어 자리에 본체가 없어 PC부품 도난의 걱정을 덜 수 있고 책상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장점 중 하나다.

   
   ▲ 자리에 본체가 없기 때문에 보다 넓게 사용할 수 있다.  

이 사장님은 기존 PC방이 ‘할로겐 램프’였다면 그린 PC방은 ‘LED 조명’이라고 할 수 있다. LED 조명은 구입비용이 좀 비싸지만 대신 고장률이 낮고 전기요금이 적게 들어 오래 사용하면 할수록 이득이 되는 것처럼 그린PC방 역시 장기간 운영했을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 이외에도 그린 PC 시스템은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PC 부품 수리비용 등 PC고장으로 인한 지출 비용도 세이브 할 수 있어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충분히 매력적인 시스템이다.

아직은 지원과 보완이 필요한 미완성 그린 PC 시스템

본격적으로 그린 PC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이 사장님은 “현재 그린 PC 시스템엔 PC방 운영에 치명적일 수 있는 문제가 있어 불만이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 그린 PC 시스템의 핵심 중 하나인 각 좌석에 설치된 일종의 연결단자 ‘CellPC’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키보드와 마우스가 멈추는 문제, 간혹 저해상도 게임에서 화면이 깜빡거리는 문제 등 안정적인 PC방 운영을 저해하는 문제점들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 그린 PC 시스템의 핵심, 서버형 본체는 안정적인 전원 공급과 손쉬운 하드 교체가 장점이다.  

특히 키보드 마우스가 게임 도중에 멈추는 경우, 즉각적인 반응과 조작을 요하는 FPS게임이나 사망 시 아이템을 드롭하는 특정 RPG게임에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 현재 CellPC와 관련한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으나 워낙 변수가 많아 완전히 해결된 상황은 아니다.
또 이 사장님은 시스템 자체의 문제 이외에도 그린 PC방의 운영적인 측면에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린 PC방은 분명 새롭고 신선한 시스템이지만 단지 새롭다고 해서 손님들이 저절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이는 그린PC시스템이 업주에게 편리한 시스템에 분명하지만 손님들에게 체감되는 차별화 요소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역시 업주가 해결해나가야 할 몫이다.

이 사장님은 “그린 PC방이 아직 시범사업인 만큼 업주의 부담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정부의 지원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자금적인 지원 이외에도 각 지자체 등 관공서와 연계한 그린 PC방의 적극적인 활용 등 정책적인 지원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 그루의 나무가 있는 그린 PC방, The PC PLAZA

PLAZA PC방은 PC 57규모로 1시간에 1,000원, 비회원 1,200원 요금을 받고 있었으며 흡연좌석 안쪽 별도의 공간을 렉PC와 창고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또 렉PC에서 발생하는 열을 실내 또는 실외로 뺄 수 있도록 구성해 PC열을 겨울철 난방에 활용하고 있었다. 특히 하드디스크 탈착이 간편한 렉PC의 특성을 이용해 여분의 하드디스크를 보관하고 있다가 문제 발생 시 즉시 교체하는 것은 편리해 보였다.

PLAZA PC방은 지역상권 특성상 학생 손님이 많았으며 최근 학생 손님들을 대상으로 3시간 2천원 정액요금제를 시행해 학생손님을 유치하고 있었다. 특이한 점으로는 CCTV가 단 2개로 카운터와 전경만 비추고 있었다. 이는 PC부품을 도난당할 우려가 전혀 없기 때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PC방 입구에서 보면 카운터 앞쪽 공간이 넓게 구성되어 시각적으로 탁 트인 느낌이 든다. 카운터 앞쪽 공간에는 초록색잎이 무성한 나무가 심어져(?) 있었으며 나무 아래에는 프린터 PC가 있어 프린터를 이용할 수 있다. 더불어 환기시설에 많은 신경을 기울여 매장에 담배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으며 시원한 공기의 흐름이 느껴져 무척 상쾌했다.

그린 PC 시스템이 개발되어 첫 선을 보인지 3년, 그린PC방 시범 업소가 생겨난지도 2년이 지났다. 그린 PC방을 나무에 비유하자면 현재 전국에는 10개 미만의 그린 PC방 씨앗이 뿌려져 자라나고 있다. 각종 PC방 규제와 과열경쟁이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그린 PC방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얼마나 품종개량이 이루어질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 그린PC방 시범업소 The PC PLAZA의 이일열 사장님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