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최고 성수기, 진정한 불특정다수의 손님 층”

서울역, 청량리 등은 열차를 이용한 서울의 관문으로 통한다. 하지만 눈길을 고속버스로 돌려보면 명실상부 서울 최대의 관문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하 고속터미널)이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도 익히 불리는 고속터미널은 총면적 6만 2088㎡, 연건평 24만 4457㎡에 운행노선은 41개 노선이다. 2000년에 센트럴시티까지 들어섰고, 지하철 3개 노선이 지나면서 하루 유동인구만 30만 명에 달한다.

고속터미널을 찾는 방문객들의 이용목적도 다양하다. 실제 고속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방문하는 여행객들도 많지만, 환승을 목적으로 한 경유지로 방문하는 시민들, 호텔투숙객과 백화점 이용고객, 복합시설 이용객과 도소매 상인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반드시 PC방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서울 최대 관문인 고속터미널 인근 상권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무척이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실제 방문한 고속터미널 인근 상권은 오히려 PC방을 찾기가 힘들었다.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고속터미널 내부에 하나, 길 건너 맞은편에 하나
지하철 7호선을 타고 고속터미널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갔다. 고속터미널 바로 옆에 센트럴시티가 보였고, 길 건너 맞은편에는 상가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고개를 돌려 PC방 간판을 찾았으나 단 하나의 PC방 간판을 찾을 수 없었다.

   
  ▲ 고속터미널 맞은편 상가건물에서 PC방을 찾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의아한 생각에 반포대교 고가차도 방향으로 한참으로 걸었으나 길 건너 맞은편에 즐비하게 늘어선 상가건물에는 정말 PC방 간판이 단 한 개도 보이지 않았다. 반면에 노래방, 당구장, DVD 감상실 등 다른 업종의 간판들은 쉽게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반대로 고속터미널앞교차로 방향으로 한참을 걸었다. 그러나 걸으면 걸을수록 역전 PC방을 취재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는지 갈등이 몰려왔다. 교차로 바로 앞까지 걸으며 우려가 현실이 되려던 그때에 길모퉁이에 PC방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 고속터미널앞교차로에서 겨우 발견한 PC방 간판  

사실 반가운 마음보다도 의문점만 높아졌다. 이미 출발 전부터 고속터미널 내부에 한 개의 PC방이 운영 중이라는 사실은 확인했었다. 역전 PC방을 취재하겠다며 길을 나섰을 때 기대했던 것은 고속터미널 맞은편 상가건물들이었는데, PC방이 단 한 개 밖에 없었던 것이다.

   
  ▲ PC방 표지판에서 낙후된 시설이 예상됐으나, 로가PC방은 카페풍의 최신식 PC방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고속터미널 인근에 유일한 역전 PC방, 로가PC방
고속터미널 맞은편에 위치한 상가건물들은 반포쇼핑타운이라고 불린다. 로가PC방은 반포쇼핑타운 8동 상가건물 지하에 위치해 있다. 교차로 바로 옆에 위치한 건물이라 사실 고속터미널 바로 앞에서 PC방을 찾으려는 시민들에게는 눈에 띠지 않는 장소에 위치해 있었다.

건물외관과 PC방 간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마주친 PC방 표지판은 다소 낙후된 시설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 커피전문점을 연상하게 하는 PC방 카운터의 모습과 말끔하게 정돈 된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최신식 PC방이 나타났다.

로가PC방은 같은 장소에서 8년째 운영 중인 PC방이다. 인근에 경쟁 PC방이 없는 이유는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상가건물들은 늦은 오후에 문을 닫아서 24시간 업종인 PC방과는 성격상 맞지 않았다. 일부 건물들은 환경위생정화구역에도 걸려있었다.

이 때문에 로가PC방은 고속터미널 역전앞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PC방이 됐다. 인근에 경쟁 상권과는 거리가 멀어 간접적인 영향만 받고 있었고, 사방이 학교 환경위생정화구역이라 신규 PC방이 들어오기도 힘든 장소였다. 말 그대로 단독상권에 위치하고 있다.

   
  ▲ 로가PC방은 PC 본체를 모니터 위에 선반을 특수 제작해 올려놓고 있었다  

   
  ▲ PC방 카운터 가장자리에는 프린터 출력을 위한 자리를 따로 마련해 두고 있었다  

“시간당 1,500원, 명절이 최대 성수기입니다”
로가PC방은 입지조건이 조금 특이하다. 맞은편에 위치한 고속터미널을 제외하면 아파트단지가 사방을 감싸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불특정다수의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 성격의 특징과 전형적인 주택밀집지역의 특징을 동시에 충족하고 있는 이색적인 상권이었다.

뿐만 아니라 강남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주택밀집지역의 성격만 놓고 보더라도 손님층이 대부분 중산층 이상이다. 이용요금도 성인은 시간당 1,500원, 청소년은 시간당 1,000원의 요금을 받고 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셀프문화가 정착되었다는 점도 또 다른 특징이다.

물론 역전 PC방답게 불특정다수의 손님들도 많다. 특히 로가PC방의 최대 성수기는 명절연휴 기간이다. 버스시간을 기다리는 고속터미널 이용객들이 유입되면서 역전 PC방으로서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동시에 노숙인의 출입이 빈번하다는 고충도 뒤따른다.

이와 관련해 로가PC방의 업주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고속터미널 인근 노숙자들은 항상 돈을 가지고 PC방에 들어온다. 그래서 이용요금에 대한 걱정은 없지만, 악취를 풍기는 경우가 많아서 양해를 구하고 출입을 삼가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고충을 전했다.

   
  ▲ 고속터미널 상가건물 내에 위치한 mi PC방은 시간당 2,000원의 요금을 받고 있었다  

독특했던 로가PC방과 시간당 2,000원의 PC방
특이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 외에도 로가PC방에는 독특했던 점이 많았다. 우선 PC 본체를 모니터 책상 위에 선반을 제작해 올려놓고 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띠었던 특징이다. 이는 로가PC방 업주가 직접 특수 제작한 것으로, 운영의 편의성을 위해 고안한 것이다.

또한 마치 커피전문점의 카운터를 연상하게 하는 PC방 카운터의 모습도 독특했는데, 카운터 가장자리에는 프린터를 출력하는 손님들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프린터 출력 요금 외에도 PC 이용요금을 따로 받고 있었는데, 500원 정도의 요금을 추가로 받고 있었다.

인상적인 역전 PC방이었던 로가PC방을 뒤로하고 다시 고속터미널로 향했다. 고속터미널 상가건물 2층에 위치해 있는 mi PC방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mi PC방은 업주가 자리를 비우고 있었기 때문에 원활한 취재가 불가능했다. 다만 시간당 2,000원의 요금을 받고 있다는 정보만을 건졌을 뿐이다.

   
  ▲ 고속터미널 내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시설물. 대단히 낙후되어 있고 불편해 보였지만, 요금은 시간당 2,000원이었다  

사실 고속터미널 내에는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자판기처럼 지폐와 동전을 투입구에 넣어 이용하는 방식으로, 100원에 3분, 500원에 15분의 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언뜻 보아도 낙후되어 있는 인터넷 이용시설과 고속터미널 건물 내에 위치한 일반적인 PC방의 이용요금이 비슷한 수준인 것이다.

사실 고속터미널 이용객들은 지방에서 올라온 시민들도 많다. 로가PC방 업주는 지방손님들의 경우 PC 이용요금이 비싸다며 인상을 찌푸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는 전국적으로 출혈경쟁이 심화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역적앞 PC방의 물가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상황이 언제쯤 PC방 업계에 정착될 수 있을지 쓴 웃음이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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