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업계 두 단체의 동상이몽(同床異夢)”

 

   

대부분 업계에는 해당 업계를 대표하는 특정 단체가 있기 마련이다. 일반인에게는 눈에 띄는 활동이 전무하지만, 해당 업계의 종사자들은 단체의 움직임을 늘 주목한다. 단체의 정책노선과 대외적인 활동이 영업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물론 PC방 업계에도 PC방을 대표하는 단체가 있다.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회장 김찬근, 이하 인문협)와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이사장 최승재, 이하 PC방조합)이 바로 그 곳이다. 하지만 이 두 단체는 대외적인 활동에 있어 큰 차이점을 나타낸다. 심지어 같은 사안에 대립되는 정책노선을 제시해 업계종사자들의 엇갈린 평가를 받기도 한다.

특히 두 단체의 대립각이 극명하게 표출되는 부분은 게임사와 각종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PC방 운영정책에 대응할 때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두 단체는 각기 다른 반응을 나타냈다. 정부나 기관, 국회에 대응할 때에도 입장은 비슷하지만, 그 대응 방식은 달랐다. 이는 PC방 업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기 때문이다.

PC방 업계와 협의를 진행해야 하는 기관 및 업체의 입장에서도 같은 업계에서 두 가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달갑지 않다. 두 단체의 서로 다른 의견을 취합하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대화 창구가 일원화 되지 않아 소모적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같은 업계 두 단체의 차이점을 살펴보도록 한다.

 

   
  ▲ 김찬근 회장(좌)과 최승재 이사장(우)  

두 단체의 대외적인 협상, 우선순위가 다르다
인문협과 PC방조합의 차이를 극명하게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은 대외적인 협상이 필요할 때다.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가장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다. 인문협은 <스타2> PC방 요금정책이 발표된 이후 대화로 풀어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PC방조합은 성명서를 발표한 이후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등 격렬한 반응을 나타냈다.

결과는 블리자드에서 처음 발표했던 <스타2> PC방 요금 정책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점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두 단체 모두 PC방 요금을 일정 수준으로 조율하겠다고 나섰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비록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두 단체 모두 각각 지향하는 바는 이루어냈다. 나름의 성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PC방조합은 국정감사에서 블리자드코리아 길마틴 지사장과 과도한 PC방 요금 문제를 주제로 함께 증인으로 참석해 관련 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이는 PC방 업계와 게임사의 갈등이 대외적으로 표출된 사례로 평가 받는다. 인문협은 자체 제작한 소식지에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광고를 수주하거나 PC방 마케팅을 돕는 등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인문협은 대화를 통한 협상을 우선시하고 PC방조합은 실력행사를 통한 협상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인문협은 <아이온> 불매운동 당시 주요 임원진들이 플레이시간 이벤트에 당첨되는 등 부작용을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PC방조합은 PC방 요금정책을 국정감사에 주제로 올려 블리자드코리아 지사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자신감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5기 집행부  

몰라보게 달라진 위상, 영향력의 차이
인문협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PC방 대표 단체 중 한 곳이다. PC방조합이 설립되기 전까지는 PC방 업계를 대표하는 유일한 단체이기도 했다. 업계의 전통성과 명맥을 계승하면서 전국에 각각의 지부와 지회가 구성되어 있는 등 조직 시스템도 체계적이다. 조직 동원력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이지만, 정작 PC방 업주들에게는 강한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PC방조합은 지난 2007년에 설립되어 사실상 최승재 이사장의 1인 결정권 체제로 모든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어 영향력이 작을 것이라는 단점이 부각되어 왔다. 하지만 2010년에 접어들며 전국적인 행사를 연달아 개최해 우려를 불식시켰다. 현재 PC방조합은 어느 정도의 조직 동원력을 바탕으로 전국적인 조직망을 구축해나가는 모습이다.

현재 인문협은 PC방 업계 대표 단체로서의 정통성을 계승하면서도 PC방 업주들로부터 비판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반면 PC방조합은 정책마다 업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조직력이 점차 단단해지고 있다. PC방 업주들은 하나의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인문협 보다는 강력한 추진을 보이는 PC방조합에 성원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대외적인 활동에 있어서도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인문협은 정부기관이나 타 단체의 도움을 받아 대외적인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지만, PC방조합은 중소기업중앙회라는 경제단체의 지지를 등에 업고, 각 부처의 장관 및 실무진들과 직접 만나 논의하는 기회가 잦아졌다. 국회의원들과의 만남도 많아지며 국가정책에도 어느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에 올랐다.

 

   
  ▲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 최승재 이사장  

PC방 업계의 양대단체, 협력이 우선되어야…
지금까지 인문협과 PC방조합은 어떤 이슈에 대해 단 한 번도 공동대응에 나선 적이 없다. 특히 PC방조합은 업계차원의 공동대응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인문협은 매번 거절하면서 서로의 정책노선대로 일을 추진해 나가면 된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정통성을 계승하는 인문협의 입장에서는 PC방조합을 대등한 단체로 인정하는 것 자체가 불편한 것이다.

최근에는 인문협과 PC방조합을 비교하는 업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상호 갈등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인문협 김찬근 중앙회장은 지난 2010년 추석담화문에서 노골적으로 인문협만이 PC방 업계의 유일한 단체라고 주장하며 타 단체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PC방조합 최승재 이사장도 최근 MS 문제와 관련해 인문협의 정책노선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두 단체 수장들의 감정싸움은 PC방 업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PC방 업주들에게는 어떤 단체이든 PC방의 영업환경을 개선해줄 수 있는 단체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굳이 정통성을 내세울 필요도 없고, PC방 업주들의 성원에 도취될 필요도 없다. 굳이 대결을 원한다면 PC방의 영업환경을 누가 더 개선할 수 있느냐로 판가름 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두 단체 모두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인문협과 같은 경우 체계적인 조직구성과 조직 동원력이 강점이고, PC방조합의 경우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한 대외적인 활동에 있어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두 단체는 갈 길이 멀다. PC방의 영업환경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오랫동안 PC방 단체에서 활동해 왔던 수많은 관계자들은 두 단체가 통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과거 한국인터넷멀티문화협회와 한국인터넷플라자협회가 통합하여 인문협이 탄생했던 선례와 같이 PC방 업계에 양분되어 있는 힘을 하나로 취합하겠다는 의도다. 물론 통합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가늠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일각에서 통합에 대한 조심스런 접근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두 단체의 행보에 업주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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