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PC방? 아니죠~! 넷카페? 맞습니다"

국내 PC방 문화도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겼다. 1990년대 중반 이후 PC방의 초창기 시절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앞 다투어 PC방 사업을 검토하는 등 신규 업종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당시 삼성동 코엑스 내에 위치한 메가웹스테이션 PC방은 외국의 국빈급 인사가 한국에 방문할 경우 국내 온라인 인프라를 소개하는 장소로 주로 활용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신규 유망 업종으로 출발한 PC방은 세계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현재에 이르러 국내 PC방 산업은 과포화 현상으로 출혈경쟁이 빈번하고, 각종 규제정책이 만들어지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PC방 산업이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있는 국가들도 많아 PC방 산업발전은 아직 진행형이다. 반면 중국 PC방 산업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현재 한국을 가뿐히 뛰어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일본의 PC방은 ‘넷카페’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한국, 중국과는 차별화된 PC방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어 관심을 끈다.

그동안 국내에 알려진 일본의 ‘넷카페’는 PC 좌석이 일종의 칸막이 형태로 되어있고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샤워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먹을거리 제품이 구비된 일종의 소규모 숙박시설에 가깝다는 인식이 많았다. 뿐 만 아니라 주요 소비 콘텐츠도 국내 PC방과는 달리 온라인 게임보다는 콘솔 게임과 만화책이 대부분이라 국내 기준에서 보면 일종의 멀티방과 만화방이 결합된 형태였다.

하지만 일본 현지에서 방문해본 ‘넷카페’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단순히 멀티방과 만화방이 결합된 수준의 일본 ‘넷카페’를 상상하는 것은 금물이다. 하나의 ‘넷카페’가 테마파크라고 불릴만한 수준까지 발전한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PC방. 아니 ‘넷카페’는 현재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발전했을까? 지난 2010년 9월 16일부터 19일까지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메세에서 개최된 ‘도쿄게임쇼 2010’을 취재하면서, 일본 현지에서 가장 고급화된 형태의 ‘넷카페’라고 불리는 ‘웨어하우스 가와사키점’을 방문했다.

   
 

▲ 일본 넷카페 웨어하우스 가와사키점

 

쉽지 않았던 섭외, 일본의 ‘넷카페’
일본 현지에는 약 3,000여 개가 넘는 ‘넷카페’가 성업 중이다. 주로 프랜차이즈를 통해 창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프랜차이즈를 통해 창업한 경우는 약 60% 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고, 개인 창업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PC방 관련 업체들도 일본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그 중심에는 PC방 관리 프로그램 ‘게토(geto)’ 시리즈를 서비스 중인 에이씨티소프트가 있다. 현재 일본 ‘넷카페’ 관리 프로그램의 상당수는 에이씨티소프트의 관리 프로그램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넷카페’를 취재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유명한 ‘넷카페’는 대부분 프랜차이즈를 통해 창업한 경우가 많고, 사진촬영 및 인터뷰를 진행하려면 해당 프랜차이즈 업체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무작정 매장을 찾아 섭외하려면 십중팔구는 거절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아이러브PC방에서는 일본 내 온라인게임 퍼블리싱 사업과 넷카페 콘텐츠 개발 및 보급, 관리프로그램을 서비스하고 있는 테크노블러드(Techno blood)를 통해 일본 현지에서도 가장 발전된 형태의 ‘넷카페’라고 알려진 ‘웨어하우스 가와사키점’을 취재할 수 있었다. 통역은 테크노블러드 브로드밴드 사업기술본부 하야가와 본부장이 맡았다.

   
 

▲ 5층 건물 전체가 웨어하우스 가와사키점이다. 1층에는 상당한 규모의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깜짝 놀랄 만한 규모, 웨어하우스 가와사키점
보통 ‘넷카페’라고 하면 국내 PC방과 비슷한 규모이거나 약간 더 큰 규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JR가와사키 전철역에서 도보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웨어하우스 가와사키점은 선입견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했다. 국내 PC방 중에서도 PC 보유 대수가 400여대를 넘으면 초대형 PC방이라고 불리는데, 웨어하우스 가와사키점은 그러한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정확한 넓이는 인터뷰 과정에서도 밝히지 않았지만, 얼핏 보아도 300평 이상의 넓이에 5층 건물이 통째로 웨어하우스 가와사키점이었다.

사전에 동의를 구한 1시간의 ‘넷카페’ 취재시간과 도쿄게임쇼 2010 취재 일정상 탐방은 촉박하게 이뤄졌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익숙한 형태의 ‘넷카페’로 구성된 5층만 집중적으로 취재하게 됐는데, 해당 건물 1층에는 주차장과 입구가 위치해 있었고, 2층부터 4층까지는 당구, 탁구, 전자 다트 등 스포츠 시설과 아케이드 게임장 등 별도의 놀이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또 1층부터 4층까지는 건물 내부에서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했고, 5층은 별도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했다.

   
 

▲ 5층으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

 

   
 

▲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카운터가 보인다

 

   
 

▲ ‘넷카페’에서 사용 중인 관리 프로그램

 

멀티방과 만화방이 결합된 ‘넷카페’는 옛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5층에서 첫 번째로 마주하는 곳은 카운터다. ‘넷카페’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카운터에서 요금과 이용 형태를 결정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넷카페’를 이용하는 것은 30분에 300엔이다. 엔고 현상이 두드러지는 최근 100엔이 보통 1,400원 수준이기 때문에 한화로 계산하면 30분에 약 4,000원 이상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보통 분 단위로 요금을 지불하는 손님은 드물다. 이보다 더 저렴한 정액요금제를 선택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요금체계는 이용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최대 9시간 정액요금은 3,600엔이다. 이 역시 한화로 계산하면 약 50,000원 이상이다.

   
 

▲ 국내 PC방과 가장 비슷한 형태.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좌석

 

   
 

▲ PC 사양은 인텔 i7 린필드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구현되어 있다. PC 좌석 한편에서는 샵인샵 개념으로 PC 주변기기를 판매하고 있었고,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전자 다트 게임기를 이용할 수 있다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 형태의 요금을 지불하게 되면 웨어하우스 가와사키점의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먼저 카운터 맞은편에는 국내 PC방 환경과 같은 PC 좌석이 마련되어 있는데, PC 사양은 국내 PC방의 최신사양에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웨어하우스 가와사키점 아배 도모가주 사장은 한국의 PC방과 PC사양에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궁금해 했다. 한국에서도 최신 사양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게임 점유율은 1위가 <몬스터헌터 프론티어 온라인>, 2위가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이었다. 늦은 오후 시간에 특히 손님들의 이용이 높은 공간이다.

   
 

▲ 넷카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만화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포함해 웨어하우스 가와사키점에서 보유한 도서만 약 4만권이다.

 

국내 PC방 환경과 같은 PC 좌석 부근에는 다트 시설물이 갖추어져 있다. 아배 도모가주 사장은 연인끼리 ‘넷카페’를 찾을 경우 여성은 주로 도서를 즐기고 남성은 다트를 즐긴다고 언급했다. 연인끼리 각자 다른 시설을 이용한다는 것도 놀랍지만, 다트의 인기가 높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안쪽으로 보다 깊숙이 들어가면 첫 번째로 만나는 공간이 바로 도서공간이다. 놀랄 만큼 다양한 잡지가 구비되어 있는데, 신문, 사진집, 만화책 등 모든 도서를 합치면 웨어하우스 가와사키점에서 보유한 책만 약 4만권에 달한다. 또 별도로 아케이드 게임기를 이용해 마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구릿빛 피부를 만드는 태닝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방도 있었다. 이곳은 주로 여성손님이 이용한다.

   
 

▲ 여성의 이용률이 높은 공간. 다양한 잡지가 마련되어있다

 

   
 

▲ 아케이드 게임기로 마작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준비되어있다

 

일본 내에서도 최고 수준, 발전된 형태의 ‘넷카페’
웨어하우스 가와사키점에서는 간단하게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스프, 음료, 아이스크림 등이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국내에서 일본의 ‘넷카페’로 인식되어 있는 공간은 더 깊숙이 들어가야 나오는데, 마치 모든 시설을 이용했다면 마무리는 일종의 방(Room)형태로 꾸며져 있는 공간에서 마무리하라는 듯 가장 안쪽 깊숙한 곳에 마련되어 있다. 전체적인 조명은 어둡고 자리 안쪽만 밝은데, 기본적으로 싱글룸과 커플룸으로 나뉘어져있다. 또 그 안에서도 일반적인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는 공간이 따로 있고, 다다미방이라고 불리는 일본 특유의 실내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 좌식 형태의 공간이 별도로 구성되어 선택할 수 있다. 의자도 안마 기능이 달린 의자와 편안한 소파 등 다양하다.

   
 

▲ 스프, 음료, 아이스크림 등이 모두 무료다

 

   
 

▲ 품질도 결코 떨어지지 않으며, 아이스크림을 담는 용기는 차갑게, 스프를 담는 용기는 뜨겁게 온도를 맞추어 제공되고 있다. 무료지만 세심함이 돋보인다.

 

웨어하우스 가와사키점을 이용하는 연령층은 주로 20대와 30대가 대부분이다. 청소년이 이용하는 경우는 일본 내에서도 비용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많기 때문에 10% 이하 수준이다. 더구나 15세 이하 청소년은 법적으로 입실이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전체 이용자의 약 15%가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PC 좌석을 이용하고 있고, 약 10%는 다트 시설과 아케이드 게임기로 즐기는 마작 등을 이용한다. 나머지 대다수는 방(Room)형태로 꾸며져 있고 국내에도 익숙한 전형적인 일본식 ‘넷카페’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방 형태의 공간은 칸막이로 구분되어 있는데, 칸막이 높이는 규제를 받고 있다.

   
 

▲ 국내에 익숙한 넷카페 공간은 기본적으로 싱글룸과 커플룸으로 구분되어 있고, 내부의 시설도 천차만별이라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 가와사키점에는 샤워시설은 물론 구릿빛 피부를 만들 수 있는 태닝 시설까지 갖추어져 있다

 

아베 도모가주 사장은 국내 PC방 문화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며 앞으로 손님들을 장시간 머물도록 유도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 공간에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여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노력해 왔고, 주말에 커플이 많이 찾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콘셉트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도 내놨다. 하지만 ‘넷카페’가 점차 증가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출혈경쟁 조짐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용요금을 점차 인하하기 시작한다는 것이지만, 웨어하우스 가와사키점은 오히려 고급화 전략으로 다른 보편적인 ‘넷카페’보다 이용요금이 약 30%정도 비싸다. 아베 도모가주 사장은 “웨어하우스에 가면 재밌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