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부품에서 가격과 성능은 정비례 관계가 아니다. 1만큼의 돈을 써서 얻을 수 있는 성능이 10이라면, 2만큼 돈을 쓰면 20이 아니라 13~15 정도의 성능 밖에는 나지 않는다. 그래서 돈을 많이 쓰면 뛰어난 성능을 얻을 수 있는 것을 알면서도 밑 빠진 독에 물을 부듯 돈을 함부로 쓰지 못한다.

쓴 돈에 비해 얻는 성능은 고급형 제품으로 갈 수록 줄어든다. 예를 들어 펜티엄 4 3.2GHz와 3.4GHz는 아무리 성능 차이가 겨우 5% 정도지만, 값은 50%나 차이가 난다. 이런 현상은 그래픽카드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보급형 제품과 중급형 제품에서는 조금 더 비싼 제품을 사도 성능이 월등히 좋지만, 고급형으로 갈수록 돈을 들이 만큼 효과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여러 등급으로 나뉘는 그래픽카드에서 인기 있는 제품이 생긴다.

한 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지포스 4 Ti 4200이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좋은 예다. 최고급 제품인 지포스 4 Ti 4600에 비해 값은 절반 정도지만 성능은 크게 뒤지지 않았고, 바로 아래 모델인 지포스 4 MX 460에 비해서는 값은 조금 비싸지만 성능은 훨씬 빨라던 까닭이다. 지포스 4 Ti 4200과 같은 제품은 요즘에도 있다. 바로 지포스 FX 5900 XT가 그런 제품이다.

지포스 FX 5900 XT에 들어가는 코어는 구조가 상위 제품과 같고 메모리 인터페이스도 256비트로 변함이 없다. 그래서 조금 낮은 코어와 메모리의 작동 속도 만큼만 상위 제품에 비해 성능이 뒤질 뿐이다. 하지만 조금 성능이 낮은 대신 값은 크게 낮다. 우리나라에서는 지포스 FX 5950 울트라가 50만원 후반에 팔리지만 지포스 FX 5900 XT는 20만원 후반에 불과하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