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3월호(통권 32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14일, PC방 업계를 발칵 뒤집어놓는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10대들의 인터넷 대통령이라 불리는 BJ ‘철구(본명 이예준)’가 PC방을 창업했다는 소식이었다. 일부 PC방 업주들은 “또 유명인 앞세운 PC방 프랜차이즈 하나가 망하겠군”, “왜 다들 사양업종에 자꾸 발을 들이는지 모르겠다” 등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누리꾼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대부분은  “철구가 PC방을 오픈했다니 한번 가보고 싶다” 는 반응이었고, 실제로 오픈 당일 약 1,000여 명의 손님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철구’ 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PC방 오픈에 앞서 BJ 철구는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창업 배경에 대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자신의 상황,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BJ 수입의 불안정성, 방송통신위원회의 인터넷 방송 결제한도 1일 100만 원 제한 조치 등을 언급했다. 여느 업주들과 마찬가지로 PC방 사업을 통해 경제활동을 하려는 마음이 출발선이다.

하지만 PC방은 마음만 갖고 할 수 없는 일.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인천 남동구에 자리잡은 ‘철구 PC방’ 으로 직접 찾아가 봤다.

실제로 가본 철구 PC방은?
철구 PC방과 관련해 가장 궁금했던 점은 홍보 전단지에서 봤던 내용의 사실 여부였다. 전단지에서는 그래픽카드가 지포스 GTX1080이고, 하드디스크는 SSD, 그리고 키보드는 고가로 유명한 커세어 브랜드라고 매장을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포스 GTX1080은 프리미엄 좌석의 사양이었고, 일반석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GTX1060으로 평이한 수준이었다. 여타 매장들이 프리미엄 좌석을 구성해 진성 게이머들을 충성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전략과 다르지 않았다.

매장을 방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프리미엄 PC방의 종결자’ 같은 콘셉트이겠거니 하고 짐작하고 있었는데 이런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고사양 PC와 고가의 게이밍 기어로 무장한 매장을 기대하며 설렜던 마음이 빠르게 식었지만 이때부터 PC방 전문 기자의 호기심이 들불처럼 타올랐다.

철구 PC방 점장님과의 인터뷰 약속 시각은 오전 10시 30분이었지만 손님을 가장해 매장을 둘러볼 심산으로 1시간가량 일찍 방문한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 점장님이 오기 전에 매장을 샅샅이 파악하고 분석할 시간적 여유가 주어진 것이다.

철구 PC방은 PC 사양과 마찬가지로 인테리어도 평이했다. 신장개업한 매장이라면 으리으리한 인테리어로 중무장하는 것이 PC방 업계의 보통인데, 매장 꾸미는 비용을 최소화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밋밋했다. 좋게 말하면 유행을 타지 않는, 무난한 인테리어였다. 하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세련된 맛 없이, 투박한 창고 같은 인테리어였다.

매장 규모와 이용요금도 너무 평범해 의외였다. 인천 구월동의 로데오거리는 기라성 같은 PC방들이 살인적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권이다. 그런데 철구 PC방은 PC 93대 규모의 매장이다. 덩치로 승부를 보는 최근 PC방 업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소형(?) 매장이다.

또한 유명세를 등에 업은 매장이 흔히 시행하는 염가 요금제나 오픈 이벤트도 없었다. 철구 PC방의 PC 이용요금은 시간당 1,200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알바생에게 물어보니 오히려 인근의 PC 150대 매장의 요금이 500원이라고 한다.

그나마 눈에 띠는 특징을 꼽자면 천장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대형 스크린인데 이것도 PC방 업주들 사이에서는 특별한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PC방에 미친 사람이 말하기를…
정승현 점장은 자신이 주식회사 씨구파트너스의 대표이사이며, PC방 프랜차이즈 ‘철구 PC방’의 총책이라고 소개하며 명함을 건냈다. 철구 PC방에 대한 호기심이 우려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유명인의 이름을 내세운 그저 그런 업체, 그저 그런 매장인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이럴 때는 정면돌파가 최선의 방법이다. ‘철구라는 이름으로 한탕 해보려는 프랜차이즈 아니냐?’라는 가시 돋힌 질문에도 정 대표는 의외로 차분했다. 오히려 PC방 업계에서 프랜차이즈의 이미지라는 것이 너무 안 좋기 때문에 공격적인 태도는 불가피하다고 대답했다.

정 대표는 “PC방 업계의 프랜차이즈 업체는 가맹점 관리를 전혀 하지 않으면서 가맹점 유치에 혈안이다. 개인 PC방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는 독점 상권에 구태여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있을 필요가 없다. 또한 직영점과 가맹점에 대한 은근한 차별도 있다”라며 “하지만 말로 백날 떠들어봤자 의미는 없다. 오랜 시간 동안 행동으로 보여드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20대 때 게임이 너무 좋아 PC방에서 살다시피 했을 정도라며 자신을 ‘PC방에 미친놈’이라고 말했다. PC방에 대한 열정 때문에 남들은 들어가지 못해 안달이라는 공기업을 박차고 나와서 PC방 관련 사업을 구상했고, 철구 PC방은 이런 로망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철구 PC방의 콘셉트는 철저하게 이용자 중심의 매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PC방 고객으로서 느꼈던 불만사항을 반영해 매장을 꾸민 것이라 말했다. 수수한 인테리어도 어딘지 모르게 부담스러운 인테리어를 피한 결과다.

또한 좌석 하나당 마우스를 로지텍 g402와 로지텍 g102를 배치했고, 모니터도 커브드/32형 평면/27인치 평면으로 다양화 했다. 복도식 좌석배치를 고려해 동선을 최소화한 5도어 흡연실, 의자도 전(前) 프로게이머 철구가 직접 주문한 특수제작 제품이다.

철구 PC방은 고객들에게 ‘편안한 곳’, ‘게임하기 좋은 곳’, ‘부담스럽지 않은 곳’, ‘즐거운 곳’이라는 인상을 남기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인상은 BJ 철구의 이미지와 정확히 일치하기도 한다.

철구는 제갈량의 일곱배
정 대표는 PC방이 생활밀착형 공간으로써 게이머들의 삶의 일부로 녹아들게 하는 것이 목표였고, 이러한 이미지를 압축해서 보여줄 아이콘을 찾지 못해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BJ 철구는 정 대표의 마지막 퍼즐조각이었다.

‘철구’는 현재 10대 사이에서 위상이 90년대 서태지나 HOT에 버금가고, 또한 PC방의 주요 콘텐츠인 게임으로 개인방송을 진행하니 정 대표의 구미에 딱 맞는 인물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철구’는 월 매출 1억 원이 넘는 살아 움직이는 중소기업이고, 정 대표는 가진 건 꿈 밖에 없는 초짜 대표라는 것이었다.

BJ 철구는 마냥 친근하고 우스꽝스러운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예준은 하루에도 사업 제안서를 수십 건 받을 정도로 바쁜 비즈니스맨이다. 실제로 정 대표는 직접 만나지도 못해 매니저에게 브리핑을 했을 정도다. 정 대표는 “유비는 제갈량을 얻느라 삼고초려했지만 나는 수개월에 걸쳐 이십고초려해서 손잡을 수 있었다. 오케이 할 때까지 설득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철구가 이름값이 높은 만큼 로열티를 지급하고 나면 회사 입장에서는 남는 돈이 너무 적을 수 있다는 걱정도 앞섰다. 그러나 철구에게 지급되는 2년간의 로열티 총액이 행사 한 번의 단가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또한 매장 오픈 때마다 사인회를 개최해 홍보와 집객에 큰 역할을 할 계획이다. 철구는 단순히 이름과 얼굴만 PC방에 내걸고 장사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정식으로 씨구파트너스에 합류했다.

정 대표는 “철구는 사람의 호감을 얻는 방법을 알고, 책임감이 강한 프로페셔널한 인물이다”라며 “회사에서는 이예준 이사님인데 같이 일을 해보니까 그가 보유한 충성도 높은 팬층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PC방은 아직도 커다란 잠재력이 있다
확신과 자신감이 넘치는 정 대표와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철구 PC방의 실패담을 듣고 싶었다. 아직 오픈한지 보름 정도밖에 안 된 PC방에 무슨 실패나 좌절이 있을까 싶었지만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철구 PC방도 예상 밖의 난관에 적잖이 부딪쳤다고 한다. 한창 진지한 자세로 PC방을 공부하던 시절, PC방 콘텐츠에서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음을 느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해 철구 PC방에 무비캡을 도입했지만 주된 고객층이 게이머라 호응이 좋지 않다고….

철구 PC방은 게이밍에 초점을 맞춘 관계로 먹거리 비중을 최소화해 팔리는 상품이라고는 음료수, 라면, 과자 정도가 고작이다. 그나마 라면이 먹거리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모니터와 책상이 라면을 먹는데 불편한 구조라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

또한 매장의 PC 가동률도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지만 사실 기대했던 수치만큼은 아니라고 너무 솔직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정 대표는 “PC방을 차리기 전에는 누구나 ‘최강의 PC방’이 될 것이라고 떠들 수 있지만 직접 PC방 업주가 되어보면 예상치 못한 온갖 문제들과 직면하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 이런 부분은 앞으로 시간을 들여가면서 하나둘 배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PC방 사장님들과 거래처 분들께 감사드리며, 많은 PC방 사장님들과 노하우를 나누는 철구 PC방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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