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8월호(통권 33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소득주도성장을 외치며 2018년 최저임금을 전년대비 16.4%나 올렸다. 소득이 올랐으니 이제 돈이 좀 돌고 경기도 살아나야 한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소상공인들의 지갑은 더 얇아졌고, 매장에는 진상만 늘어나고 있다. 당장 PC방에는 PC를 사용하지 않고 에어컨 앞에 앉아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다가 나가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업주들에 따르면 예년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난 것 같다고 한다.

소득이 늘고 여유가 생겼다면 정상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할텐데 어찌된 영문인지 당최 주머니를 열지 않는다. 모르는 척 해주기도 지친 업주가 이용을 하지 않고 앉아만 있으면 안 된다고 하면 미안해하며 PC를 켜는 것이 아니라 아쉬워하며 나가버린다.

이런 분위기는 비단 PC방뿐만 아니라 커피숍과 음식점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PC방과 음식점을 함께 운영하는 A씨에 따르면 사람 수에 비해 음식 주문량이 의식할 만큼 줄어들었다고 한다. 커피숍도 별반 다르지 않아 많은 매장에서 한 명만 음료를 주문하고 우르르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있는 일이 부쩍 늘었다.

최저임금이 무려 16.4%나 올랐는데 지갑이 오히려 얇아진 까닭은 무엇일까?

최저임금과 서비스업의 최전선에 있는 소상공인들은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바람에 근로시간 단축 및 인력 감축 현상이 급격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소상공인들 스스로가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줄이고, 남은 아르바이트생의 근로시간마저 줄였으니 그 어떤 경제학자보다도 더욱 생동감 있는 현장에서 직접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5월 고용동향에 이어 고용률이 전년 동월대비 0.1p% 하락했고, 취업자 증가 규모는 전년 동월대비 1/3 수준으로 폭락했다. 반면 자영업자는 감소하고 무급가족종사자는 증가해 인건비 폭등에 따른 폐업 증가와 가족경영 확대가 여실히 드러났다. 더욱이 임시직과 일용직 모두 전년 동월대비 크게 감소했다.

또한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과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2분기 아르바이트 평균 주간 근로시간은 알바소득지수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13년 1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상 21~22시간 사이를 기록하던 근로시간이 예년과 비교하면 무려 주당 5시간 이상씩 줄어든 것으로, 전년대비 34.15%나 감소한 수치다. 이를 최저임금 기준 월 급여로 환산하면 620,200원 정도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결국 시간당 최저임금은 16.4% 늘었으나 근로시간이 34.15% 줄어 실질 소득은 오히려 감소한 셈이다.

이러한 최저임금 폭등에 의한 암울한 현실과 아픔을 공감하는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아르바이트생들이다. 잘났다는 경제학자들은 꿈만 쫓고 있고, 돈 많은 대기업들에겐 남의 얘기고, 공무원들은 자신이 해당되지 않으니 강 건너 불구경이다. 오직 함께 부대끼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들어가며 같이 일하고, 타인의 의지에 의해 일자리를 잃은 당사자. 아르바이트생들만 소상공인의 고충을 이해한다니 슬플 따름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9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0.9% 더 인상된다고 한다. 전국 각 경제단체로부터 이의신청이 쇄도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기획재정부 역시 말로는 고민하겠다고 하지만 이렇다 할 보완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엔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서민 경제가 감내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고, 이대로라면 내년은 더 심화된 위기가 초래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8월 10일로 예고된 주휴수당 최저임금 산입여부 1심 판결과 그에 따른 2019년 최저임금 재논의, 그리고 정부의 보완대책 마련에 일말의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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