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텍 G1 마우스와 함께 PC방 명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삼성 SHS-100V 헤드셋이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지난 2007년 10월 시장에 첫을 보인 삼성 SHS-100V 헤드셋은 삼성전자라는 브랜드 가치를 바탕으로 1만 원대에 불과한 뛰어난 가성비와 전국 삼성 서비스 센터를 통한 A/S라는 든든한 배경으로 PC방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출시 후 4년간 PC방 대세 헤드셋으로 자리매김한 100V 헤드셋은 큰 인기에 힘입어 지난 2011년에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모델을 추가로 출시했는데, 30mm 유닛을 40mm로 강화하고, 볼륨조절만 가능했던 리모컨에 마이크 ‘음소거’ 기능을 추가하는 등 성능과 디자인 면에서 변화를 줬다.

이런 100V 헤드셋도 단점은 있었는데, 이어쿠션을 감싸고 있는 소재의 내구성이 약해 제품 자체가 고장 나는 것보다 이어쿠션이 먼저 벗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어쿠션만을 별도로 판매하는 곳이 생겨나기도 했을 정도였는데,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1만 원대에 불과한 저렴한 가격은 매력적이어서 대부분은 쓰다 버리는 소모품이라 생각하며 애용했다.

넘볼 수 없는 가성비로 한 시대를 풍미한 100V 헤드셋은 PC방 주변기기 고급화 트렌드로 인해 조금씩 설 자리를 잃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해부터 시작된 <배틀그라운드> 열풍이 몰고 온 가상 7.1채널의 기세에 밀려 PC방에서의 가치가 급락했고 올해 초부터는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에 PC방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삼성 SHS-100V 헤드셋을 판매하거나 무료로 ‘나눔’하는 글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으며, 대체 헤드셋에 대한 의견 교류도 활발하다.

이런 분위기는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 리서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의 PC 헤드셋 점유율을 살펴보면 <배틀그라운드>로 헤드셋이 비중이 커진 2017년 7월 이후부터는 가상 7.1채널 헤드셋이 스테레오 헤드셋의 비중을 앞질렀으며, 올해 1월에는 7:3 정도로 가상 7.1채널 헤드셋의 비중이 크게 앞섰다. 그 결과로 삼성전자 SHS-100V 헤드셋은 동기간 헤드셋 판매량 TOP 20에서 0.84%로 최하위에 겨우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는 사실상 PC 헤드셋에 세대교체가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자료로, PC방은 물론 일반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가상 7.1 채널 기반의 중·고급형 헤드셋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삼성 SHS-100V 헤드셋은 단종에 의해 세대교체를 맞은 로지텍 G1 마우스와는 조금 다른 형태로 세대교체를 이루게 됐지만, 오랜 PC방 역사와 함께해 온 SHS-100V 헤드셋의 은퇴 이유가 PC방 주변기기 상향평준화에 기인하는 점은 PC방 헤드셋의 위상이 단순 소모품을 벗어나 명실상부한 게이밍 기어의 반열로 승격됐음을 의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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