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들어 PC방 업주들 사이에서는 <배틀그라운드>의 약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 많던 <배그> 손님들이 반 토막이 나는 통에 PC 가동률도 덩달아 떨어졌다는 논리다. 이런 목소리에는 <배틀그라운드>의 식어버린 인기를 다시 달굴 수 있도록 운영과 서비스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완곡한 뉘앙스도 함께 담겨있다.

일견 맞는 말 같다. PC방 리서치에서 통계로 보여주는 <배틀그라운드>의 PC방 지표는 어쨌든 하락세가 분명하니까. 그런데 지난달 성황리에 마무리된 대한민국 대표 게임쇼 지스타에서 눈으로 확인한 카카오게임즈 부스는 <배틀그라운드>의 하락세를 허황된 이야기처럼 느끼게 한다.

이번 지스타 2018의 핵심 키워드는 ‘보는 게임’이었다. 신작 게임은 드물었고, 온라인게임은 더욱 드물었고, 시연이 가능한 온라인게임은 단 1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스타는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한 번 갈아치웠다.

바로 인플루언서, 스트리머, BJ, 유튜버,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으로 불리는 1인 미디어 스타들이 잔치를 벌였고, 이들이 참여하는 이벤트 대회는 지스타의 변화, 게임의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유명 스트리머들이 함께한 ‘카카오 배틀그라운드 멸망전’ 대회는 관람객들이 몰리면서 인산인해를 이뤘고, 카카오프렌즈 IP와 <배틀그라운드>의 콜라보를 상징하는 ‘삼뚝라이언’은 지스타에서 관람객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몰리는 포토존이었다.

공중파보다 더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1인 미디어 셀럽들이 지스타에서 게임을 밀어내고 주인공 행세를 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지만 카카오게임즈는 관람객들이 이런 1인 미디어 스타들과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는 스페셜 매치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사실 <배틀그라운드>는 지스타 이전부터 ‘보는 맛’이 ‘하는 맛’ 만큼 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여기서 ‘보는 맛’은 e스포츠가 아닌 1인 방송이다. 게임의 특성상 독특하고 재미난 상황이 만들어지고 스트리머의 입답과 리액션이 만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또한 지스타 개막 하루 앞서 진행되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올해 처음 신설된 게임콘텐츠 크리에이터 부분에서 <배틀그라운드> 유튜버 킴성태가 수상한 것도 이런 흐름 속에서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1인 미디어를 가장 즐기는 연령대가 10대부터 20대 중반이고 이들은 지스타 관람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보는 맛’에 기반한 지스타 부스를 기획한 카카오게임즈가 올해 지스타 최고 인기 부스의 영광을 차지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게임쇼 지스타에서 신작 게임이 사라진다는 비판이 제아무리 유효하더라도 시장 상황이 신작 온라인게임을 거부한다면 지스타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또 게이머과 관람객들의 반응이 좋다면 신작 게임의 공백을 1인 미디어가 채워가는 추세 또한 막을 순 없다.

시대적 요구가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의 이행이라는 것이 지스타에서 확인됐다면, 카카오게임즈의 선봉에 섰던 <카카오 배틀그라운드>는 여전한 대세를 과시하는 게임이었다.

또한 ‘함께 하는 게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 PC방의 체질과 여기서 도출된 점유율 결과가 과연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를 가늠하는 기준일 수 있는지, 게임을 보는 시대에 PC방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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