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6월호(통권 31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오랫동안 대표적인 컴퓨터 저장장치 솔루션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ard Disk Drive, 이하 HDD)가 저장 매체인 플래터 회전 속도의 한계로 성능 향상의 벽에 부딪히면서 반도체 메모리를 이용해 전송속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SSD(Solid State Drive)가 빠르게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HDD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의 SSD지만 HDD에 비해 용량은 적고 가격이 비싸 업계에서는 저렴하고 용량이 넉넉한 하드디스크의 장점과 속도가 빠른 SSD의 장점을 결합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소량의 낸드를 캐시로 사용한 SSHD(Solid State Hybrid Drive)와 윈도우의 부스트 레디 기술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인텔이 선보인 옵테인 메모리 역시 같은 맥락의 제품인데, 기존에 등장한 기술들보다 한 차원 진보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M.2 디자인의 신개념 캐시 메모리
기존 낸드보다 1,000배 빠른 3D XPoint 메모리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옵테인 메모리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전송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전원이 꺼지면 모든 데이터가 삭제되는 D램(DRAM)의 장점과 전송속도는 느리지만 전원 없이도 데이터 저장이 가능한 낸드의 장점을 하나로 결합한 제품이다.

데이터 센터용 서버 등에만 제한적으로 공급되는 옵테인 SSD와 달리 캐시 메모리 성격의 옵테인 메모리는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공급된다. 기존에 등장했던 다양한 캐싱 기술들의 완성형으로도 볼 수 있는 이 제품은 용량별로 16GB와 32GB 두 가지 모델이 공급되며, 초고속 SSD를 위한 M.2 슬롯에 장착된다.

설정과 조건은 다소 까다로워
옵테인 메모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인텔의 7세대 카비레이크 프로세서와 200시리즈 메인보드다. B250부터 H270, Z270 메인보드에 모두 적용할 수 있지만 반드시 바이오스는 옵테인 지원 기능이 추가된 최신 버전이어야 한다.

▲ 옵테인 지원 바이오스와 원클릭 설치 툴이 제공되는 ASrock B250M PRO4 디앤디컴
▲ SATA 포트 부근에 배치된 슬롯에서만 옵테인 메모리를 지원한다.
▲ 지원되지 않는 M.2 슬롯에 장착하면 활성화되지 않는다.

200시리즈 메인보드라 하더라도 제조사에 따라 아직 옵테인 지원 바이오스가 제공되지 않는 제품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며, 2개의 M.2 슬롯 가운데 1개만 대응하는 제품도 있으니 옵테인 메모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미리 지원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두 번째는 바이오스 설정의 변경이다. 일반적인 AHCI 모드 대신 UEFI 모드로 윈도우를 설치해야만 동작하므로 기존 AHCI 사용자는 운영체제를 새롭게 설치한 뒤 관련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된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ASrock B250M PRO4 디앤디컴 메인보드를 사용했는데 디앤디컴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원클릭 셋업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 활성화가 완료된 옵테인

이 모든 과정을 끝내고 나면 해당 프로그램을 실행해 옵테인 메모리의 활성화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 때 적용이 가능한 드라이브는 오직 운영체제가 설치된 드라이브로만 제한된다.

하드디스크 속도 향상은 발군, SSD는 큰 의미 없어
인텔 코어 i5-7600 CPU와 ASrock B250M PRO4 디앤디컴 메인보드를 활용해 테스트 시스템을 꾸미고, 지금은 HGST(히타치 글로벌 스토리지 테크놀로지스)로 브랜드가 변경된 히타치 1TB 하드디스크를 사용해 옵테인 메모리의 가속 성능을 확인해 봤다.

▲ 옵테인 활성화 전(좌)과 후(우)의 벤치마크 성능

옵테인 메모리를 적용했을 때와 아닐 때로 나눠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우선 부팅 속도에서부터 확연히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드디스크만 사용했을 때 40초에 육박하던 부팅 시간이 옵테인 적용 후 6~7초면 완료됐다.

각종 게임의 로딩에서도 속도 차이가 두드러졌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실행에 27초 걸리던 로딩은 10초대로 빨라졌으며, <디아블로3>는 30초에서 20초대로 줄어들었다. 그 밖에 다른 게임에서도 옵테인 메모리는 확연하게 달라진 로딩 속도를 보여줬다.

크리스탈디스크마크(CrystalDiskMark) 프로그램으로 측정해 본 결과에서도 옵테인의 성능은 돋보인다. 132MB/s 수준의 읽기 속도는 925MB/s로 빨라졌으며, 랜덤 읽기 성능을 알 수 있는 4K 테스트 결과에서도 속도는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반면 SSD와 옵테인 메모리를 조합한 경우에는 향상 폭이 미미했다. SSD 자체의 성능이 워낙 뛰어난 까닭에 하드디스크와 조합했을 때와 같이 드라마틱한 성능 향상을 느낄 수 없었다.

하드디스크 PC방이라면 도입 고려할만해
테스트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옵테인 메모리는 하드디스크에 적합한 캐시 메모리다. SSD를 활용하는 VOG 시스템에서는 별다른 향상을 기대할 수 없고, 노하드솔루션에는 접목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하드디스크를 사용하는 PC방만이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하드디스크 PC방에서도 7세대 코어 프로세서 카비레이크 플랫폼을 도입해야만 한다는 점과 120GB SSD에 버금가는 옵테인 가격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읽기 성능은 발군이지만 쓰기 성능이 여전히 더디다는 약점도 있어 사실상 PC방과의 접점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기술의 완성도면에서 볼 때 지금까지의 기술 중 가장 뛰어나므로 향후 발전을 거듭해 PC방에 활용되는 길이 열린다면 큰 인기를 누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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