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2009가 역대 최다 관람객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폐막했다.

일산에서 부산으로 개최지를 옮기며 흥행 성공 여부에 관심과 우려가 쏠렸으나 24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리며 아무런 탈 없이, 아니 오히려 더욱 큰 성공을 거두어들인 것이다. 지스타2009를 표현하자면 한 마디로 ‘도전’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다.

개최지 변경과 신종플루라는 변수, 그 동안 지적되어왔던 부스걸의 과다 노출과 전시 콘텐츠 부족 등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한 수많은 도전을 한 것이다. 그리고 지스타2009는 거의 대부분의 도전에서 성공을 거뒀다.

역대 지스타 중 가장 큰 성공이라 할 수 있는 지스타2009. 지스타2009의 도전과 남은 숙제를 되짚어 본다.

새로움을 향한 도전, 개최지 변경
그동안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되던 지스타의 2009년 개최지를 부산 벡스코로 결정했을 때, 게임업계에서는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나타냈다. 이전까지 지스타의 개최지였던 일산 킨텍스는 수도권에 교통편도 잘 되어있었지만, 서울 시민이 찾기엔 거리가 상당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부산 벡스코는 근처에 센텀시티가 조성돼 백화점, 영화관 등이 있어 관람객의 유입이 용이했다. 부산에 게임 개발사가 상당수 위치해 있다는 점도 지스타 흥행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그동안 서울과 수도권 위주로 개최되던 지스타가 처음으로 지방에서 열려 지방의 게임팬들 상당수가 이를 적극적으로 환영했고, 부산시에서도 지스타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지원했다. 지스타2009는 부산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다른 지역에서도 상당수의 관람객이 방문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개최지를 부산으로 옮기며 생긴 단점도 있었다. 대형 게임사나 퍼블리셔, 언론사는 대부분이 서울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상당한 인력이 서울과 부산을 오가야만 했다. 게임사의 경우 이전의 지스타보다 부스 이용료를 더 할인받을 수 있었지만, 수십 명의 직원 숙박비와 교통비에 대한 부담이 늘어 비용 면에서는 크게 효율적이지 못했다.

위 같은 단점이 있었지만, 부산에서의 첫 개최는 꽤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2010년 지스타 역시 다시 한 번 부산에서 개최되는 것으로 확정됐다.

신종플루도 이겨낸 지스타
올해 지스타의 흥행 여부에 있어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던 것은 ‘신종플루’였다. 지난 여름 부터 전 세계에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신종플루로 인해 각 지자체는 크고 작은 행사를 대부분 취소하거나 연기했으며, 일각에선 지스타2009도 개최를 취소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지스타는 신종플루가 대유행 단계로 격상된 상태에서도 개최를 강행했지만, 흥행 여부까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조직위에서는 신종플루 감염 예방에 대한 대책을 사전부터 철저히 계획했고, 개막일 전까지 이 같은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개막 이후에도 입구에 발열감지기와 인력을 투입해 관람객의 체온을 측정했으며, 자동소독기기인 플루건을 이용해 신종플루가 전염되지 않도록 각별한 신경을 썼다. 관람객들의 체온을 일일이 측정하고 출입구도 좁혀 입장이 다소 지연되기도 했으나, 관람객들은 대체적으로 이 같은 관리에 이해하고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 신종플루 감염 예방을 위한 체온검사

 

지스타 기간 중 이중, 삼중으로 신종플루 감염 예방을 위한 활동을 펼쳤지만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었다. 발열감지기가 작동하지 않는 때도 더러 있었고, 입구에서만 소독을 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대규모의 인파가 몰리는 만큼, 출구에서의 2차 소독에도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종플루는 잠복기간이 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 없지만, 현재까지는 큰 문제없이 지스타가 성공적으로 폐막했고, 신종플루로 인해 흥행에 참패할 것이라는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 플루건의 모습

 

지스타2009의 누적 관람객 수는 약 24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는 지난 2008년보다 약 5만 명이, 2007년 보다는 약 8만 명 이상이 증가한 수치다.

벡스코 김수익 사장은 지스타 행사 기간 중 현장에서 취재 중인 기자단을 찾아 “올해 벡스코에서 개최된 수백 건의 행사 중 가장 많은 관람객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감사와 격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영상을 보기 위한 대기 줄

 

국산 게임의 끝없는 도전과 발전
최고의 대작들을 선보인 지스타2009는 그동안 일부 관람객들의 “볼 것 없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를 확실히 잠재웠다. 이번 지스타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스타크래프트2>와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NHN의 <테라>는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으며, 특히 <블레이드앤소울>은 단 11분짜리의 영상만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NHN의 <테라>와 네오위즈게임즈의 <에이지 오브 코난>은 성인들만이 시연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 <스타크래프트2>를 시연 중인 모습

 

MMORPG 일색이었던 지스타2009였지만, 다른 장르의 게임들도 골고루 높은 인기를 누리며 지스타 효과를 톡톡히 봤다.

먼저 <헬게이트: 런던>의 실패로 침체된 2009년을 보낸 한빛소프트는 지스타에서 희망을 쏘아 올렸다. 한빛소프트가 지스타2009에서 시연한 <그랑메르>와 <FC매니저>는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특히 전용 컨트롤러까지 선보인 낚시 게임 <그랑메르>는 연령대가 높은 4~50대 층에게도 큰 관심을 받았다.

 

   
 

▲ 한빛소프트의 낚시 게임 <그랑메르>

 

또한 역대 지스타에서 비교적 관심이 적었던 콘솔, 아케이드 게임 부스도 이번 지스타에서는 많은 인기를 누렸다. 콘솔게임 전문 업체인 유니아나의 부스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으며, 체감형 아케이드 게임의 경우 남녀노소 구분 없는 큰 인기를 누렸다.

 

   
 

▲ 체감형 아케이드 게임을 즐기는 모습

 

넥슨은 소셜 네트워크 게임(이하 SNG)인 <넥슨별>로 의미 있는 도전을 시도했다. 위험성이 많은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대작들 사이에서 당당히 경쟁을 펼친 것이다. 그동안 몇 가지의 SNG가 국내에 서비스됐지만, 흥행에 실패하며 줄줄이 서비스를 중단했었다.

SNG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져가지만, 실제 흥행은 여론의 관심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넥슨은 오히려 <넥슨별>을 지스타에 출품시키며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 중·고등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끈 넥슨 부스

 

<넥슨별>은 게임업계에서 블루오션으로 여겨지고 있는 여성층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관람객 중 많은 여성 관람객들이 <넥슨별>에 큰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었으며, 지난 1차 CBT 때도 상당수의 여성 유저들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타인과 어울리는 분위기, 어렵지 않은 난이도와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 여성 게이머의 심리를 잘 공략한 것이다.

 

   
 

▲ 넥슨별을 개발한 넥슨노바의 박지영 개발총괄 실장(좌)과 기획총괄 윤형식 팀장(우)

 

이처럼 지스타2009는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 MMORPG 외의 다른 장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성인 콘텐츠에 대한 미성년자 접근 제한
이번 지스타2009와 역대 지스타와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관람객의 연령 구분이 확실해졌다는 점이다. 미성년자 관람객들을 색깔이 다른 팔찌로 구분하고, 성인들은 목걸이를 착용시켜 게임사 관계자들과 진행자들이 확실히 분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18세와 15세 이용가 게임은 확실히 연령대가 구분돼 시연이 진행됐다.

 

   
 

▲ 성인들만 시연이 가능했던 네오위즈게임즈의 <에이지 오브 코난>과 NHH의 <테라>

 

그러나 일부 업체의 18세 이용가 게임 시연대는 부스 밖에서도 쉽게 모니터를 볼 수 있는 구조여서 이 같은 부분이 허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이 같은 관람객의 연령 구분으로 인해 반사이익을 본 업체들도 있었다. 캐주얼 게임을 선두로 내세운 넥슨과 오로라게임즈, 낚시 게임을 선보인 한빛소프트는 이러한 시도의 최대 수혜자였다. 이들 업체 부스에는 중쪾고등학생 관람객이 집중되는 모습이었다.

확실히 변화한 부스걸
지스타2009가 시작되기 전부터 지스타 조직위는 부스걸들의 노출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며, 노출의 수위가 과할 경우 해당 부스의 전원을 차단시키겠다고 엄중 경고를 하기도 했다. 또한 게임사 자체적으로도 지스타가 ‘걸스타’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부스걸

 

 

   
 

▲ 네오위즈게임즈의 부스걸

 

전년도에 비해 부스걸들의 노출을 다소 완화된 모습이지만, 일부 부스걸들의 의상은 여전히 남성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만큼 파격적인 모습이었다.  의상의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전년도와 비슷했지만, 부스걸들의 태도는 상당히 변화된 모습이었다. 일부 부스의 도우미들은 사진촬영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사진촬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부스걸들이 사전에 자신들이 홍보할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부스걸들은 단순히 말뿐인 ‘도우미’에 지나지 않고, 관람객들의 게임 시연을 옆에서 도우며 제 몫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게임을 설명 중인 엠게임의 부스걸

 

<발리언트>와 <아르고>를 준비한 엠게임의 경우 부스걸들이 관람객의  옆에 앉아 게임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빛소프트의 경우엔 아예 부스걸을 고용하지 않았다. “시연에 중점을 두어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도 부담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는 한빛소프트 김유라 이사의 말처럼 한빛소프트 부스에서는 한빛소프트의 직원들이 직접 게임 시연을 안내했다.

이처럼 부스걸들의 노출을 다소 완화된 모습이었으나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코스튬만을 전문으로 하는 코스튬플레이어의 노출이 문제가 된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캐릭터를 흉내 낸 코스튬플레이어들은 과한 노출로 인해 결국 엔씨소프트 자체적으로 해당 모델들의 활동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앞으로는 부스걸의 의상뿐만이 아니라 코스튬플레이어들에 대한 노출 수위 조절도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문제가 됐던 <블레이드앤소울>의 코스튬플레이 모델들

 

지스타2009가 남긴 숙제들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는 지스타2009였지만, 여전히 개선돼야 할 문제점들도 남아있다. 가장 큰 지적을 받은 것은 소음으로 인한 문제였다.

각 게임사의 과도한 홍보 경쟁으로 인해 부스별로 흘러나오는 소리의 볼륨은 기준치를 훨씬 넘어섰고, 옆 사람과 대화를 하기 위해선 큰 소리를 치거나 다른 장소로 이동해야만 대화가 가능했다. 홍보 경쟁이 소음 전쟁으로 변질되고 만 것이다.

소음으로 인한 피해는 매년 지스타에서 개최되는 게임음악회가 고스란히 떠안았다. 28일에는 게임음악회와 <스타크래프트2>의 시범경기가 동시에 펼쳐졌다. 게임음악회가 열리는 무대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메인 무대와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었으며, 오른쪽에는 한게임의 메인 무대가 위치해 있었다. 때문에 해설자들의 목소리와 게임음악회에서 공연 중인 가수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게임음악회를 보러 온 관람객들은 공연에 집중하기가 힘들어 보였다.

이 같은 문제는 참여 업체와 조직위 간의 일정 조정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관람객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소음문제는 차기 지스타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반드시 개선되어야할 부분이다.

지스타가 해결해야할 또 한 가지 과제는 진정한 국제 게임박람회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업체 간의 국내외 수출입 계약이 이루어지는 B2B 행사는 매년 큰 규모로 이루어지지만, B2C 행사에서는 해외 게임사를 찾아보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국내 게이머들을 위해 해외 업체의 참가를 더욱 확대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처음으로 지스타에 참가했지만, 국제 게임박람회라는 이름을 내걸기엔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다. 해외의 게임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 미국의 E3, 일본의 TGS 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해외에서도 지스타의 권위를 인정받을 때, 진정한 국제 게임박람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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