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인플루엔자(H1N1, 이하 신종플루)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다중이용업소’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종플루가 호흡기로 전염된다는 이유로 밀폐된 장소나 불특정다수가 출입하는 곳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PC방 업계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각종 언론매체들은 연일 PC방을 신종플루에 취약한 장소로 보도하고 있으며, 정부부처나 교육기관에서도 PC방을 신종플루에 감염될 수 있는 주요경로로 지목해 학생들에게 출입을 삼가도록 지도하고 있다.

하지만 신종플루에 감염될 수 있는 장소는 PC방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다른 업종들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C방이 지목되는 이유는 PC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이로 인해 PC방 업주들은 신종플루로 인한 규제정책이 시행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업종이 PC방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PC방들이 손세척기나 세정제를 구비해 PC방이 신종플루에 취약한 장소가 아니라는 인식을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 이 시간에는 손세척기는 물론, 물수건을 자리마다 비치하고 15일간 효과가 유지되는 소독기를 구매하는 등 신종플루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수PC방 길동점을 찾아 신종플루 대처 방안들을 살펴봤다.

   

더 이상 PC방은 신종플루에 취약하지 않다!
서울 강동구 길동에 위치한 수PC방은 입구에서부터 신종플루를 예방하고 있다는 스티커를 부착해 놓고 있었다. 스티커에는 ‘SAFE ZONE(안전지대)’이라는 문구와 함께 ‘신종인플루엔자 예방 손소독기 비치 업소’라고 안내하고 있으며, 입실과 퇴실 시 입구에 비치된 손소독기를 사용해 달라는 문구도 함께 적혀있다.

   
 

▲ 수PC방 길동점은 신종플루 예방에 대한 안내문을 출입구와 카운터에 부착해 놓고 있었다

 

수PC방 길동점은 신종플루를 예방하기 위해 총 4가지 대책을 마련해놓고 있다. 첫째, 손세척기를 카운터에 비치해 손님이 PC방에 들어오고 나갈 때 손을 세척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 물수건을 각 자리마다 비치해 고객이 음식물을 섭취하는 등 손을 씻어야 할 때 앉은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셋째, 고객이 사용한 자리를 청소할 때는 알코올을 이용해 마우스 및 키보드를 깨끗이 세척한다. 넷째, 병원에서 사용하는 살균소독기를 이용해 PC방 전체를 소독하는 것이다. 특히 이 소독도기로 매장을 소독하면 15일간 그 효과가 유지된다. 이 네가지 방법을 총 동원하면 신종플루에 대한 우려는 말끔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 수PC방은 신종플루를 예방하기 위해 총 4가지 방법을 시행하고 있었다. 1. 손 세척기 비치, 2. 각 자리에 물수건 비치, 3. 키보드 및 마우스 세척, 4. 소독기를 이용한 매장 전체 소독

 

수PC방 길동점의 송영태 사장은 이러한 장비들을 구입하기까지 힘든 과정을 거쳤다고 토로했다. 구입하고 싶어도 품절된 상품들이 많았고, 업체에 주문을 해도 언제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손세척기 등의 구입 결정을 내린 이후 백방으로 수소문을 한 끝에 2주가 지나서야 물건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현재는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이나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에서 PC방 업주들을 위한 공동구매를 진행 중이다. 손세척기를 구매하고 싶은 PC방 업주들은 각 PC방 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동구매를 활용해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수PC방 길동점의 송영태 사장은 각 PC방 단체들이 공동구매를 진행하기 전부터 개인적으로 모든 물품들을 구매했다.

손세척기는 12만 원, 손세척기에 들어가는 용액은 1만 2천원에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물수건은 400개가 들어있는 한 박스를 9천 원에, 청소할 때 사용하는 분무기에 들어있는 살균 소독제는 20리터를 7만 원에 구입했다. 15일 간 효과를 유지한다는 소독기는 협동조합으로부터 테스트용으로 전달받아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수PC방 길동점의 송영태 사장이 이 같은 노력을 기울인 이유는 무엇일까? 신종플루에 대해 완벽한 대책을 마련한 수PC방 송영태 사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 수PC방 길동점 송영태 사장

 

신종플루 예방에 유난히 신경 쓴 모습이다.
사실 물수건과 같은 경우 신종플루가 유행하기 전부터 서비스하고 있었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고객들의 사용량이 대폭 늘어났다는 것이다. 한 달에 400여개의 물수건이 사용되었는데, 최근에는 3일에만 500개 정도가 사용된다. 또 근무자들에게 음료수를 진열할 때에도 반드시 손을 씻고 진열하도록 하고, 입이 닿는 곳에는 가급적 손을 대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다. 물론 신종플루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더욱 신경 쓴다는 의미로 손세척기 등을 추가로 설치한 것이지만 이전부터 위생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신종플루에 취약한 곳으로 PC방이 많이 언급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다들 만만한 것이 PC방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지하철이나 택시가 더 취약한 곳이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같은 손잡이를 잡는다. 이 손잡이를 소독하는 사람이 있나? 환기도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밀폐된 것은 대중교통도 마찬가지다. 굳이 PC방만 지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미 많은 PC방이 신종플루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점들도 언론이 살펴봐야 할 부분이며, 보도라는 것은 항상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PC방이 신종플루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신종플루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수록 공중이용시설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져 PC방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매출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많은 PC방들이 이미 신종플루 예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으면 한다. 하지만 신종플루 자체는 앞으로 독감의 한 종류로 분류될 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손세척기를 구매하려는 PC방 업주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손세척기 및 세정제 등 신종플루를 예방하는 제품들은 사실 개인적으로 구매하기 힘들다. 대부분 품절된 상태이며 예약을 해도 물품을 받는데 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더구나 비싸다는 단점도 있고 제품이 다양하다 보니 어떤 제품이 효과적인지도 구분하기 힘들다. 차라리 현재 협동조합 등 PC방 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동구매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도 저렴하고 바로 구매할 수 있으니 공동구매를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 수PC방 매장에 부착되어 있는 포스터는 유니세프(국제연합아동기금) 홍보 포스터가 유일하다

 

신종플루에 대한 대비책 말고도 독특하게 운영하는 부분이 있나?
PC방 업계의 문제점 중 하나가 과도하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 한다는 점이다. 사실 과거에는 냉커피까지 고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했었다. 하지만 먹을거리 상품판매 등 부가수익 창출에 무료서비스가 걸림돌이 됐다. 고객들의 반발 없이 어떻게 무료서비스를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차라리 기부를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냉커피 한잔에 500원을 받고 그 돈을 유니세프(국제연합아동기금)에 기부하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받고 판매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부’라는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에 고객들의 반발이 적었다. 매장에서 무료서비스를 없애면 먹을거리 상품판매로 인한 부가수익이 증가하고 기부까지 할 수 있어 1석2조의 효과를 거둔다. 무료서비스만 없애도 부가수익이 50% 정도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 기부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점도 독특했다. 다른 벽면에는 유니세프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는 기부내역을 프린트해 PC방 고객들에게 안내하고 있었다

 

그 외 부가수익 창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최근 PC방 업계의 분위기를 살펴보면 프린트에 대한 반감이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프린트를 아예 구비하지 않고 있는 PC방도 늘고 있다. 그러나 프린트가 부가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현재 인근에 위치한 경쟁 PC방들은 프린터가 없다. 그러다보니 프린트를 뽑을 일이 생긴 고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프린트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이 월 20만 원 상당이다. 물론 PC 이용요금도 같이 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액수다. 프린트를 제외하면 먹을거리 상품판매로 부가수익을 올리고 있다. 볶음밥, 스파게티, 햄버거 등 식사대용과 생과일주스, 아이스티, 미숫가루, 유자차, 생강차. 스무디 등 음료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있고, 여름철에는 팥빙수도 판매한다. 손님 눈에 잘 띄는 곳에 먹을거리 상품들을 노출하려고 노력한다. 고객이 맨 처음 자리에 앉아 PC를 켜면 관리프로그램에 로그인하기 전, 바탕화면에 먹을거리 상품을 광고하고 있는데 효과가 좋은 편이다.

   
 

▲ 수PC방은 다양한 먹을거리 상품을 구비하는 동시에 PC 바탕화면에 상품홍보를 진행하고 있어 부가수익으로 인한 매출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현재 PC방 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점점 PC 이용요금이 인하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지금까지 8년 동안 PC방을 운영해오며 출혈경쟁을 먼저 시작한 매장이 가장 빨리 폐업한다는 것을 느꼈다. 수익이 악화되었다면 부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강구해야 한다. 매장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부가수익을 창출하려는 노력도 게을리 하면서 매출을 올리려고 하니 요금을 인하하는 단순한 발상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일부 PC방 업주들이 금연석에서 고객이 흡연을 하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있다. 정말 황당하다. 당연히 제재를 가해야하는 것 아닌가? 이를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려면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PC방의 부정적인 이미지 개선도 여기서 출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아이러브PC방 독자들게 한마디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정착한 것은 일부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누군가 피를 흘려가며 이 땅에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는 얘기다. PC방 업계도 충분히 변할 수 있다. 자정적인 노력과 함께 실천이 뒷받침 된다면 분명히 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노력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관심’이다. 많은 PC방 업주들이 PC방 업계의 문제점들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실천이라는 것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 PC방 업계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 “수고했다”고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실천이다. 관심과 실천이 뒤따른다면 PC방 업계는 분명히 좋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제 2의 부흥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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