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그래픽의 성능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새로 출시되는 게임들마다 향상된 그래픽을 선보이며 게이머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가 하면, 그래픽이 발전함으로 인해 하드웨어 산업도 덩달아 발전하고 있다. 뛰어난 그래픽을 내세우는 게임이 출시될 때마다 뒤를 이어 새로운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출시되는 것은 이제 당연한 순서가 돼버렸고 최근에는 게임사와 그래픽카드 제조사의 제휴마케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게임 그래픽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IT 산업 전체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번에는 그동안 많은 게임을 접하면서도 무심코 지나쳤던 게임 그래픽에 대해 쉽게 풀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게임 그래픽의 발전

 

   
 

▲ 추억의 게임 <갤러그>

 

게임 그래픽은 <인베이더>, <갤러그>와 같은 단순한 형태에서 최근의 <크라이시스>처럼 마치 실사의 느낌을 주는 그래픽까지 끝없는 발전을 해왔다. 그 중 가장 많은 발전을 유도한 장르는 아무래도 FPS 게임일 것이다. FPS 게임 장르는 게이머가 실제 전투에 임하는 느낌을 받는 만큼, 그 어떤 장르보다 사실적인 배경과 효과를 필요로 했다. 게이머들의 이런 니즈(needs)가 FPS 게임의 그래픽을 발전시키게 만들었고, 점차 레이싱, 스포츠, MMORPG 등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의 그래픽을 구현한 <크라이시스>도 FPS 게임이다. 한동안은 FPS 게임이 계속해서 그래픽 발전의 선두에 서있을 것으로 보인다.

 

 

 

   
 

▲ 1993년 출시된 <둠>

 

 

게임엔진이란?

 

   
 

▲ 2005년 출시된 <둠3>

 

 

신작 게임이 출시될 경우 흔히들 사용하는 ‘XXX 엔진으로 개발’이란 홍보용 문구를 자주 접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엔진이란 것은 대체 무엇일까. 간단히 설명하자면 게임엔진은 게임의 그래픽을 구현하는 일종의 소프트웨어 ‘툴(Tool: 도구)’이다.

3D 캐릭터가 움직이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캐릭터를 제작한 후 게임엔진을 이용해 그 상황에 맞도록 데이터를 입력하기만 하면 프로그래머가 원하는 움직임이 구현된다. 하지만 엔진 없이 작업을 할 경우엔 상황마다 일일이 프로그래밍을 해줘야만 하고 이렇게 되면 작업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엔진을 이용해 개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또한 검증 받은 엔진을 통해 ‘안정성’도 보장받을 수도 있다.

국내 게임 개발사들은 ‘언리얼 엔진’, ‘게임브리오 엔진’, ‘크라이 엔진’, ‘소스 엔진’, ‘쥬피터 엔진’ 등을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 엔진을 구입하는데 적게는 억 단위에서 많게는 몇 십억까지의 어마어마한 금액을 지불해야만 한다. 게임 개발 시 엔진의 선택은 게임 콘셉트 및 시나리오, 장르, 그리고 구매비용 등 모든 것을 고려해 결정한다. 물론 자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에서는 엔진을 구입하지 않고 직접 개발하는 경우도 있다.

게임엔진을 게임 개발과 그래픽 구현에만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3D 게임 내 옵션에서 그래픽의 성능을 조절하는 것도 게임엔진의 기능 중 하나다.

2D 그래픽에 대한 오해
우선 2D 그래픽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2D 그래픽 작업에는 일반적으로 브러시(brush) 작업방식과 도트(dot) 작업방식이 있다. 브러시 작업은 그림을 그릴 때 붓으로 그리는 보편화된 작업이고, 도트 작업은 한 픽셀마다 각기 다른 색의 점을 찍어가며 그림을 완성시키는 작업인데, 이 역시도 TV브라운관의 표현기법을 떠오르면 이해가 쉽다. 도트 작업 시에는 점 하나에 그림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상당히 신중하게 작업을 해야 하고, 작업의 특성상 오랜 작업시간을 필요로 한다. <던전앤파이터>처럼 캐릭터를 세밀하게 표현해야 하는 경우엔 주로 브러시 작업을,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앤비>처럼 캐릭터가 2등신, 3등신으로 작은 경우엔 도트작업을 한다. 물론 두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수많은 게임들의 그래픽을 비교할 때 일반적으로 흔히 생각하게 되는 것이 ‘3D 그래픽이 2D보다 작업하기 훨씬 어려울 것이다’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D 작업이 3D 작업보다 더욱 손이 많이 간다. 물론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3D 캐릭터의 경우 전체적으로 캐릭터를 돌려가며 작업을 진행하고, 2D의 경우엔 좌우앞뒤를 모두 따로따로 제작해야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욱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 넥슨의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앤비>

 

 

2D 캐릭터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선 애니메이션처럼 여러 컷의 프레임이 필요하다. 넥슨의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앤비>를 예로 들면 캐릭터가 한 블록을 움직일 때 총 6컷 정도의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프로그램으로 처리되는 3D 작업과 달리 2D 작업은 소위 말하는 ‘노가다’로 불린다.

2D와 3D 그래픽 작업은 투입되는 인원의 규모에서도 차이가 난다. 3D 작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그래픽팀이 아이템 파트, UI파트, 맵 배경 파트 등으로 나뉘어 작업을 하지만 2D의 경우 한 사람이 거의 모든 작업을 포괄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모든 그래픽팀이 이런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아니며 작업의 효율성에 따라 그 방식은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이로서 눈에 보이는 그래픽의 화려함이 제작과정의 수고와 꼭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한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2D 작업에도 간혹 엔진이 쓰이긴 하지만, 표현에 한계가 있어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게임 그래픽의 중요성
최근 출시되는 게임들이 화려한 그래픽을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한 달 사이에도 수많은 게임이 출시되고, 그 중 게이머의 선택을 받은 게임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성도 중요하지만 게이머가 게임을 선택할 때는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비주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그래픽이 좋은 게임은 게이머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 <킹덤언더파이어2>는 화려한 그래픽으로 출시가 되기도 전에 이미 게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런 현상을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한다. 게임을 출시하기 전에 선보이는 그럴싸한 티저 영상들이 대부분 게이머들의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티저 영상은 화려하고 사실적이지만 막상 게임 출시 후 플레이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일종의 ‘낚시’인 셈이다. 이를 역으로 이용해 실제 게임장면을 티저 영상에 쓰는 경우도 있다. 물론 게임의 그래픽이 정말 뛰어날 경우에만 가능한 이야기다.

게임이 출시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래픽을 보완하는 것은 게이머들에 대한 일종의 ‘보상’ 혹은 ‘답례’이기도 하다. 유치해보일지 몰라도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자신이 주로 즐기는 게임에 대한 일종의 ‘우월감’이나 혹은 ‘자존심’을 갖고 있다.

“네가 하는 것보다 내가 하는 게임이 그래픽이 훨씬 좋아!”

 

   
 

▲ <블레이드앤소울> 또한 뛰어난 그래픽으로 화제를 모았다

 

 

초등학생들의 대화 같지만 분명 게이머들에겐 이런 심리가 조금씩 존재하고 있다. 이런 유저들은 자신이 즐기는 게임에 대한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마니아층을 형성하기도하고, 이런 이유로 자신이 즐기는 게임의 그래픽이 다른 게임들보다 뛰어나길 원하며, 이런 욕구를 만족시킨 게임이 소위 ‘대박’을 치게 되는 것이다.

 

   
 

▲ 국내 게임 중 가장 뛰어난 그래픽으로 평가받고 있는 <아바(A.V.A)>

 

 

그래픽, 흥행의 절대요소는 아니다
그래픽 성능이 게임의 전부를 말해주진 않는다. 1차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래픽이지만 게임성이나 기획, 운영 등등 여러 가지 요소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그 게임은 결코 흥행할 수 없다.

 

   
 

▲ 누리엔의 <엠스타>는 언리얼3 엔진을 사용해 화려한 그래픽을 선보였지만 흥행에선 참패했다

 

 

인기게임 중에는 단순한 그래픽으로 이루어진 것들도 많고, 다른 게임들에 비해 떨어지는 그래픽으로도 흥행하는 게임들이 있다. <카운터스트라이크>의 경우 출시된 지 약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즐기는 FPS 게임 중의 하나다. 최근 나온 <콜오브듀티> 시리즈 등 그래픽 면에서 훨씬 압도적인 게임들도 많지만, 아직까지 카스의 인기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게이머들은 게임의 그래픽을 상당히 중요시하지만 그것이 ‘선택’을 받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 <카트라이더>가 그래픽 때문에 뜬 것은 결코 아니다

 

 

또 그래픽이 뛰어난 게임에는 한 가지 단점이 존재한다. 뛰어난 그래픽을 구현하기 위해 고성능의 하드웨어가 필요하고, PC 사양이 받쳐주지 못할 경우 아예 플레이가 불가능한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연유로 개발 단계에서 유저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오히려 그래픽의 수준을 낮추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실제와 같은 그래픽, 가능한가?
게임 그래픽은 계속해서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발전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정말 실사와 같은 ‘꿈의 그래픽’은 가능한 것일까? <크라이시스> 시리즈가 그래픽 표현에선 단연 최고봉으로 불리지만 실사와 비교하자면 아직 어색한 부분이 많다.

국내 유명 개발사에서 그래픽 담당을 맡고 있는 한 개발자는 “실제와 같은 그래픽을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기술이 점차 발전하고 있어 실제에 조금씩 근접해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자신의 소견을 밝혔다.

이 개발자의 말에 따르면 <둠3>가 출시되면서 게임 그래픽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고, 이후로는 크게 진전이 없어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신작 게임들이 출시될 때마다 조금씩 개선되긴 하지만 <둠3> 때처럼 획기적인 발전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둠3>와 같은 획기적인 작품이 나와야 게임 그래픽에 또 한 차례 비약적인 발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최고의 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는 <크라이시스>

 

만약 실제와 같은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된다면 세상에 어떤 일들이 발생할까?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이 기능을 활용하게 될 것이다. 특히 게임산업은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크고 기능성 게임 분야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동차 운전연습과 시뮬레이션 비행훈련 등 군사적인 목적과 의학에도 활용되며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부작용도 상당히 많이 발생할 것이다.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게임중독’ 논란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사리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실사와 같은 그래픽으로 장시간 폭력적인 게임을 즐길 경우 정서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그래픽 기술발전의 최전선에 있는 게임 개발자들은 기술력과 함께 게임 과몰입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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