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의 출시가 연기 되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 측은 “좀 더 높은 완성도의 게임을 선보이기 위해서”, “새로운 배틀넷의 최적화”라는 두 가지 이유를 들며 <스타2>의 발매시기를 2010년 상반기로 늦췄다.

<스타2>의 출시가 늦춰짐에 따라 올 하반기 매출상승을 기대했던 PC방 업주들에게는 그 실망감이 일반 게이머들보다 몇 배는 컸을 것이다. 그러나 대작 게임들의 발매연기는 으레 있어왔던 일이고, 좀 더 재미있고 완벽한 게임을 만나기 위해 감수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스타2>의 출시는 내년으로 연기되었지만,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배틀넷 모델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그동안 제기되어왔던 배틀넷 유료화에 대한 가능성이 조금은 낮아졌다는 것이 PC방 업주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얼마 전 미국 애너하임에서 개최된 ‘블리즈컨 2009’에서 블리자드는 “배틀넷은 무료가 원칙이며 새로운 배틀넷도 그럴 것”이라고 언급해 배틀넷 유료화설을 일축시켰다.

이전까지만 해도 ‘LAN방식 배제 발언’과 ‘배틀넷 계정 통합’ 등으로 인해 PC방 업계에서는 배틀넷 서비스가 유료화 되는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져 왔었다. 하지만 배틀넷 무료가 소식이 알려지면서 PC방 업계의 분위기는 한 순간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블리자드는 한국의 특수한 PC방 구조를 언급, PC방에 대한 모델은 현재 연구 중이라고 밝히며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언급했다. 블리자드의 이러한 발언은 PC방 배틀넷 유료화 모델이 출시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에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금부터 <스타2>의 출시가 연기된 시점에서 배틀넷 유료화 가능성과 그에 따른 파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PC방 배틀넷의 유료화 가능성, 조금 더 지켜봐야
블리자드는 그동안 배틀넷의 수익 모델과 관련해 여러 입장을 내놓았다. 패키지를 사면 배틀넷이 무료라거나 배틀넷은 부분 유료화가 될 전망이라는 등 엇갈린 입장이 지속적으로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 때문에 <스타2>를 기다리는 게이머들은 더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있었던 ‘블리즈컨 2009’에서 블리자드의 배틀넷 개발진이 다시 한 번 배틀넷의 수익 모델에 대해 언급하면서 배틀넷 무료화의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배틀넷 개발진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배틀넷은 기본적으로 무료가 원칙”이라며 “다만 마켓플레이스와 같은 시스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배틀넷 개발진들의 언급대로라면 게이머들은 자신이 제작한 게임콘텐츠를 배틀넷에서 거래할 수 있고, 블리자드는 게임 유저들이 거래하며 발생되는 수수료를 수익원으로 삼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되면 PC방 업주나 게이머는 배틀넷 서비스 자체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으며 마음껏 게임을 즐길 수가 있게 된다. 하지만 PC방에 대한 모델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향후 블리자드의 결정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기존 온라인 게임과 같은 과금체계가 아닌, 새로운 부분유료화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불매운동, 이제는 안 통한다
만약 PC방에서의 배틀넷 접속 자체가 유료화 된다면 PC방 업계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현재의 PC방 업계로써는 이를 막을 방법이 전무하기 때문에 그 틀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자칫 불매운동을 진행 하더라도 고객이 해당 게임을 원할 경우 수익적인 측면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야할 수밖에 없는 곳이 PC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불매 운동에 대한 상황 역시 크게 변했다는 이유도 있다. 지난 2004년 <카운터스트라이크> 스팀파동과 현재의 <서든어택> IP 차단 사태는 너무나도 상반된 모습이다. <카운터스트라이크>에 대한 불매 운동이 진행되었을 당시에는 <하프라이프> 패키지만 있으면 무료로 즐길 수 있어 <카운터스트라이크>가 PC방을 기반으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개발사인 밸브 측이 스팀 플랫폼을 선보이며 유료화 방침을 내놓았고, 이에 따라 <하프라이프> 및 <카운터스트라이크> 패키지를 구입했던 PC방 업주들은 말도 안 되는 처사라며 스팀 불매운동을 진행했다. 이후 PC방에서는 <카운터스트라이크>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반면 평생 무료서비스 선언을 했던 <서든어택>은 지난 4월, CJ인터넷 측에서 비가맹 PC방의 IP를 차단시켜 PC방 업주들의 반발이 컸다. 하지만 IP차단 정책이 추진된 이후 오히려 <서든어택>에 대한 수요는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 되면 게임사의 킬러타이틀에 대한 PC방 불매운동은 효력이 상실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PC방 업계에서 아무리 불매운동을 진행해도 인기게임들이 여전히 제 순위에서 버티고 있다는 점은 PC방의 특성상 게임사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증하고 있다.

<스타2> 유료화, 꼭 나쁜 것일까?
저작권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변하고 있는 현재, 일부 PC방 업주들은 배틀넷 유료화에 어느 정도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패키지를 구매했기 때문에 배틀넷은 무료로 서비스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 상업적 측면에서 바라볼 때 올바르지 않은 주장이다. 패키지의 가격은 해당 게임 콘텐츠에 대한 대가이며,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배틀넷 유료화로 꾸준한 수익원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배틀넷 서버 유지비용도 분명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배틀넷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때문에 배틀넷의 유료화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

 

   

 

PC방 업계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받지 않던 비용을 지금에 와서야 받느냐는 불만을 제기할 수 있지만 냉정하게 따져본다면 유료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CD-key의 도난과 게임 핵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장기간 PC방을 운영해온 업주라면 패키지게임의 CD-key를 도난당한 경험이 한 번 쯤은 있을 것이다. PC방만의 배틀넷이 따로 서비스된다면 계정에 대한 접근방식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블리자드는 “<스타2>에서 핵을 사용하다 적발된 게이머는 패키지를 다시 구매해야할 것”이라는 언급을 했는데, 이는 게임 핵을 사용하면 강력하게 제재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부분이다. <스타2>가 나왔을 때도 지금의 방식대로 배틀넷이 무료로 서비스되고, PC방 고객이 핵을 사용하다 CD-key 자체가 차단될 경우 PC방에서는 패키지를 다시 구매해야하기 때문에 CD-key를 도난당한 것보다 더 큰 손실이 발생한다. 배틀넷 유료화는 이러한 피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경제적인 부담 커, 서비스 차별화로 보상해야
만약 배틀넷이 유료화가 된다면 PC방 업주 입장에서 느끼는 경제적인 부담은 상당할 것이다. 특히 <스타2>는 종족별로 패키지가 3번에 나뉘어 나오기 때문에 패키지 구입만 하더라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한 종족의 패키지만 구입해도 배틀넷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게임출시 초반에는 싱글캠페인을 즐기는 게이머도 상당하기 때문에 하나의 패키지만 구비해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패키지 구입에 대한 부담이 큰 만큼, 배틀넷이 유료화 된다면 업주들이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가격이 책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형평성을 위해 배틀넷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일반 유저와도 확실한 차별을 두어야 한다. PC방 배틀넷만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최근 블리자드는 “새로운 배틀넷에 LAN방식을 대체할 만한 기능을 추가하겠다”라는 발언을 했다. 만일 이러한 서비스를 PC방에서만 가능하도록 구현한다면 분명 오프라인에서 멀티플레이를 즐기기 위해 PC방을 찾는 게이머들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2>, 전작의 신화 재현할 수 있을까
2010년에도 수십 종의 신작 게임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스타2>는 그 중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전작인 <스타크래프트>는 세계의 게임판도를 뒤집어 놓았고 e스포츠의 저변을 확대시키는 일조했다.

무엇보다 국내 PC방 산업이 <스타크래프트>로 인해 커졌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스타크래프트> 또한 PC방으로 인해 흥행할 수 있었던 측면도 부정할 수 없지만 <스타크래프트>가 없었다면 국내의 PC방 시장이 지금처럼 커질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스타크래프트>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그 인기는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지고 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미 몇 번의 시연회를 통해 그 재미를 검증받았고, 사람들은 출시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국내 게이머들은 <스타크래프트>만의 RTS 게임 방식에 길들여져 이후 출시된 다른 RTS 게임들을 시장에서 배척시켰다. 이후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같은 장르의 게임은 등장하지 못했다. 그동안 몇몇 MMORPG와 FPS 게임만이 흥행에 성공했을 뿐이다.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3>가 잠시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스타크래프트>의 아성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현재로서는 <스타크래프트>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게임은 후속작인 <스타2>밖에 없어 보인다. 물론 <스타2>가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많은 요소들이 <스타2>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새로운 베틀넷의 유료화 가능성과 <스타2>가 PC방에 미칠 수 있는 영향들에 대해 전망해 보았다. 아직까지 확실히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스타2>와 배틀넷의 향방은 언제, 어떻게든 변할 수 있다.

10년 전, 전국의 PC방에서 마린의 총소리가 들렸던 것처럼 <스타2>가 다시 한 번 성공신화를 재현한다면 PC방도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외산 게임이 국내 게임시장을 장악한다는 점이 다소 서글프지만 <스타2>가 국내 게임을 모두 제치고 다시 한 번 정상의 위치에 선다면 위기의식을 느낀 국내 게임사들이 PC방을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도 조금은 변하지 않을까 전망해본다.

<이미지 출처 : 스타크래프트2 공식 홈페이지(http://kr.starcraft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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