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세대 간 교류의 장으로 변한다

PC방이 교육의 장이자 세대 간 교류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6월 20일, 일산에 위치한 오그리마PC방에서는 고양시 종합 자원봉사 센터 주최로 50~60대의 노년층에게 무료로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보건복지가족부가 후원하고 고양시가 지원하는 것으로, 일산정보산업고등학교의 인터렉트 봉사동호회 학생 20여 명이 참석해 노년층에게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면서 오그리마PC방에는 노년층과 청소년이 공존하는 보기 드문 진풍경이 펼쳐졌다.

   

각 지자체를 통해 10여 명의 노년층이 참석한 이날 교육은 인터넷 활용법에 대한 교육을 중심으로, 당초 고양시 종합 자원봉사 센터에서 준비한 매뉴얼이 활용될 예정이었으나 현장에서 노년층이 궁금해 하는 부분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봉사에 참여한 학생들이 즉흥적으로 노년층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교육을 받은 60대 남성은 “PC방이라는 곳에 처음 방문해 본다”며 “특별한 경험이고 청소년들이 잘 가르쳐주는 것 같아 자주 참석해 컴퓨터 교육을 받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또 50대 후반의 여성은 “원래 PC방에 자주 방문했기 때문에 익숙하다”며 “청소년들이 봉사를 통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평상시에도 이메일을 주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봉사에 참석한 일산정보산업고등학교 2학년 김담비 학생은 “어르신들이 주로 궁금해 하시는 부분은 인터넷 검색이나 문서작업 등 간단한 작업이라 알려드리는데 큰 어려움은 없지만 PC방 조명이 어두워 키보드 자판을 치는데 어려움을 느끼시는 것 같다”며 “평소 게임을 위해 방문했던 PC방이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일산정보산업고등학교 2학년 이다예 학생은 “블로그 만들기, 메신저 대화하기, 싸이월드 미니홈피 관리하기 등 어르신들은 주로 손자, 손녀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것 같다”며 “PC방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있으니 느낌이 색다르고 연락처를 적어주셔서 평소에도 연락을 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다예 학생은 인터뷰 중 연락처를 적은 메모지를 보여주며 보람을 느낀다고 한껏 들뜬 목소리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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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행사를 주최하고 진행하는 고양시 종합 지원봉사 센터 관계자는 교육공간으로 PC방을 활용한 이유에 대해 “가장 적절한 장소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사실 회관이나 전문 교육기간을 통해 장소를 섭외할 수 있었지만 대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부담이 됐다. 물론 PC방에도 시간당 요금에 대한 비용이 지출되지만 대관비용 보다는 저렴하다. 딱딱한 분위기가 아닌 것도 장점이고 익숙한 공간이라 앞으로도 PC방을 이용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고양시 종합 자원봉사 센터는 앞으로도 PC방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노년층에게 컴퓨터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교육 공간으로 PC방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며 여름방학 기간에는 코코학생봉사단센터와 연계해 진행된다.

PC방의 이러한 변화는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는 인터넷 교육을 위해 인근 PC방을 활용하고 있는 추세다.

이렇듯 교육의 주체가 PC방을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PC방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많은 발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더구나 지역 사회에서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기 때문에 PC방 업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 오그리마PC방 김진경 사장

 

PC방을 교육 공간으로 제공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역 사회에 기여한다는 점도 있지만 홍보효과를 거두겠다는 의미가 크다. 사실 좌석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고객을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손해다. 하지만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공간을 내어주게 됐다.

보통 50~60대의 노년층이 PC방을 찾는 경우가 있나?
50대 초반의 고객들은 간혹 보이지만 50~60대의 노년층은 전무하다고 봐야 한다. 특히 연령층이 높은 여성이 찾는 경우는 다른 곳에서도 매우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생각하나?
학생 고객들이 게임을 하면서 시끄럽게 떠들기도 하고 심지어 욕설을 하거나 흡연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곳에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어떻게 출입하겠나? 세대가 공존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공간이 PC방이라 생각한다.

노년층과 청소년이 어우러진 모습을 본 소감은 어떤가?
이러한 변화가 지속되면 PC방의 이미지도 많이 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세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발전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더구나 PC방 업주는 기본적으로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기가 꺼려지기 마련이다. 좋은 일 한다고 생각하고 다른 PC방 업주들도 이 같은 기회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

지난 5월 30일에도 교육이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분위기는 어떠했나?
당초 20여 명의 장년층이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당시에도 10여 명 정도만 참석했다. 어르신들이 PC방이라는 공간에 불편해 하시는 느낌이 들었다. 어차피 장소만 제공한 것일 뿐 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라 큰 참여는 못했지만 최대한 배려할 생각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공간을 제공할 생각인가?
물론이다. 꾸준히 교육이 이뤄지는 날마다 장소를 제공할 의향이 있다. 하지만 영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토요일 오전이나 평일 오전에 찾아주었으면 좋겠다.

   
 

▲ 일산정보산업고등학교 인터렉트 봉사동아리 채명수 담당교사

 

어떻게 이번 일에 참여하게 됐나?
고양시 종합 자원봉사 센터의 취지에 동감하면서 학생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학생들이 어르신들에게 인터넷을 알려주면서 봉사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교육 내용은 무엇인가?
주로 인터넷 교육이 진행된다. 인터넷 검색을 활용하는 방법이나 계정을 생성하고 이메일을 보내는 등 간단한 과정이다. 특별히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지 않고 학생들에게는 이미 기초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교육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
보람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다. 교육이 끝난 이후에도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연락처를 교환하는 학생들이 있다. 교육적 측면에서 학생들이 봉사를 통해 보람을 느끼는 소중한 경험을 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 장소로 PC방을 활용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크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학생들에게는 익숙한 장소이고 어르신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 본다. 다른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는데 좋은 계기로 작용되는 측면이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봉사를 실시할 계획인가?
학생들도 좋아하고 어르신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아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진행할 생각이다. 또한 이와 유사한 기회가 있을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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