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들이 PC방을 부르는 또 다른 용어는 게임방이다. 현재 PC방의 주요 콘텐츠로 자리잡은 게임은 PC방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PC방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수익 역시 게임 콘텐츠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서 나온다. 물론 먹을거리를 통해 일정 수준 수익의 다각화를 꾀하고 있지만, 조리를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마저도 주요 수익원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먹을거리 상품이 게임 콘텐츠 외에 PC방에서 수익을 이끄는 유일한 수단으로 자리매김 했다는 점이 PC방 업계에서는 위안이 되고 있을 뿐이다.

현재 PC방에서는 온라인 게임이 주력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 게임 산업 역시 PC방과 발맞추어 온라인 게임업체가 대폭 증가했고, 각 온라인 게임사는 저마다 라인업을 갖추기 위해 수많은 게임들을 양산하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PC방이 이러한 온라인 게임들을 모두 수용해야 한다는데 있다. 어떤 고객이 어떤 게임을 즐기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양의 게임을 유료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점을 드러낸다. 더 많은 게임이 등장하고 고객들이 더 다양한 게임을 즐길수록 PC방의 운영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수입은 일정한데 반해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병폐가 현재 PC방이 처해있는 위태로운 모습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수익사업이 필요한 시점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금부터 PC방에 접목 가능한 새로운 수익사업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왜 게임이 PC방에서 유일한 수익원이 됐나?
사실 PC방의 초창기 시절에는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많지 않았다. PC용 패키지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이 많지 않았고, 국내 네트워크 환경도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한 원인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PC를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 현저히 적어, 대학생 등 일부의 계층만 즐길 수 있었던 고급문화였던데 원인이 있다.

 

   

당시에는 주로 하이텔, 나우누리 등으로 대표되는 PC통신 문화가 대세였다. PC방을 이용하는 고객 역시 동호회 활동이나 게시판 활동을 위주로 PC방을 출입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 예는 붉은악마의 탄생이다. 1995년 12월 PC통신의 축구 동호회 회원들은 송년회를 위한 모임을 갖고 보다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추며 체계적인 운영을 하자는 의미에서 일명 칸타타 선언을 외친다. 이 칸타타 선언은 붉은악마의 탄생을 알리는 계기가 됐고, 여기서 말하는 칸타타는 당시 대학로에서 유명했던 인터넷 카페의 상호다.

그만큼 PC방이라는 공간이 초창기에는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1996년에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나라>가 탄생됐고, 1998년에는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가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정부가 IT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당시 시대적 배경은 일반인들이 PC를 더욱 가깝게 접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으며, 국내 네트워크 환경도 큰 발전을 이루게 됐다.

이때부터 PC방을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게임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고객이 원하니 PC방 업주들도 게임 콘텐츠를 공급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는 PC방이 양적 성장을 이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결국 PC방이 속칭 대박을 터트리자 PC방에 게임을 접목하면 자본을 이끌 수 있다는 하나의 패턴이 자리매김하게 된다. 결국 이렇게 자리매김한 PC방과 게임의 관계는 오늘 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게임이 PC방에 미친 영향
현재 PC방 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게임사와의 관계 개선이다. PC방 업주들은 게임사에게 낮은 금액으로 PC방 유료 과금을 책정해 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게임사는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을 뿐 출혈경쟁과 같은 PC방 업계의 문제점까지 고려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첨예하게 다른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PC방 업계는 불매운동으로 대응하고 게임사는 IP 차단 정책 등을 추진하면서 감정의 골이 보다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PC방이 게임 콘텐츠에만 의존하면서 나타났던 병폐는 이뿐만이 아니다. 게임이라는 이미지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 탓에 PC방 역시 덩달아 이미지가 실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 높은 PC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이 등장할 때마다 PC 업그레이드를 단행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됨은 물론, 게임사들이 신규 게임을 쏟아낼 때마다 그 모든 게임을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PC방 업주들에게는 가장 큰 고역으로 자리 잡았다.

게임을 설치하는 것 뿐 아니라 이를 관리하는데도 큰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1,000원 이하의 시간당 PC 요금은 결코 오르지 않으면서도 부담해야 하는 유료 게임 비용은 늘고만 있어, 인기 있는 게임이 출시되어도 반갑다고만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PC방 게임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면서도 신규 고객을 창출하지 못했던 <아이온>이 이러한 PC방 업주들의 부담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PC방을 이용하는 고객이 대부분 게임 유저라는 점도 문제다. 신규 고객이 늘지 않는 원인도 게임 유저에게만 의존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PC 가격이 대폭 감소하고 초고속 인터넷망이 널리 보급되어 있는 현 시점에서는 PC방의 경쟁력이 점차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점도 신규 고객이 늘지 않는 원인이다. 수요층이 한정적인데 반해 PC방은 과포화 현상을 겪을 만큼 늘어나다 보니 출혈경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로 인해 PC방 업계에서는 게임 콘텐츠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수익사업을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시도되어 왔던 새로운 수익사업들은 무엇이 있었나?

 

   
 

▲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하늘사랑 채팅 사이트

 

초창기 PC방 업계에서는 게임 콘텐츠 못지않게 채팅을 즐기는 고객이 많았다. 지금도 서비스되고 있는 하늘사랑 등이 대표적이며, 화상채팅 역시 유행을 타면서 대부분의 PC방이 PC용 웹캠을 구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늘사랑과 같은 경우 이른 시기에 PC방 유료 과금을 시행했으며, 2002년 9월, 전면 무료화를 선언하기까지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하늘사랑의 성급한 시도는 채팅사이트의 유행을 단명하게 하는 원인이 됐다. 더구나 온라인 게임이 우후죽순처럼 출시되는 시점에서 PC방 업주들은 굳이 채팅 서비스에 사활을 걸 필요성이 없었다. 그렇게 채팅 콘텐츠의 비중이 약화되면서 PC방은 게임 콘텐츠만이 살아남게 된 것이다.

 

채팅 서비스의 몰락 이후에는 영화 콘텐츠를 활용하기도 했다. PC방 내에 서버를 마련하고 P2P 사이트 등에서 다운로드 받은 영화를 저장해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형태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는 어디까지나 저작권법에 저촉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했다. 결국 서버를 이용한 영화 콘텐츠 제공도 PC방에서 자리 잡을 수 없었다. 한때 PC방 단체에서 영화나 만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사이트와 제휴를 맺기도 했지만 PC방 업주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면서 이를 이용하는 PC방은 극소수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 밖에도 PC방 단체에서 추진되었던 수익사업은 여러 가지가 있다. 고객이 핸드폰 사진이나 디지털 카메라 사진을 USB에 담아 PC방을 방문하면, 사진인화를 해주는 형태의 사업이다. 현재에는 애물단지로 전락했지만, 프린트를 이용한 사업도 좋은 아이템이었다. 또한 24시간 영업이라는 강점을 이용해 ATM(은행에서 서비스하는 현금인출 기기와 같은 형태) 기기를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됐었다. 24시간 편의점에 주로 설치되어 있는 ATM 기기를 PC방에 접목하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 기관에서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내 무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PC방에 새로운 수익사업이 정착하지 못한 이유

 

   
 

▲ 족욕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 PC방

 

사실 PC방은 새로운 수익사업을 진행하기에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온라인 사업이라면 무엇이든 추진될 수 있으며, 전국 20,000여 개의 점포와 1,000,000대의 PC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PC방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특히 입지조건이 탁월하다. 번화가에서부터 일반 주택가에 이르기까지 어느 곳에서나 PC방을 발견할 수 있다. 그만큼 PC방이 생활밀착형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PC방의 강점은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기에 탁월한 조건을 충족한다.

 

그렇다면 PC방 업계가 이러한 좋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수익사업을 추진할 수 없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회장 김찬근, 이하 인문협)의 관계자는 “PC방에 새로운 수익사업이 정착할 수 없었던 원인은 PC방 업주들의 사업 마인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PC방 업주들이 급변하는 게임 콘텐츠에만 의존하다보니 새로운 수익사업에 대해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고, 변화를 시도하기 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이끌어야하는 자영업자의 한계도 있다”고 전하며, “이제는 게임 콘텐츠의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PC방 업계가 새로운 수익사업에 대해 연구하고 시행할 때가 됐다”며, “가능성 있는 사업이 추진될 경우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이사장 최승재, 이하 협동조합)의 관계자 역시 “앞으로 PC방 업계는 새로운 수익사업을 찾아야할 필요성이 있다”며 “PC방 단체에서 개개인이 추진할 수 없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새로운 수익사업이 정착되지 못한 데에는 PC방 단체의 역할도 컸다”며 “게임 콘텐츠는 고객에게 PC방 유료 과금에 대한 추가 요금을 받는 형태가 정착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수익사업을 진행해야 PC방 업계가 숨통을 트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PC방에 접목 가능한 새로운 수익사업은 무엇이 있을까?

 

   
 

▲ 매장 내부에 ATM기계를 설치한 PC방

 

이미 상당수의 PC방 업주들은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진행하고 있다. 겨울이면 생각나는 어묵을 판매하는 업주들도 있으며, 족욕 시설을 갖춰 럭셔리한 시스템을 구현하는 PC방 업주도 있다. 또 캡슐 형태의 PC좌석을 접목하는 등 첨단설비를 갖춰 신선함을 추구하기도 하며, 테이크아웃 커피를 판매할 수 있는 카페형 인테리어를 구축하는 업주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는 개개인이 진행하는 선에서 끝나기 때문에 PC방 단체에서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각 PC방 단체들은 먹을거리 유통 구조를 직거래로 변화시키거나, 게임 콘텐츠 외에 PC방에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온라인 사업을 준비 중이다. 또한 이전에 추진되었던 수익사업들도 부족했던 부분을 보안해 다시금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이 추진되는 배경에는 기업과 제휴를 맺는 형태로 진행 된다는 특징이 있다.

제휴를 통한 사업들은 자체적인 콘텐츠를 개발하기 보다는 양측이 상호 보안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는데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누가 더 손해이고 누가 더 이익이 있는지는 분명히 따져봐야 할 사항이다. 이미 안정적인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는 업계와의 제휴는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국 20,000개 PC방의 규모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업계와 제휴를 맺어야 한다.

현재 2차 산업이 붕괴된 곳은 영화, 음악 등 문화 콘텐츠 산업이 대표적이다. 영화와 같은 경우 극장 개봉 이후 비디오, DVD 산업이 붕괴됐으며, 이와 함께 비디오 대여점 시장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가 발행하는 ‘문화 연감’에 따르면 1998년도 비디오 대여점의 수는 35,000개로 집계됐고, 지난 2007년도 비디오 대여점의 수는 3,500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비디오 대여점의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현재 영화계가 2차 산업을 회복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시행되고 있으나, 유통라인이 부족하기 때문에 저작권에 대한 권리만 찾을 수 있을 뿐 2차 산업을 회복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영화계의 단점은 20,000여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PC방 업계에서 일정 수준 보안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음악 산업도 마찬가지로 불법 MP3 다운로드의 영향으로 음반시장이 붕괴된 상태에서 새로운 활로가 필요한 시점이다. PC방 업계가 이러한 문화콘텐츠를 유통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상호 win-win 할 수 있는 실효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PC방 업계의 새로운 수익사업은 PC방의 강점을 백분 활용할 수 있는 업계와의 제휴가 중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렇게 구축되는 새로운 콘텐츠는 게임에만 매진하고 있는 PC방 업계에 커다란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게임 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PC방 업계는 타 업계와의 공존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적극 활용한, 각 PC방 단체들의 행보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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