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는 금연열풍에 휩싸여 있다. 유럽과 북미는 물론이고 아시아 등지에서도 각종 금연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영국은 담배가격을 57%나 인상하고 모든 공공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설정하는 법안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이러한 금연열풍은 국내에서도 이어지고 있어, 지난 2008년 성인남성 기준 흡연율은 40.4%(한국금연운동협의회 통계)를 기록하는 등 점차 금연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PC방의 간접흡연 문제는 PC방 업주들이 당면한 과제다. 자녀를 둔 부모들은 간접흡연 문제로 인해 자녀가 PC방을 출입하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낸다. 특히 비흡연자들에게 PC방은 간접흡연과 관련해 최악의 장소로 손꼽히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는 신규 고객 창출이 절실한 PC방에 커다란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쾌적하고 청결한 환경을 제공해 PC방이 남녀노소 누구나 출입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이미 많은 PC방 업주들은 ‘금연 PC방’을 오픈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금연 PC방’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매출감소로 인해 대부분의 ‘금연 PC방’이 다시 흡연시설을 갖추는 방향으로 구조 변경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금연 PC방’을 고수하는 곳이 있다. 그 곳은 고시촌으로 유명한 서울 신림동. 이에 아이러브PC방은 서울 신림동에 위치한 ‘금연 PC방’인 YAK PC방을 이달의 PC방으로 선정하고 ‘금연 PC방’의 특징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 서울 신림동에 위치한 금연 PC방, 'YAK PC방'

 

금연 PC방을 오픈한 계기는 무엇인가?
같은 신림동 상권에서 금연 PC방을 오픈하기 전 흡연석이 있는 PC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신림동은 지역적 특성상 자취를 하면서 공부에 매진하는 고시생들이 많다. 대부분의 고시생들은 객지생활을 하기 때문에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당시 몇몇 PC방이 금연 PC방이라고 운영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평판이 좋지 못했다. 또 PC방을 찾은 고객들이 담배연기가 심하다는 지적이 계속되던 차에 고객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면서 인구 밀집도가 높고 유동인구도 많은 신림동의 지역적 특성과 고시생들의 분위기를 믿고 금연 PC방을 운영하게 됐다.

금연 PC방을 찾는 고객은 얼마나 되나?
금연 PC방을 오픈하면서 산술적인 수치에 대한 계산은 없었다. 지역적 특성을 믿고 일정 수준의 고객이 찾아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있었을 뿐이다. 오픈 이후 고객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예상보다 많은 매출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흡연 고객들도 단골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외성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 간판, 계단 등 곳곳에 금연 PC방 표시가 되어 있다. 건물 전체가 금연이기 때문에 흡연을 하려면 건물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와야 한다.

 

금연 PC방에 흡연 고객이 많다는 것은 의외의 일인데?
금연 PC방이라고 해서 금연인구만 찾는 것은 아니다. 조금 모순이 있지만 흡연자들도 담배연기가 자욱한 PC방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다. 흡연을 하는 단골 고객에게 금연 PC방을 출입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첫째로 쾌적한 실내 공기를 꼽고, 둘째로 담배를 덜 피우게 되는 장점을 꼽는다. 건물 전체가 금연이기 때문에 흡연을 위해서는 건물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흡연 고객들이 꾸준하게 찾는다. 이러한 면들이 금연 PC방을 운영하면서 느낀 의외성이다.

흡연 PC방도 운영했다고 하는데, 금연 PC방과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가?
새벽 2~3시부터 오전 10~11시까지 일명 새벽타임이라 불리는 시간대에는 흡연 PC방을 운영했을 때 보다 고객 수가 적다. 또 음료수나 과자 등 PC방 먹을거리 매출이 흡연석 있는 PC방 보다 높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흡연석 있는 PC방은 소음이 심한데 비해 금연 PC방은 독서실처럼 조용하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흡연석이 있는 PC방과 금연 PC방 모두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금연 PC방이기 때문에 재떨이를 치울 일도 없고, 관리가 쉬울 것 같은데?
물론 금연 PC방이라 재떨이도 없고 담뱃재를 비워야 하는 일도 없다. 일손이 많이 가지 않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밝은 실내 환경으로 인해 먼지가 쌓일 경우 금방 눈에 띠어 매일 먼지가 앉지 않도록 청소해야 한다. 또 마우스나 키보드 등 PC 주변 환경이 지저분할 경우에도 눈에 잘 띠기 때문에 하루라도 청소를 빼먹으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오히려 청결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특징이 있다.

금연 PC방을 주로 찾는 고객들의 유형은 어떠한가?
금연 PC방이기 때문에 초ㆍ중ㆍ고등학생들이 많을 것 같지만 신림동 지역은 학생 고객이 많지 않다. 오히려 학생고객이 찾을 경우 매장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어 홀로 금연 PC방을 찾거나 보호자와 같이 출입하지 않는다면 학생고객을 받지 않는다. 이 또한 지역적 특성 중 하나로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다. 고객의 연령층은 주로 20대 중반의 젊은 층이 많고 간혹 30대 중반 이상이나 중년층이 찾는다. 당연히 여성고객도 많고 커플들도 많이 찾는데 하루 종일 데이트를 즐기고 가는 고객들이 많다.

   
 

▲ 2007년 중순에 오픈한 YAK PC방은 오픈 당시 PC 사양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지만 쾌적한 환경으로 인해 영업에 큰 지장은 없다고 한다. 또 닥트시설을 설치해 실내 공기를 관리한다.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게임은 무엇인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리치왕의 분노>를 가장 많이 하고 <피파온라인2>와 <스타크래프트>도 점유율이 높은 편이다. 특히 <풋볼매니저> 시리즈와 <삼국지11> 등 패키지 게임을 많이 즐기기도 하는데 고시촌이 발달한 지역 특성 때문에 PC방에서 개인 PC를 이용하듯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접할 수 있다. 또 성인 연령층이 낮아서 웹보드게임을 즐기는 고객이 많지 않다는 것도 특징이다.

다른 지역에서 금연 PC방을 운영한다면?
인근 상권에만 금연 PC방이 4~5개 정도 있다. 규모에 따라 고객 수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상황이 비슷하다.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금연 PC방이 신림동에 많은 이유는 고시촌으로 대표되는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솔직히 다른 지역에서 금연 PC방을 운영해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거주인구와 유동인구가 많고 학생 고객들이 꾸준한 지역이라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금연 PC방을 운영하겠다는 업주가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겠나?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새벽타임 고객이 많지 않다는 것과 먹을거리 매출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을 빼면 흡연석이 있는 PC방과 다른 점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 PC방을 오픈할 위치라고 생각되며, 금연 PC방이라고 해서 금연 고객들만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흡연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둬야 한다. 실제로 금연 PC방을 찾는 흡연 고객들이 생각보다 많다. 오히려 금연 PC방의 성공은 흡연 고객을 유치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PC방을 등록하거나 인테리어 부분에 있어서 금연 PC방의 이점이 있을 것 같은데?
금연 칸막이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환기와 냄새 제거를 위한 닥트시설물 등을 설치하는 투자비용이 들어가고 그 밖에 인테리어는 똑같이 진행되기 때문에 특별히 금연 PC방이라고 해서 지출비용이 적지는 않다. 단지 PC방 등록 문제나 단속을 위해 공무원이 방문할 경우 금연 PC방이라는 좋은 이미지가 갈등을 해소시켜주기도 한다.

   
 

▲ YAK PC방 박상현 사장

 

PC방 전면금연화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나?
우선 등록제 시행에 있어 기존에 설치한 구조물들에 대한 보상 문제가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이후 PC방 전면금연화가 시행된다면 찬성하는 입장이다. 흡연석에 청소년이 출입하거나 금연석에서 흡연자가 발생하는 문제로 PC방 이미지가 좋지 않은데, 이러한 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PC방 이미지도 덩달아 개선될 것이라 생각한다.

PC방 간접흡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언론 매체에서 간접흡연 문제로 PC방을 언급하면서 PC방이 사회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PC방이 비판의 대상이 될 만큼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흡연석과 금연석의 구분 없이 막무가내로 PC방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일부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PC방의 전체 이미지로 생각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흡연문제와 관련한 PC방 이미지 개선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대형 PC방들이 앞장서 이미지를 개선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거지역에 위치한 소규모 PC방들이 아무리 이미지를 개선하려 노력해도 파급효과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만다.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위치한 대형 PC방이나 고객 수가 많은 대형 PC방들이 주도적으로 이미지를 개선해 준다면, 보다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대형 PC방에서부터 소규모 PC방으로 점차 이미지를 개선하다보면 정말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건강한 PC방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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