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구심의 요지는 이렇다. ‘내가 PC방에서 <리니지>하는 게이머를 본 적이 없다’는 것. 즉 <리그오브레전드>나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리니지>의 성적은 납득하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이런 이야기는 PC방에서 장시간 근무하는 알바생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리니지>는 억울하다. <리니지>가 워낙에 독특한 특징들이 많아서 이런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리니지>는 지난 4월 4일 기준으로 PC방 양대 리서치 게임트릭스와 더로그 모두에서 점유율 2%를 넘어서며 10위 <메이플스토리>와 11위 <던전앤파이터>를 앞질렀다. 눈에 띄는 항목이 PC방당 사용시간이다. 사용량이나 점유율에서는 근소하게 앞섰으나 PC방당 사용시간은 2배에 육박하는 격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리니지>가 실행되는 PC방은 상대적으로 소수지만 실행만 된다면 오래, 또 많이 실행됨을 의미한다.
이런 결과와 관련해서는 PC 한 대에서 다수의 클라이언트를 실행하는 일명 ‘멀티 클라’의 영향도 추측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PC방은 게임사 게임비 중복지출 문제 때문에 여러 개의 게임 클라이언트를 동시에 실행하는 것을 제한한다.
그런데 <리니지>의 경우는 예외다. 엔씨소프트가 처음 실행한 클라이언트를 기준으로 PC방에 과금할 뿐 두 번째, 세 번째 클라이언트에는 과금을 하지 않고 개인 계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PC방 업주로써는 막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PC방 프리미엄 혜택 역시 첫 번째 클라이언트에만 적용되나 이는 게이머의 영역이지 PC방 업주의 영역은 아니다. <리니지> 게이머가 PC방에서 ‘멀티 클라’로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두 번째, 세 번째 계정을 엔씨소프트에 결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분유료화가 표준처럼 자리잡은 게임업계에서 월 정액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리니지>의 독특한 부분이다.
또한 <리니지> 게이머가 ‘멀티 클라’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면 PC방 통계에서는 이를 전부 다 합산해서 집계하는 것도 PC방 성적 향상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런 이유들로 <리니지> 게이머를 손닙으로 확보한 PC방에서는 <리니지>의 매장 내 점유율이 9위 보다 훨씬 높게 나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아울러 ‘리니지 리마스터’의 핵심 기능인 ‘PSS(Play Support System, 플레이 서포트 시스템)’의 영향도 있다. 게이머는 PSS를 활용해 사냥, 구매, 귀환 등 직접 플레이하는 것과 같은 모든 패턴을 설정할 수 있다.
PSS는 ‘다중 클라’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데다 PC방 손님은 클라이언트를 윈도우 작업표시줄에 내려놓고 웹서핑을 하거나 TV 프로그램을 시청해도 무방하다. 심지어 자리에 앉아있을 필요도 없다. 이러니 PC방 모니터에서 <리니지>를 목격하기는 다소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