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코퍼레이션의 ‘스팀 PC방 서비스’가 PC방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한 가운데, 그동안 PC방과는 인연이 없을 것만 같았던 스팀 게이머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가 업계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PC방 업주들 사이에서는 이 ‘스팀 게이머’의 정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업주는 스팀 게이머를 ‘롤이나 배그 말고 이상한 게임하는 게이머’로 정의하기도 하고, 어떤 업주는 ‘롤이나 배그를 해도 스팀도 한다’며 보다 정교한 정의를 요구한다. 또 다른 업주는 ‘스팀 게이머는 독립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요즘 회자되는 솔로족의 다른 명칭’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게임보다 사람이 먼저다
PC방의 주요 콘텐츠는 게임이지만 조금만 더 파고들면서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일반적인 게임플레이와는 다소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PC방 손님들은 게임 자체를 즐긴다기 보다는 친구와 함께 웃고 떠들기 위한 수단으로 게임에 접근한다는 인상이 그것이다.

실제로 게임백서에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PC방 손님 중 ‘친구와 어울리기 위해서’ PC방을 이용한다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다. 다시 말해 PC방에게 게임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상당수는 친구와 놀고 있는 것이다.

이에 PC방은 PC 좌석간 간격을 최소화 하고, 팀플레이 게임에 맞춰 3인 구역이나 5인 구역 등을 구성하는 식으로 변모해왔다. 또한 과거에는 쥐죽은 듯 고요했던 매장을 추구했지만 이제는 다소 시끄럽게 떠들어도 어느 정도는 용인되는 문화로 천천히 바뀌어 왔다.

스팀 놓치면 숨통 막힌다
이러는 사이에 PC방이 놓친 것이 있다면 싱글 위주의 게임과 이런 게임을 선호하는 게이머층이다. 과거에는 <스타크래프트>, <스페셜포스>, <리그오브레전드> 등 팀플레이 중심의 게임들이 시장을 선도하면서 이런 게이머층 없이도 장사가 가능했지만 PC방 업계에서는 ‘앞으로는  불가능’이라는 판단을 내리는 분위기다.

다채로운 게이머층 중에서 극히 일부만을 손님으로 확보해서는 수지타산을 도저히 맞출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PC방이 그동안 잡지 않았던 게이머층을 대표하는 스팀, 이 스팀을 반드시 PC방에 녹여내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는 공교롭게도 스팀의 PC방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에 스팀 게이머를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다. 2019년은 PC방의 스팀 적응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스팀과 PC방 너무 안 맞아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스스로를 게이머로 인식하지만 PC방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이들의 발언에서는 PC방의 변화 방향이 내포되어 있다. ‘혼자 가기엔 부담스러운 열린 공간’, ‘도저히 게임에 집중할 수 없는 부산스러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찬양해 마지 않는 스팀은 몰입도 높은 싱글플레이 타이틀을 대거 취급하는데 바둑판처럼 줄지어 선 PC방의 좌석 배치는 이런 게임을 즐기는데 적합하지도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굳이 게이머가 아니더라도 안락함을 추구하는 손님이 만족할 환경도 아니다.

아울러 현재의 PC방은 컴퓨팅 환경도 궁합이 좋지 않다. 방대한 스팀 게임을 모두 설치할 수 없는 노릇이니 게이머가 스스로 클라이언트를 설치하는 번거로움은 피할 수 없는데, 매장 내 네트워크 속도를 고르게 분산하느라 스팀을 차단하는 경우가 많다.

가뜩이나 ‘편안한 게이밍 공간’이라는 주제로 대결했을 때 PC방이 집에 비해서 가지는 경쟁력이 줄어드는 추세를 감안하면 현재의 PC방은 ‘스팀 게이머 사절’이라고 써붙인 수준인 것.

닭장 같은 PC방은 안돼
이런 스팀 게임을 어떻게든 흡수해야 한다는 사실이 막막할 수 있지만 완전히 새롭고 부담스러운 신규 과제가 PC방을 찾아왔다고 보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솔로족’으로 불리는 1인 가구가 생활경제의 핵심으로 대두되면서 이에 대한 반응이 이미 PC방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스팀 게임은 이 ‘솔로족’ 공략의 일부이기도 하다.

PC방 업주들 사이에서는 고시촌에서는 스팀 게임이 잘나간다는 소문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진다. PC방 무과금 게임이 잘나간다고 하니 부럽기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할 여지도 있다. 솔로족의 비율이 높은 고시촌의 특성을 반영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고시촌 PC방들은 고유한 특징들을 갖추고 있다.

불투명 칸막이를 확장한 좌석을 마련해 운영함으로써 손님들을 위한 개인공간을 확보해주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런 매장들은 스팀 게임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고시생이 스팀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다. 솔로족과 스팀 게이머의 교집합이 개인공간이 확보된 PC방에 점수를 준 결과다.

1인 좌석 크게 만들면 만고땡?
개인공간이 넓은 1인석이 스팀 게이머들의 호응을 이끌어냈고, PC방 업주들의 관심도 높지만 그렇다고 만병통치약은 또 아니다. PC방에 올 스팀 게이머의 규모가 감이 잡히질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1인석을 확장했다가는 PC 대수만 줄고 매출만 감소하는 결과가 예상되기 때문.

현재의 PC방 좌석 배치는 인기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에 특화돼 있어 쉽사리 바꾸긴 어려운 것이다. 또한 PC 대수가 줄었는데 요금 인상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PC방 업주의 수익은 줄어드는 결과를 피할 수 있다.

수익과 직결되는 손님 좌석의 감소를 감수할 수 있을지, 솔로족이라는 경제 동향에 대응할 것인지, PC 요금 인상이라는 부담스러운 정책을 강행할 것인지 PC방 업주들은 결단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마치며…
과거 PC방이 10~20대 젊은 연령대 고객에 집중하느라 아재 손님들을 잃어버렸다. 이제는 멀티플레이 게임에 집중하느라 싱글게임 게이머를 놓쳤던 것은 아닌지, 손님들을 꽉꽉 눌러담으라 솔로족들을 위한 안락한 환경을 놓쳤던 것은 아닌지 점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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