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4월호(통권 34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요즘 베트남은 대한민국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중심에 있는 축구 열기도 열기지만 경제 발전 속도가 빠른 신흥 시장으로 급부상했고,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중국 시장의 가치가 다소 주춤해진 사이 글로벌 기업들의 제조 공장을 대거 유치하면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아울러 한류 열풍이라는 호재까지 겹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이런 분위기는 PC방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베트남은 평균 연령 30세의 젊은 나라로, 게임을 비롯한 문화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1억 명 정도의 인구에 PC방이 4만 곳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인구대비 PC방 수에 2배 정도에 이를 만큼 경쟁이 치열한 것이다.

이런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PC 관련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 중인 리맨과 함께 베트남 PC방 시장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베트남 평균 또는 그 이상, 파라다이스 PC방
베트남에 도착해 처음으로 찾은 PC방은 수도 하노이 인근의 소도시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PC방이다. 우리 일행을 가이드해준 리맨 현지 직원의 사촌이 운영하는 PC방이기도 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놀란 것은 오토바이 주차장. 베트남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많이 탄다는 얘기는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지만 PC방에 이렇게 큰 규모의 오토바이 주차장이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매장은 가운데 큰 주방과 카운터를 중심으로 일반석과 프리미엄존을 완전히 나눠놨다. 일반석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i3 CPU에 GTX1050Ti, 프리미엄 좌석은 i5와 i7, GTX1050Ti와 GTX1060을 조합해 구성했다. 우리나라 PC방의 평균 수준이다.

시간당 이용요금은 PC 사양에 따라 베트남 화폐 4,000~5,000동(200~250원) 정도, 베트남 물가와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라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가이드를 통해 들은 얘기지만 우리나라처럼 게임사에 지불하는 비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식당에 가까운 주방 설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 베트남 PC방도 먹거리 매출 비중이 적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중국집 주방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커다란 웍으로 요리한 그럴싸한 볶음밥이 단돈 20,000동(1,000원). 베트남 물가에 또 한 번 놀랐다.

PC방을 넘어 테마파크 꿈꾸는 페가수스 PC방
하노이에서 TOP3에 꼽힌다는 페가수스 PC방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형태를 띄고 있다. 넘치는 오토바이로 복잡한 대로에서 조금 벗어나 넓은 단층 건물의 대부분을 이용 중이다. 부가사업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큰 당구장을 포함해 총 면적이 500평에 달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역시 오토바이 천국이라 할 만큼 거대한 주차장이 자리를 잡고 있고, 주차장을 지나면 이스포츠 대전석과 무대가 펼쳐져 있다. 그 경기장을 지나야 매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긴 직사각형 형태의 매장 안에는 면적에 비해 많지 않은 165대의 PC가 마주보고 세 줄로 길게 정렬해있다.

이스포츠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만큼 PC 사양도 수준급이다. 클라이언트 좌석은 i5-8400, 16G, GTX1060~1070이며, 대전석에는 RTX2060을 사용 중이다. 모니터 역시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의 게이밍 모니터가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조만간 이스포츠 경기장을 없애고 그 자리에 식당을 오픈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다른 PC방과 달리 먹거리 판매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경기장 수요가 점점 줄어 고민 끝에 결정한 사항이라고 한다.

한국을 오가며 PC방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다는 업주는 식당 외에도 여유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콘솔 게임존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놀이 수단을 갖춘 테마파크 형태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베트남 TOP CLASS, 바이킹 이스포츠 아레나
400평 매장에 지포스 GTX1080급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고사양 PC 300대, 전 좌석 프리미엄 브랜드 게이밍 모니터, 게임대회를 위한 5:5 대전석과 넓은 무대, 인터넷방송 시설을 완벽히 갖춘 스튜디오, 수십 명에 달하는 직원들…. 하노이 중심 백화점 건물에 있는 바이킹 이스포츠 아레나 얘기다.

PC방 종주국인 우리나라의 그 어느 PC방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아니 오히려 앞서나가고 있는 PC방이라 할 수 있겠다. 전체적인 규모나 시설, 인프라 모두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최근 베트남에도 기업형 PC방 창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는데 그 중에서도 리더 격에 속한다.

현재 하노이에서 4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업주는 방문 당일에도 다음 매장 오픈을 위한 설비를 구매하기 위해 중국 출장 중이라고 했다. 업주를 대신해 인터뷰에 응한 마케팅 이사는 게임사에서 주최하는 다양한 게임대회 유치는 물론 매주 자체 게임대회를 열어 매장을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문한 시간이 오전 11시 경임에도 불구하고 PC 가동률이 70% 이상 되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손님은 청소년층으로, 다른 베트남 PC방과는 달리 여성 고객 비율도 10%에 달한다고 한다. 입지와 규모, 시설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PC방이다.

베트남 접수하러 왔다! 주연 브리즈 호치민시티점
수도 하노이보다 인구가 많은 베트남의 경제수도 호치민시티에 국내 브랜드를 단 대형 PC방이 얼마 전 오픈했다. 주연테크의 자회사 주연글로비스가 베트남 현지법인 비나주연을 설립해 VR과의 접목으로 국내에서도 주목을 받았던 ‘브리즈(VRIZ)’ 직영점을 내고 본격적으로 한국형 PC방 전도에 나선 것이다.

호치민시티 중심가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 브리즈는 총 306대의 PC에 VR룸까지 결합한, 그야말로 베트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최신 PC방이다. PC 또한 인텔 i5~i7, GTX1060부터 RTX2070까지 최신 사양으로 구성했으며, 일반석-커플석-VIP석-SVIP석 등 좌석을 4단계로 구분하고 등급에 따라 요금을 8,000~15,000동(400~750원)까지 차별화해 받고 있다. 베트남 현지 PC방들에 비해 살짝 비싼 편이다.

매장 밖에는 별도의 쇼룸을 마련해 긱스타 브랜드의 화려한 게이밍 기어들을 전시해놓고 판매중이며, 먹거리는 국내 브랜드 XOXO를 현지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개선하는 레시피 개발에 한창이다. 우리나라 PC방 문화를 현지화하기 위한 노력을 곳곳에서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비나주연의 전준우 법인장은 앞으로 베트남 곳곳에 직영점을 오픈하면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최근 베트남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PC방 브랜드로 한류의 한 축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 외 다양한 베트남 PC방과 독특한 문화
마음 같아서는 베트남 PC방을 전부 다 돌아보고 싶었지만 시간적 제약 때문에 그럴 순 없었다. 다만 최대한 다양한 매장을 방문하려고 노력했다. 북부 하노이의 PC방부터 1.500km나 떨어진 남부 호치민 PC방까지, 시골마을에 위치한 PC 20대의 소형 매장과 알바가 졸고 있어 말도 못 붙여 본 PC방, 아침 일찍부터 만석을 이루는 PC방, 한인타운 안에 있는 전형적인 한국 PC방까지….

이렇게 다양한 매장을 돌아다녀보니 첨단과 과거가 한데 뒤섞인 베트남 PC방의 모습을 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같은 점이라고는 PC방이라는 것 외에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았던 매장들도 베트남이라는 이름 아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오토바이 주차장 외에도 바퀴 없는 의자가 PC방의 표준이었다. 베트남 게이머들은 바퀴 때문에 의자가 움직이면 쾌적한 게임플레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해 스피커가 아닌 헤드셋만 사용하는 PC방 문화, 무료 게임들이 점유율 상위권에 있는 게임순위 등 독특한 면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직은 결제수단이 다양하지 않아 현금 매출만 있고, 저렴한 인건비로 여러 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것은 부러운 점이었다.

베트남은 ‘가능성’이다
베트남에는 우리나라 PC방의 태동기처럼 미숙한 모습부터 2019년 PC방의 세련된 모습까지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PC방 업계가 있었다. 한국의 PC방 업체들이 잇달아 진출하고 있는 이유이자 배경이기도 하다.

아직 정치적, 문화적으로 제약이 많은 시장이긴 하지만 그동안 축적된 자신들의 노하우와 경험을 한국에서는 점점 살리기 어려워지는 반면, 베트남에서는 ‘가능성’이라는 희망을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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