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4월호(통권 34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은 최근 2년 사이 필수 구성 요소인 PC와 필수 아닌 필수인 게임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고사양화되고 있다. 요금 경쟁 못지않게 부담스러운 것이 사양 경쟁이지만 요금 인하는 물가 상승에 역행하며 상권 내 공멸을 자초하는 위험 행위인데, 사양 경쟁은 경제적 부담은 크지만 적어도 고객 만족도를 높여주고 기본요금 인상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는 이점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

단계적 상향이 아닌 급격한 변화
PC방 고사양화는 2017년 이후 2년 사이에 급격하게 이뤄졌다. 2017년 3월에 <배틀그라운드>가 얼리억세스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게이머들 사이에서 붐업이 되기는 시작했지만, PC방의 업그레이드로 직결되지는 않았다.

이미 일부 좌석을 프리미엄존으로 구분해 PC 사양과 주변기기를 차별화해놓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었고, 무엇보다 PC방 업계 자체가 경제적 부담을 분산하는 한편 사양을 시류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절하려는 이유로 전체 통갈이 보다는 순차적으로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는 방식이 선호되던 터라 이미 일부 PC는 <배틀그라운드>에 대응할 수 있었다.

즉, <배틀그라운드>의 흥행 여부를 확인한 후에 대응해도 되는 상황이었던 만큼 PC방 업계에 본격적인 업그레이드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배틀그라운드>의 PC방 점유율이 10% 전후에 도달한 8월부터다.

실제 미디어웹이 서비스하는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에 <배틀그라운드>가 처음 통계 집계가 이뤄지기 시작한 7월 초만 해도 PC방 점유율은 불과 3% 전후로 6위였다. 당시 신예 ‘라이징스타’이면서 PC방 게임비 지출이 없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3% 내외의 점유율은 PC방 업그레이드를 견인할 만큼까지는 아니었다. 선제적으로 대응한다손 쳐도 전체 PC의 10% 전후만 <배틀그라운드> 요구사양에 대응할 수 있으면 되던 시기였다.

분위기가 그런 만큼 대응 사양도 GTX1050Ti나 GTX1060 3G로도 충분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물론 가상화폐 광풍으로 인한 그래픽카드 품귀현상과 그에 따른 가격 폭등도 업그레이드 속도를 조절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8월에 접어들어 <배틀그라운드>가 PC방 TOP3에 이름을 올리면서 본격적인 사양 전쟁을 촉발시켰다. 여름 성수기 경쟁에서 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저마다 PC 일부를 업그레이드하면서 그 대수와 사양 수준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그해 연말까지 불과 3~4개월 사이에 업그레이드 경쟁이 폭발적으로 확산돼 GTX1070 이상급 그래픽카드가 주요 경쟁 수단이 될 만큼 빠르게 업그레이드 트렌드가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급격한 PC방 PC 사양 상향은 <오버워치>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급격하고 경제적 부담도 남달리 큰 차이를 보였다.

게임의 고사양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해석의 차이는 있지만, 게임의 요구사양이 높아지면서 PC방의 PC 사양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2016년 <오버워치>의 흥행으로 인해 그 전까지만 해도 <리그오브레전드>만 잘 구동되면 되던 PC방 PC의 사양 기준은 큰 변화를 겪었다.

<오버워치> 자체가 고사양 온라인게임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PC방 점유율 40%를 넘나들던 <리그오브레전드>가 듀얼코어에 50번대 그래픽카드로도 충분했던 것과 달리 쿼드코어에 60번대 그래픽카드를 필요로 하는 까닭에 4~5년간 정체됐던 업그레이드가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오버워치>가 PC방 업그레이드 트렌드를 조장했다고 평가되지는 않는다. <리그오브레전드>의 요구사양이 지나치게 낮았던 것일 뿐, 시설임대업인 PC방이 개인 유저의 PC와 비교해도 더 나은 점이 없던 상황을 시설임대업의 지위로 되돌리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이듬해 나온 <배틀그라운드>가 갑절에 가까운 사양을 요구하면서도 더 거세게 흥행가도를 달리면서 도드라졌다. 중복투자를 야기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비록 현재까지 온라인게임 가운데 가장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배틀그라운드>의 점유율이 18~20% 사이로 감소했지만, PC방 PC 사양의 표준은 <배틀그라운드>가 기준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출시된 게임들을 살펴보면, <에이펙스레전드>, <몬스터헌터: 월드>, <데스티니 가디언즈> 등은 <배틀그라운드>보다는 다소 낮지만, 이전 대비 월등히 높은 사양을 요구하고 있다. 나열된 게임들이 모두 최소 6코어 6스레드 이상을 지원하면서 기존 4코어 계열의 CPU를 영업용 대열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상황이 초래됐다. 이미 출시된 게임들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올 엔씨소프트의 <프로젝트 TL>, 넥슨의 <드래곤하운드>, 펄어비스의 <프로젝트 K>, <프로젝트 노바>, <프로젝트 오메가>, 아이디소프트의 <둠 이터널> 등도 멀티코어를 지원하면서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C방 대형화에 이어 고사양화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흥행작의 요구사양에 맞춰 고사양화 되던 흐름이 사양 경쟁으로 그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마치 PC방이 대형화되던 것처럼 고사양 PC가 경쟁의 한 수단이 된 것으로 <배틀그라운드>의 요구사양을 크게 상회하는 GTX1080을 비롯해 최신 세대의 RTX2080/2070이 RTX2060보다 더 많이 보급되는 기현상까지 나타났다.

최근에는 온라인게임에 있어서 RTX는 당장 급하지 않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GTX1660 Ti의 보급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 역시 기존 GTX1060/1050에 비해서는 상당히 고성능 그래픽카드로 고사양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픽카드뿐만 아니라 CPU 역시 고사양 물결이 거세다. 불과 2017년 전까지만 해도 PC방의 표준 CPU는 i5 즉 4코어 CPU가 대세였다. 간혹 프리미엄 좌석이나 인터넷방송용 좌석에 제한적으로 i7 즉 4코어 8스레드 CPU가 활용되고는 했다. 하지만 역대 최고사양을 요구하는 <배틀그라운드>가 6코어를 지원하면서 고성능 CPU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고, 공교롭게 AMD가 라이젠을 출시하면서 6코어, 8코어 CPU가 저렴하게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인텔이 여기에 맞서기 위해 4코였던 i5 계열을 6코어 제품으로 재편하면서 본격적인 CPU의 멀티코어화가 진행 중이다. 양 CPU 제조사의 경쟁에 따른 수혜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왔고, PC방도 이제는 6코어 이상의 CPU가 표준으로, 가능하다면 8코어나 12스레드 CPU가 선호되는 시장으로 상향되고 있다.

흥행에 성공한 게임으로부터 야기된 PC 고사양화는 일견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시설임대업으로의 PC방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공존한다. 고사양 게임을 즐기기 위해 PC방을 찾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사양경쟁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출혈경쟁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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