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3월호(통권 34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정(情). 장사하는 아저씨 아줌마가 ‘기분’이라며 덤으로 얹어주는 일명 서비스. 요거만큼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게 또 없다. 장사도 안 되는데 뭔 놈의 서비스냐며 혀를 차는 PC방 업주들도 있을 거다.

그러나 이렇게 사람들이 PC방에 오지 않는 와중에 그래도 찾아와주는 손님이 더욱 고마운 것이고 서비스를 통해 표현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또 이런게 장사하는 사람의 소소한 재미이자 재량이자 재수 아니겠는가?

물론 서비스는 PC방 업주의 피, 땀, 눈물이므로 최대한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맞다. 이런 취지에서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이름하야 ‘어떤 게이머가 PC방 업주가 쏘는 커피 한 잔이나 한 시간 무료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다.

피의 커트라인을 넘어라
PC방 점유율 0.1%라는 숫자는 PC방에 오는 손님 1,000명 중 한 명이라는 의미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비율이라 할 수 있다. 제 아무리 <리그오브레전드>와 <배틀그라운드>가 잘나간다고 하지만 이 게임을 하지 않는 손님들이 있고, 이들이 있어 매출이 오른다.

게임 업계에서 흔히 쓰는 표현 중에 ‘대세감’이라는 단어가 있다. 어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나갈 때 게이머들이 느끼는 기분을 일컫는데, 재작년 초에 <배틀그라운드>가 대세감을 제대로 탔고, 최근에는 <에이펙스 레전드>가 대세감의 대표주자다.

우리나라는 대세감이 게임의 흥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시 말해 점유율 0.1%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PC방 손님은 확고한 게임 미학을 가진 탓에 대세감과 처절한 분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지난 겨울 성수기 동안 점유율 0.1%와 0.11%를 가르는 기준은 전체 순위 40위와 41위를 가르는 기준이기도 했다. 대세가 아닌 게임을 플레이하는 손님을 향해 경이로움을 표현할 때다.

PC방 업주의 피 같은 무료 서비스를 받을 첫 번째 기준을 공개한다. 전체 순위 40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가동률에 그래도 기별이 있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손님이다.

땀 흘린 자가 서비스를 받는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과거 PC방에는 길드가 있었다. 어떤 길드냐 하면 당대 핵인싸 게임인 <월드오브워크프트>나 <아이온>의 인게임 길드가 특정 PC방을 일종의 아지트처럼 사용하는 그런 길드다.

이런 길드 시스템이 흥할 경우 그 매장은 유독 특정 게임의 점유율이 높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세상 사람들 십중팔구는 망겜 판정을 내리는 게임이라고 해도 내 매장에서 높은 점유율로 활약하는 게임이라면 그게 갓겜이다.

게임트릭스에서 순위가 높은 게임은 내 매장이 아닌 곳에서도 점유율이 높다. 따라서 PC방 업주가 애정해야 하는 게임, 서비스를 줘가면서 관리해야 하는 게이머는 유독 내 매장에서 눈에 띄는 게임과 게이머다.

이를 정확히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게임트릭스의 매장당 사용량이다. 각 게임의 사용시간을 클라이언트가 실행된 매장 수로 나눈 수치로, 숫자가 높을수록 특정 거점 매장에서만 잘나가고 있는 게임이라는 뜻이다.

보통 전체 순위 TOP10에 있는 게임들은 매장당 사용량도 5시간을 넘길 정도로 높은 편이고, 하위권 게임들은 1시간도 턱걸이로 달성하곤 한다. 그러나 TOP10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5시간을 넘기는 갓겜도 있다.

PC방 업주의 땀이 배어 있는 서비스를 받는 두 번째 자격을 공개한다. 게임트릭스 기준 매장당 사용시간 5시간을 넘기는, 내 매장에서만 잘 나가는 게임이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RPG 사랑
PC방 업주들의 RPG 사랑은 유별나다. 이유는 RPG가 살아나야 손님 한 명당 PC방 이용시간이 길어지고, RPG는 성인을 타게팅하는 경우도 많아 PC방 매출의 구멍인 야간 시간대도 방어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실제로 PC방에서 게임의 사용시간을 실행 횟수로 나눈 수치인 체류시간 순위는 RPG들이 독식하고 있다. 체류시간이 높은 게임일수록 손님들의 엉덩이가 무거운 게임이며, 장타손님일 확률도 높다.

체류시간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리니지2>가 220분을 기록했고, 전체 순위 90위권인 비인기 게임이라도 장르가 RPG라면 체류시간 만큼은 <리그오브레전드>나 <배틀그라운드> 부럽지 않은 체류시간 100분을 기록한다.

이 체류시간은 상위권 게임들이 약세를 띄는 항목이기도 하다. 지난 겨울 성수기 동안 전체 순위 3위에 있던 <오버워치>는 85분, 4위 <피파온라인4>는 57분, 6위 <서든어택> 74분, <카트라이더>는 48분에 불과하다.

PC방 업주의 눈물 젖은 무료 서비스의 세 번째 기준을 공개한다. 바로 게임트릭스 기준 체류시간 150분에 빛나는, 엉덩이가 무거운 장타 RPG 게이머다.

서비스의 주인공은 바로 이 게임!
종합하자면 전체 순위 40위, 매장당 사용시간 5시간, 체류시간 150분이라는 기준을 만족시키는 게임을 하는 손님에게는 서비스를 줄만하다. 유의미한 점유율, 배타적인 충성도, 1인당 지출액 부분에서 그렇다.

지난 겨울 성수기 동안 상기한 3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게임은 단 5개였다. 바로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전체 순위 5위, 매장당 사용량 32시간, 체류시간 177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전체 순위 11위, 매장당 사용량 8시간, 체류시간 154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전체 순위 15위, 매장당 사용량 11시간, 체류시간 225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2(전체 순위 31위, 매장당 사용량 8시간, 체류시간 235분)> 그리고 넥슨의 <아스텔리아(전체 순위 33위, 매장당 사용량 6시간, 체류시간 150분)>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손님은 PC방 업주에게 귀인 중에서도 귀인이다. 혹시나 근무 중일 때 이런 손님을 발견한다면 ‘서비스’를 통해 단골로 좀 붙잡으면 좋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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