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게임사보다 게이머가 게임을 더 잘 만들고 있다. 적어도 RTS 장르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들에서는 그런 것 같다.

최근 스팀(Steam)에서 동시접속자 순위 1위에 오른 게임은 다름 아닌 <도타2>다. 출시와 동시에 <리그오브레전드>와 함께 전 세계 AOS(MOBA) 시장을 양분했지만 서서히 인기가 식어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개인 게이머가 제작한 커스텀맵 ‘오토체스’의 재미가 소문을 타면서 <도타2>의 동시접속자가 폭발적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런 현상은 국내에서도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도타2>는 지난 2월 27일, 게임트릭스 기준 20위에 이름을 올리며 2013년 이후 PC방에서 최고 성적을 거뒀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런 현상이 <도타2>가 처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RTS게임 <워크래프트3>의 맵 에디터를 이용해 유저가 만든 유즈맵 ‘도타’는 <워크래프트3>의 글로벌 롱런에 크게 일조한 작품이다.

그리고 이렇게 인기가 많은 ‘도타’를 자사의 정식 타이틀로 만들기 위해 수많은 게임사들이 러브콜을 보냈고, 밸브와 블리자드가 맞붙어서 승리한 밸브가 <도타2>라는 이름으로 게임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

국내에서는 이런 ‘도타’를 모방한 유저 개인 작품 ‘워크래프트 카오스’가 <워크래프트3>의 롱런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리그오브레전드>의 등장 이전까지만 해도 PC방에서는 ‘카오스’라는 단어가 AOS의 대명사 역할을 할 정도로 큰 인기였다.

‘워크래프트 카오스’ 역시 앞서 언급한 게임들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높은 인기에 주목한 국내 게임사가 <카오스 온라인>이라는 이름으로 판권을 확보해 개발에 들어가 서비스하기도 했다.

이처럼 RTS 기반 장르에서 유저 작품이 큰 흥행을 거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회사의 압력이나 강요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온전히 창의성을 발휘해 재미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회사는 수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BM이 게이머들의 반발을 사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유저 작품은 이럴 가능성이 없다.

또 다른 이유는 RTS 기반 게임은 장르의 특성상 다양한 유닛 모델링과 애니메이션 등이 이미 갖춰져 있고, 유저는 자신의 머릿 속에 있는 게임 디자인을 이런 리소스를 활용해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다. 게임을 한폭의 그림에 비유한다면 화가는 유저 개발자다. RTS게임은 화가에게 붓과 물감이라는 재료가 되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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