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2월호(통권 33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은 탄생 이래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의 눈에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최근 몇 년 사이 PC방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놀이문화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런 경향은 유독 해외에서 두드러진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에서 주로 거론되는 한국의 관광자원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빠르고 광범위한 인터넷 환경, 불야성을 방불케 하는 24시간 영업 상점가, 장소를 불문하는 음식 배달, 경이로운 수준의 선수들을 배출하는 이스포츠 등이다.

그런데 위에 언급된 각각의 항목들을 하나로 묶어 단어로 만들면 바로 ‘PC방’이다. PC방의 인터넷 속도와 안정성이야 정평이 나있고, 24시간 영업은 PC방의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다. 또 PC방은 클릭 한 번으로 앉은자리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고, 프로게이머 유소년 시스템 역할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PC 사양과 의자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도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미 주요 외신에서는 한국을 방문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PC방을 꼽아왔고, 외국인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유튜브에는 한국 PC방 체험기 영상이 끊이지 않고 올라온다. 오히려 한국인들의 자각은 다소 느렸다.

대한민국 문화산업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방송계와 연예계는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이런 흐름을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관광을 주제로 하는 방송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필수 코스가 PC방이고, 방탄소년단의 후배 그룹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TXT의 멤버 소개 영상의 배경도 PC방이다. 이처럼 PC방은 한국을 대표하는 재밌고 신선한 요소로 비춰지고 있다.

PC방의 가치를 정부와 정치권은 몰라주지만 그래도 바다 건너에는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니 참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외국인들도 관심이 없는 부분이 PC방의 실정이다. 살인적인 인건비 인상폭, 인건비 못지않은 물가와 임대료, 저렴한 이용요금에 가려진 업주의 시름, 청소년 보호라는 미명 하에 계속되는 비상식적인 규제 등이다.

정치인들이 이런 현실을 좀 알아주면 좋겠지만 어째 PC방은 관심의 대상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것 같다. 최근 소상공인들의 고난과 어려움은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라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단적인 예가 SBS의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다. ‘골목식당’은 성공한 기업인이자 요리연구가인 백종원을 전면에 내세워 영세 자영업자의 망해가는 식당을 살려내는 포맷으로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주간 예능의 절대강자 자리에 올랐다.

방송에 나온 식당은 공중파의 홍보효과 덕분에 큰 화제를 모으지만 단기간 문전성시에 그친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동시에 이를 해결해가는 모습으로 희망을 준다는 호의적 시각이 많다.

그런데 만약 방송의 소재가 식당이 아닌 PC방이었다면 어떠했을까? 국민적 관심보다는 비판이나 비난이 더 많았을 수도 있다. 아니, 그 이전에 파일럿 단계에서 편성이 승인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

법적인 문제는 어떨까? ‘골목식당’에서 위생문제로 지적을 받은 식당이 해당 지자체로부터 벌금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어보지 못했다.

아울러 식당에서 가장 골치 아픈 문제 중 하나인 청소년이 위변조 신분증을 이용해 주류를 구매해도 처벌을 유예하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반면 PC방은 청소년 규정 하나 조차도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의 부처 간 싸움에 총리실 옴부즈만 권고조차 묵살됐다. 더욱이 식당의 주류 문제 해결과 대조적으로 위변조 신분증을 이용한 청소년 야간 출입 문제는 여전히 공문서 위조범이자 가해자인 청소년은 훈방조치되고 피해자인 PC방 업주와 근무자는 처벌을 받는 ‘가해자는 무죄, 피해자는 유죄’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왜 정부와 정치권만 PC방에 대해 이토록 인색한 것일까? 그들이 무능하거나 무지해서 그렇다고 넘겨버리기에는 폐해가 오래됐다. 외국인들도 단박에 알아채는 PC방의 가치를 우리의 일꾼과 대표자들만 모른다면 이들을 뽑아놓은 우리 유권자들이 너무 창피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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