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월호(통권 33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해는 블리자드에게 악몽같은 한해였다. 하반기까지는 그럭저럭 괜찮게 흘러갔지만 2018년을 마무리하는 블리즈컨 현장에서 초유의 사태가 터졌다. 모바일게임 <디아블로: 이모탈>의 공개가 촉발이 됐다.

반응은 그야말로 뜨겁기 그지없었다. 블리자드가 1년 내내 잔뜩 헛바람을 잡았기에 게이머들의 기대감이 잔뜩 커져있었는데, 양산형 게임이 범람하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신작이 나온다고 하자 현장의 분위기는 물론 온라인에서도 게이머들은 들불처럼 타올랐다.

블리자드의 악재는 또 있었다. <히어로즈오브더스톰(히어로즈)>의 e스포츠 리그 ‘히어로즈 글로벌 챔피언십’의 종료 소식을 짤막할 공지를 통해 알렸고, 이에 <히어로즈> 게이머들뿐만 아니라 블리자드 팬들과 e스포츠 관계자들 모두 유감을 나타내며 등을 돌렸다.

수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실적이 좋지 않았던 팀에서 인력을 무더기로 감축하고, 회사의 얼굴이었던 거물들이 줄줄이 퇴사하는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시가총액 4조 원이 증발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어쩌다가 천하의 블리자드가 이렇게 된 것인지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속칭 ‘블빠’라고 불리던 코어 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블빠’들은 “게임에 대한 순수함과 천진함을 잃었고, 더 이상 우리가 좋아하던 회사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낡은 차고에서 창업해 글로벌 거대 게임사로 성장한 블리자드의 동력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순수한 열정이었다. 그러나 돈벌이에 급급하기 시작하면서 실망스러운 결정만 남발하고 있고 블빠들의 두텁던 신뢰와 대중적인 평가도 까먹고 있다.

블리자드가 위태로워 보이는 이유는 고객들이 왜 이렇게까지 반감을 드러내는지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최근의 PC방 업계도 백척간두에 서있기는 마찬가지처럼 보인다.

직업 관계상 PC방 업주들을 자주 만날 수밖에 없는데 천진한 소년처럼 PC방이 좋다는 이유로 PC방을 운영한다는 업주를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최근에는 마지못해 혹은 돈벌이 때문에 사업한다는 PC방 업주가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혹자는 사업이라는게 다 그런 것 아니겠냐며 철없는 소리 한다고 필자를 나무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 잘나가는 게임, 반응 좋은 제품들에 대해서 물었을 때 “잘 모른다”로 일관하는 업주들에게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PC방 업계는 그동안 블리자드가 소비자인 PC방 업주들의 정서에 무감각하다고 비판해왔다. 그런데 장인이 아니라 사업가의 노선을 확실히 한 블리자드와 매장을 사고파는 수완 좋은 PC방 업주의 차이점은 굴리는 돈의 규모 정도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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