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월호(통권 33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VR게임이라니…. 게임 개발자들과 사업자들, 그리고 언론인들 정도만 신나서 호들갑을 떨었지 막상 게이머나 PC방 업주들이 피부로 체감할만한 화제작이나 인기작은 없었다. 심지어 PC방에서 명줄이라도 이어간다는 인상조차 남긴 작품이 없었다.

어쩌면 VR게임 중에서 해외 코어 게이머들 사이에서 제법 잘 판린 타이틀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찌됐든 지난 2년 동안 대한민국 PC방은 손님들이 VR게임을 즐긴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러면 어떨까? 오락실 기계 같은 느낌으로 매장 한켠에 자리를 차지하는 게임인데, Wii처럼 간단한 동작 인식 센서로 작동하고, <철권7>처럼 극한의 실력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EZ2DJ>가 난이도를 낮춰 접근성을 보강한 듯한 리듬게임이 있다면 말이다. 여기에 보너스로 PC방 점유율 순위 1위에 빛나는 <리그오브레전드>의 최신 인기곡 ‘POP/STARS’까지 흘러나오면 금상첨화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해 21일, VR 리듬게임 <비트세이버>에 <리그오브레전드> 가상 걸그룹 ‘K/DA’의 신곡 ‘POP/STARS’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K/DA’는 게임 속 인기 챔피언 ‘아리’, ‘이블리’, ‘카이사’, ‘아칼리’로 구성된 4인조 걸그룹으로, (여자)아이들, MADISON BEER, JAIRA BURNS가 참여했다. ‘2018 롤드컵’ 현장에서 AR(증강현실)을 통해 이들 8명이 무대에서 공연해 시각적으로 충격적인 데뷔를 선보였다.

대표곡 ‘POP/STARS’는 지난해 11월 3일 ‘2018 롤드컵’ 결승전 오프닝 무대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으며, K-POP 최단 기간 1억 뷰 돌파 뮤직비디오,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1위, 미국 아이튠즈 K-Pop 차트 1위, Pop 차트 기준 최고 4위, 유튜브에서 30일 만에 조회 수 1억 돌파 등의 기록을 세웠다.

<비트세이버>는 비트게임즈가 개발하고, 하이퍼볼릭마그네티즘이 퍼블리싱하는 리듬게임으로, 게이머는 공중에서 날아오는 큐브를 리듬에 맞춰 두 손에 든 광선검으로 베는 형식의 VR 게임이다.

지난해 5월 출시될 당시 수록곡이 10곡에 불과했음에도 스팀 평가란에 98%라는 압도적 추천을 받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VR게임들이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이동이라는 난제를 과감하게 포기, FPS나 액션 장르가 아닌 비트를 쪼개는데 집중하는 리듬게임이라는 장르와 합을 맞춘 것이 대호평을 받았다.

어두운 배경을 바탕으로 몽환적인 네온 빛이 번쩍이는 가운데 라이트세이버를 휘두르는 플레이어는 초현대적 전투나 K-POP 무대를 체험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여기에 <리그오브레전드>의 최신 인기곡 ‘POP/STARS’가 고막을 강타하고, 칼군무로 춤추는 K-POP 챔피언들이 안구를 습격한다.

그래도 PC방이라는 독특한 환경에서 흥행하려면 복잡하고 섬세한 요구조건을 갖춰야 한다. 특히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컨트롤러와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는 PC방 업주가 구비하면 될 일이지만 플레이한 이후 HMD를 벗었을 때 밀려오는 뻘쭘함은 PC방 손님들이 감내하기엔 너무 가혹하다.

이런 지적은 라이엇게임즈나 비트게임즈는 물론이고 스팀조차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PC방 업주가 매장 구석에 설치할 수 있는 아케이드 기기가 만들어진다면 또 모를까…. 그래서인지 스코넥엔터테인먼트는 <비트세이버>의 아케이드 버전을 만들었고, 지난달 열린 VR 엑스포 2018에서 실물도 공개했다.

스코넥엔터테인먼트는 VR 테마파크 ‘VR스퀘어’에서 <비트세이버> 아케이드 버전 시범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게임센터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게임센터에 PC방이 포함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 세계 게임업계가 VR게임에 열광하는 가운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게임업소 PC방만 이런 흐름에서 고립된다면 너무 억울한 일이다. 게임의 최종 소비자인 게이머들이 찾아주는 게임이 나오는 것이 선행돼야 하겠지만 말이다.

지난 2018년 ‘안 된다’는 분위기 속에서 도전해 괄목한 성과를 거둔 게임 <배틀그라운드>나 <로스트아크>와 같이 2019년에는 ‘VR은 PC방에서 안 된다’는 분위기 속에서 <비트세이버>로 대박에 도전해보는 매장이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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