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게임업계는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수년 동안 지속된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도 했고, 외부에 불쑥 나타난 문제가 발목을 잡기도 했으며, 이러는 와중에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장애’를 ICD-11 정신건강질환에 등재했다. 올해 최종안이 승인된다면 오는 2022년에 효력이 발생하는데, 게임이 공식적으로 질병코드로 분류된다면 자연스럽게 PC방은 주요 감염경로가 된다.

콘텐츠 수출의 선봉장 역할에도 적신호가 들어왔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판호발급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수출 전선도 계속해서 삐그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지난달 말 내자판호 발급 재개 소식이 들려왔으나 외자판호 부분은 오리무중인 실정이고, ‘게임시간총량제’라는 폭탄이 터지면서 새로운 수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외에도 고된 문제거리가 줄줄이 이어졌지만 희망의 불씨도 다시 타올랐다. 침체된 온라인게임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은 것이다. 게임시장의 중심이 모바일로 이동하더라도 온라인게임이 무너지면 안 된다는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흥행작은커녕 신작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 몇몇 작품들은 성과를 내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이외 블록체인 열풍이 게임업계에 불면서 기술 융합이 주목을 받았고, 주요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사업화를 모색하고 있다. 또 인터넷 개인방송으로 팬덤을 형성한 게임 인플루언서도 부각됐다. 이들은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험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대한민국 게임 업계를 강타했던 주요 이슈들을 모아봤다.

세계보건기구의 ‘게임장애’ 코드 추진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등록하는 것을 공식화했다.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이하 ICD-11)에 ‘게임장애’ 코드를 새롭게 등재하면서 게임을 중독성 행동장애로 분류하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다.

이를 두고 한국은 물론 전세계 게임업계가 들끓고 있다. 학계에서도 제대로 된 연구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WHO가 성급한 결론을 내렸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 해당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게임업계는 질병코드화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은 물론 또 다른 규제를 낳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우려는 게임산업의 역꾼인 PC방 업계도 마찬가지다.

오는 5월 열리는 세계보건총회에서 논의를 거쳐야 ICD-11 등재가 확정되지만 WHO의 의지가 확고해 등재는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다만 ICD-11 등재가 확정되더라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반영까지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

<배그>와 <로아>, 온라인게임의 구세주
지난해는 지난 몇년간 모바일게임의 성장에 밀려 고개를 숙였던 온라인게임이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온라인게임 중심으로 구축된 PC방 업계는 반색하지 않을 수 없는 현상이었다. 상반기는 <배틀그라운드>, 하반기는 <로스트아크>가 주인공이었다.

<배틀그라운드>는 재작년부터 폭발적인 상승세를 발휘하더니 2018년 상반기에는 인기가 정점에 달했다. 특히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버전 서비스를 담당하고 15세 버전까지 선보여 대중적인 흥행에 탄력을 더했다. 다만 하반기 들어 인기가 약세로 전환하기는 했다. 하지만 약점으로 지적되던 불법프로그램 만연, PC방 이벤트 및 PC방 대회 등 프로모션의 부재가 해결되는 양상이라 올해 성적이 기대된다.

<로스트아크>는 온라인게임의 부활과 함께 MMORPG 장르까지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2018년의 영웅이라는 평가가 부족하지 않다. OBT 첫날 최고동시접속자 25만명을 기록했고 이후 1주일여만에 35만명으로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해외에서 한국인 개인정보가 불법으로 거래되는 등 바다 건너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긴 체류시간으로 PC방 업주가 사랑하는 장르인 MMORPG는 AOS와 FPS에 밀려 시대적으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인식 강했다. 하지만 <로스트아크>는 잘 만든 PC MMORPG는 얼마든지 <리그오브레전드>와 <오버워치>에 맞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확률형아이템 논란은 현재진행형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게임 업계의 화두는 확률형아이템이었다. 확률형아이템은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사항으로, 사행성이 있다는데 이견이 없지만 자율규제만으로 제재가 충분한가 하는 문제에서 의견이 갈린다.

게임업계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부터 자율규제를 통해 확률 정보를 공개해왔으나 미흡하다는 지적에 확률정보 방식 등을 통일하고 공개 대상 게임물도 확대했다. 또 독립적인 자율기구 발족과 대국민 캠페인 진행도 약속했다. 실제 자율기구의 경우 지난 11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라는 이름으로 출범해 각종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는 일단락된 모양새지만 청소년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최근 해외에서도 지속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불씨는 남아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경우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게임시간총량제, 중국발 또다른 악재
게임사들은 중국 내자판호 발급 재개로 절반의 한숨을 돌렸지만 외자판호 부분이 해결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게임시간총량제라는 또다른 문제가 발생하면서 중국에서 사업을 펼치려는 게임사들은 힘겨울 전망이다.

‘게임시간총량제’는 청소년의 시력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당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으로, PC와 모바일을 포함한 온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게임에 대한 운영시간 총량을 규정하는 내용이다.

총량제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 이제 막 진출하려는 게임사는 물론, 이미 사업 중인 게임사 모두 명시된 운영시간을 초과해 서비스할 수 없다. 당 관계자는 한국의 강제적 셧다운제를 언급하며 큰 공감을 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온라인게임 IP, 모바일에서 훨훨
호랑이가 죽어서 가죽을 남기는 온라인게임은 IP를 남기는 모양이다. 지난해에도 온라인게임 IP는 모바일게임 시장을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활약을 펼쳤다.

<검은사막>, <블레이드앤소울>, <뮤 온라인>, <이카루스>, <라그나로크>, <다크에덴>이 <검은사막 모바일>,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뮤 오리진2>, <이카루스M>, <라그나로크M>, <다크에덴M>으로 등장했다.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IP를 활용한 게임들은 기존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다른 플랫폼에서 서비스되며 완성된 콘텐츠를 빠르게 활용할 수 있어 라이브 서비스에서도 강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유명 온라인게임 IP를 보유한 대형 게임사와 그렇지 못한 중소게임사 간 격차가 벌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대형 게임사들이 IP를 앞세워 시장을 지배한다는 지적이다.

게임사들도 뛰어드는 블록체인
블록체인 기술이야 이제 새로울 것도 없다지만 지난해부터 게임사들이 블록체인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스럽다. 넥슨,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등 대형 게임사는 물론이고 한빛소프트, 엠게임, 위메이드 등 중견 게임사들도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시험하고 있다.

넥슨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e스포츠 운영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게임 개발에도 도입할 수 있을지를 검토하고 있다. 넷마블은 정기주주총회에서 블록체인 관련 사업과 연구개발업을 정관 사업목적에 포함시켰다.

한빛소프트는 홍콩법인 브릴라이트를 통해 블록체인 암호화폐 게임 및 플랫폼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엠게임은 한중합작 재단인 다빈치 재단과 블록체인 기반 사업 관련 업무협약 소식을 전했다. 위메이드 역시 위메이드는 자회사 위메이드트리의 신규 블록체인 서비스를 공개했다.

인플루언서,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인터넷 개인방송으로 막대한 시청자를 보유한 스트리머나 BJ가 산업에 영향력을 미치게 되면서 이들은 인플루언서라고 불리는데, 이런 인플루언서들의 영형력이 게임 분야에서는 특히나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인플루언서 팬들은 게임을 하는 것만큼 보는 것도 재밌다며 방송에 나왔던 게임들을 찾아다닌다. 이렇다보니 게임사들은 이들을 활용한 광고나 마케팅에 열을 올렸고, 지스타 2018에서는 이런 추세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지만 인플루언서들의 나쁜 영향력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인터넷 방송이라는 특성상 여과없는 표현으로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것은 둘째 치고, 싱글플레이 중심의 게임은 매출도 빼앗기도 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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