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0월호(통권 33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몇 달 사이 <배틀그라운드>와 <리그오브레전드>의 PC방 성적표에서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 5월부터 9월까지의 PC방 점유율 1, 2위 게임의 순위 그래프가 정석적인 X자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는 차치하고 봄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하던 <배틀그라운드>의 갑작스러운 하락세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하늘 높은 줄 모르던 <배틀그라운드>가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아찔한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것처럼 요동치고 있는 <배틀그라운드>를 둘러싼 명암을 들여다봤다.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습니다
기억력이 좋은 업주라면 비수기를 앞두고 있던 지난 2월 중순의 PC방 분위기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중고등학교 개학을 앞두고 <배틀그라운드>의 주말 일 평균 사용량이 350만 시간에 육박(2월 18일 기준)했고, 점유율은 40%를 돌파(2월 20일 기준)하면서 비수기의 위력이 예년만 못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업계에 번져있었다.

실제로 3월부터 4월까지 두 달 간 <배틀그라운드>는 겨울 성수기와 버금가는 PC방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슈퍼루키의 면모를 톡톡히 과시하기도 했다. PC방 업주들 사이에서는 성인 게이머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배틀그라운드>가 개학의 충격을 완화하고 있다는 호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PC방과 <배틀그라운드>가 누렸던 달콤한 봄은 오래가지 못했다. 5월 들어 주말 일 평균 사용량이 250만 시간을 간신히 넘었고, 급기야 평일 일 평균 사용량 150만 시간 방어에 실패하기도 했다. 물론 장시간에 걸친 점검의 영향이 컸지만 지속적인 성적 하락세가 확연했다.

그동안 PC방 업주들이 <배틀그라운드>를 높게 평가했던 가장 큰 이유는 신규 고객 창출이었다. 즉 <배틀그라운드>는 평소 PC방을 찾지 않던 게이머층을 PC방으로 오게끔 만들어 PC 가동률을 높인 작품이다. <리그오브레전드>나 <오버워치> 등 인기작을 즐기던 기존의 고객이 <배틀그라운드>로 넘어가는데 그쳤다면 이토록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작품이 힘을 잃은 듯 비틀거리자 <배틀그라운드> 때문에 PC방으로 찾아왔던 고객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PC방 가동률과 매출에 적신호가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배틀그라운드>의 인기에, 그리고 PC방 업계에 위기설이 동시에 터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셈이다.

배그의 현주소, 냉정하게 직시해야
<배틀그라운드>의 PC방 성적은 지난 9월 중순을 기준으로 게임트릭스와 더로그 양쪽에서 전체 순위 2위를 달리며 여전히 인기 게임으로 부르기에는 손색이 없다. 그렇지만 거칠 것이 없었던 연초와 비교하면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지는 순위인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현재 왕좌에 앉아 있는 <리그오브레전드>가 원래는 2위에 머무르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비단 PC방 성적에 국한되지 않는다. <배틀그라운드> 스팀 버전은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최고 동시접속자 300만 명 돌파라는 기념비적 기록을 수립했으며, 스팀 역사상 3번째로 높은 매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동시접속자 100만 명 전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얼리억세스 단계에서부터 지적됐던 핵과 최적화다. 쾌적하지 못한 플레이 환경은 중국의 핵 사용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더욱 악화됐고, 정식 서비스 이후에도 이런 상황은 개선되지 않아 게이머들이 극심한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이탈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배틀그라운드>에게는 불행한 소식이지만 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 발등에 불을 끄기도 바쁜데 <배틀그라운드>의 첫 번째 정체성인 배틀로얄을 전면에 앞세운 타이틀이 범람하고 있으며, 이제는 중국발 짝퉁게임 외에도 이름값 높은 대작 시리즈들이 배틀로얄 콘텐츠 앞세워 신작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달 12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는 <콜오브듀티: 블랙옵스4>는 ‘배그 보다 더 잘 만든 배그’라는 평가를 받으며 <배틀그라운드>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 FPS게임 최대 IP인 콘솔게임이 PC버전을 한글화해서 나오는 것도 모자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라는 PC방 퍼블리셔와 손잡은 상황이다.

또한 <포트나이트>는 이미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고, 차일피일 미뤄지던 PC방 서비스도 곧 시작한다. 특히 <포트나이트>는 이미 서구권에서는 <배틀그라운드>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개발사인 에픽게임즈에 따르면 최고 동시접속자 340만 명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모바일에 엑박도 모자라 플스까지?
카카오게임즈가 <배틀그라운드>의 국내 PC방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업주들은 내심 PC방 무과금인 스팀 버전이 주류가 되기를 희망했다. PC방 리서치에서는 스팀 버전과 카카오 버전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타이틀로 처리하고 있는 탓에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PC방 업주들 사이에서는 카카오 버전의 비중이 더 큰 것은 물론, 게이머 감소 추세는 스팀 버전이 더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PC방 업주들은 “카카오 버전에서는 스팀 버전이 제공하지 못하는 쾌적한 환경은 물론, 각종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통해 다양한 보상까지 받을 수 있으니 게이머 입장에서는 스팀 라이선스를 구입해도 카카오 배그에 접속하고 싶은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모바일 버전 출시가 스팀 버전 하락세의 효시가 되었다고 평가하는 PC방 업주도 많다. 스팀 버전의 플레이를 고스란히 구현하는데 중점을 둔 모바일 버전이 출시되면서 신제품이 동족을 살해하는 ‘카니발리제이션’ 현상이 발생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배틀그라운드>의 PC방 성적표에 이상 징후가 나타난 시점과 모바일 버전 출시 시점은 정확히 일치한다.

하지만 개발사 펍지주식회사는 다양한 플랫폼으로 진출하는 전략을 재고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이미 엑스박스 원(Xbox One)을 통해서 콘솔 버전을 내놓은 바 있고, 지난달 11일에는 게임물관리위원회 심의를 받아 플레이스테이션4(Playstation4) 진출이라는 심중이 드러나기도 했다.

펍지주식회사 입장에서는 플랫폼 다양화로 증가하는 유저가 스팀에서 감소하는 유저보다 크다면 추진할 수 있겠지만, 게이머들의 반응이 마냥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당장 <배틀그라운드>가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들을 등한시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희망은 있다! 화려한 비상을 꿈꾼다
그렇다고 <배틀그라운드>가 직면한 상황이 우울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우선 가장 문제시 되고 있는 PC방 성적 하락세는 <배틀그라운드>가 시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시기를 감안하면 꽤나 늦게 찾아온 편이다. 모든 온라인게임은 오픈 이후 최고조에 달한 이후 반드시 침체기를 거치게 되어 있다.

<배틀그라운드> 역시 예외는 아니다. 첫 침체기를 겪고 있는 바로 지금부터 운영의 묘를 살려 반등의 시작을 알리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인기를 꾸려나가면 될 일이다. 장수 온라인게임들처럼 제2의 전성기를 시작할 적기이기도 하다.

이런 차원에서 펍지주식회사가 지난 8월 발표한 ‘픽스 펍지(FIX PUBG)’ 캠페인은 희망적이다. 펍지 측은 “(그동안) 플레이어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각종 버그, 성능 문제나 편의성 개선 등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이슈가 많이 남아있다. 이제는 플레이어들이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준 문제들이 개선되는 모습을 실제로 보여드리겠다”고 캠페인의 취지를 밝혔다.

펍지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각종 버그 현상이나 오랫동안 필요했던 편의성 개선, 근본적인 성능 문제 등 지속되어 왔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총력을 다 할 예정이며, 캠페인을 통해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와 이슈를 해결하기까지의 예상되는 작업 시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카카오게임즈도 <배틀그라운드>의 재도약에 힘을 보탠다. 카카오게임TV를 출범하고, <카카오 배틀그라운드> 공식 방송 ‘배틀그라운드 치킨 먹는 기술(배치기)’을 매주 방영한다. ‘배치기’는 유명 게스트가 게임에서 최종 1인으로 생존하기 위한 팁을 MC에서 전수해주는 컨셉으로, 신규 게이머 유입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 배틀그라운드>의 ‘이벤트 포인트 교환소’ 이벤트로 PC방 플레이에 동기를 부여했다는 측면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PC방 대회의 부재는 아쉽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13일부터 ‘전국 PC방 배틀’이라는 타이틀로 공인 PC방 대회를 시작했다.

‘전국 PC방 배틀’은 PC방에서 친구와 함께 할 때 재미가 배가되는 <배틀그라운드>의 매력과 직접 참여하는 풀뿌리 이스포츠의 묘미를 제공하기 위한 대회다. 온라인 예선에 참가해 게임을 플레이한 모든 팀에게는 ‘PC방 배틀 장갑’ 아이템을 선물로 증정하고, 상위 300위 안에 들어 오프라인 결선에 진출하는 팀에는 순위에 따라 ‘추가 보상’을 지급한다.

이처럼 명암이 교차하는 갈림길에 선 <배틀그라운드>가 어느 쪽으로 향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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