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회장 김찬근)의 모습은 <아이온>에 대한 논란과 임원들의 돌출행동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아이온>을 통해 표면화되기 시작한 대게임사 정책의 모순점이 속속 드러나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 2008년 6월 25일,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문화콘텐츠 센터에서 열렸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공청회’가 열렸던 시점을 되돌아가면 인문협의 모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날 인문협 김찬근 회장은 현재 PC방을 지칭하고 있는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이라는 명칭을 ‘인터넷콘텐츠설비제공업’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 바 있지만 인문협이 회원사에게 혜택이라는 명목으로 온라인 게임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인문협은 온라인 게임사와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오고 있으나 실체를 들여다보면 온라인 게임사의 힘을 빌려 통해 회원 가입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등 협회의 주장과 상반되는 대게임사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인문협과 온라인 게임사
PC방 업주와 온라인 게임사의 등을 진지 오래다. 온라인 게임사가 PC방에 유료 과금을 시작하면서 무너진 균형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각종 PC방 커뮤니티에서도 각 메이저 온라인 게임사들을 공공의 적으로 내몰고 있고 PC방 업주들은 게시판을 통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실상 이러한 사태를 부추긴 주체 중에 하나가 바로 인문협이라는 점을 되새겨 보자. 2000년, 2005년은 인문협의 주도로 온라인 게임사에게 강한 반발을 드러냈던 해였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인문협의 모습은 마치 투사의 모습을 방불케 할 정도로 온라인 게임사를 향해 심한 적대감을 드러냄은 물론 대규모 집회라는 강수도 사용했다. 하지만 2005년 말에 등장하게 된 ‘건빵 PC방’의 존재는 인문협의 행동에 모순점이 생기게 한 결정적인 원인으로 이 전까지의 인문협의 모습을 잃어버리게 한 결정적인 단초가 됐다.

당시 <스페셜포스>는 FPS 게임 장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PC방 점유율 역시 높아 충분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었다. 당시 3기 인문협 집행부(회장 박광식, 부회장 김찬근 외 1명)는 네오위즈게임즈와의 제휴를 통해 인문협 회원으로 ‘건빵 PC방’에 가입할 경우 40%에 가까운 할인 금액을 적용할 것이라고 대대적인 공표를 했고 이에 많은 비회원 PC방들이 회원사로 가입하게 되는 효과를 거뒀다. 그리고 최근에도 CJ인터넷이 11월 말에 선보인 <프리우스 온라인(이하 프리우스)>와 관련해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MOU를 체결하면서 다시 비회원 PC방들을 인위적으로 회원사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는 3기 회장단에서 보여줬던 행동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는 PC방 업주들이 현재 위기로 치닫고 있는 경제상황으로 인해 영업에 압박을 받고 있는 PC방 업주들을 도와주는 것이 아닌, 온라인 게임사에 힘을 빌어  회원을 늘리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인문협이 특정 게임사와 맺은 제휴로 인해 PC방 업주들은 한 푼이라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입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결국 궁극적인 해결보다는 급조된 대게임사 정책으로 많은 비회원  PC방을 혼란스럽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PC방 업주에게 등 돌리고 온라인 게임사와 손을 잡는 이중적 잣대
인문협이 내세운 정책들이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도 온라인 게임사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 흔적은 역력하다. 그러나 엔씨소프트의 <아이온>과 관련,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던 인문협은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했다. 결국 협회에서 지정한 공식 게임으로 <프리우스>가 선택됐고 인문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은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에는 거부 운동이라는 강수를 두었다. 결국 이 정책은 많은 인문협 임원들이 <아이온>의 PC방 이벤트에 당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임원들의 자진사퇴까지 이어지게 되었고 <아이온>에 대한 거부 운동은 큰 부작용을 일으키며 명분을 잃었다.

현재 PC방 업주들이 인문협에 바라는 것은 온라인 게임사와의 관계 재정립과 함께 열악해진 영업 환경 개선, 업계 현실을 외면한 정부 정책의 현실화에 있지만 인문협의 최근 행보는 PC방 업주들을 위한 것이 아닌 협회 그 자체만을 위한 행동으로 비춰져 대다수의 PC방 업주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PC방 업주들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회원사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가 반복되는 사슬을 끊어야
전국의  PC방 업주들과 회원사로부터 신뢰를 잃은 인문협의 급선무는 추락한 명예를 회복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 현재 산재해 있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먼저 <아이온> 사태와 임원들의 돌출 행동으로 바닥을 친 인문협의 이미지를 대폭적인 구조조정으로 극복해야 하고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갖가지 규제들을 PC방 업계 현실에 맞는 수준으로 조정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물론 대게임사 정책과 같은 PC방 업주들의 이익을 위한 활동도 배제할 수는 없다.

현 집행부가 모든 회원사로부터 존경받는, 모든  PC방이 회원사로 가입하고 싶어하는 협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난 집행부의 그릇된 관습에서 벗어나 단절하고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협회를 만든다는 각오로 매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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